고문실에 갇힌 14세 소녀, 어떻게 그를 구할까

[리뷰] 발 맥더미드 <피철사>

등록 2013.01.08 11:15수정 2013.01.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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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철사> 겉표지 ⓒ 랜덤하우스

성적인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연쇄살인이 발생하면, '프로파일러'라고 불리우는 범죄심리학자들이 범인을 프로파일링한다.

프로파일러들은 범죄현장과 범행수단 등을 분석해서 범인이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 유추한다. 범인의 성별, 나이, 직업, 학력등을 추리해서 수사대상을 좁혀나가는 것이다. 이 프로파일링이 정확할 수록 범인을 검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쇄살인범 역시 훌륭한 프로파일러다. 살인범은 희생자를 프로파일링한다. 그는 사람으로 가득한 거리를 걷다가 그에게 딱 맞는 희생자가 될 단 한 사람을 찾아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엉뚱한 사람을 골랐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니면 아무런 만족도 느끼지 못한채 헛수고만 하고 끝날 수도 있다.

그러니 프로파일러가 신중하고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연쇄살인범 또한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사냥의 대상과 방법은 다르겠지만, 살인범과 프로파일러는 모두 훌륭한 사냥꾼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살인범과 프로파일러

발 맥더미드의 1997년 작품 <피철사>는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런던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힐은 영국 최고의 프로파일러다. 힐은 연쇄살인마들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들과의 유대감을 통해서 범죄를 해결하려고 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인어의 노래>에서 힐은 연쇄살인범을 상대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한다.


그런 경험도 그를 바꾸어 놓지는 못했다. 힐은 2년 동안 전국적인 규모의 숙련된 심리 프로파일러 특별수사대를 만드는 것이 유용할지, 혹은 가능이라도 할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로 내무부 소속 국가 범죄자 프로파일링 특별수사대가 여섯 명의 최정예 경찰들과 함께 정식으로 발족한다.

그 안에는 남들과는 다른 재능을 가진 여형사 샤즈 보우먼도 포함되어 있다. 힐은 이들에게 6주간의 교육을 시작하고, 10대 청소년 30명이 7년간 실종된 미제 사건을 조사해보라고 던져준다. 샤즈는 이 사건 속에서 힐도 찾지 못한 실마리를 발견하고 이를 수업시간에 공개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일 뿐이다.

샤즈의 수사방향이 가리키는 목표물이 전혀 의외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들은 평소에는 조용하고 평범한 일반인들과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붙임성있고 예의바른 태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외모나 행동, 말투로 살인범을 분간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샤즈가 지목한 인물은 의외 중에 의외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다.

결국 샤즈는 단독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한편 변태적인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14세 소녀 도나 도일은 어딘지 알 수 없는 집의 고문실에 감금당한다. 그녀는 범인의 학대 속에서 점점 죽음의 공포에 빠져들고, 샤즈는 자신만의 수사를 통해서 연쇄살인범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소녀들을 사냥하는 살인마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고 하던가. <피철사>의 연쇄살인범과 토니 힐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렸을때 아버지는 가정을 버리고 떠났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떠난 것이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아이는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상처받으며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

환경은 비슷했지만 성장한 이후는 정반대였다. 한명은 악몽같은 존재가 되었고, 다른 한명은 그 악몽을 들여다 보아야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어쩌면 힐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거기에서 비롯된 내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프로파일러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타인을 고문하고 죽이는 인간의 원시적인 정서상태를 분석하려고 애쓰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다.

힐의 동료는 힐이 하는 일을 가리켜서 '영혼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평범한 사람의 내면에도 밝히기 어려운 어두운 면은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살인범이라면 말할것도 없다. 그런 범죄자의 내면을 계속 들여다 봐야한다면 그 당사자도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살인범이건 아니건, 타인의 정신상태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닌것 같다.
덧붙이는 글 <피철사> 발 맥더미드 지음 /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피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2

발 맥더미드 지음, 안재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2


#피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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