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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친구 모친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그 며칠 전에는 지인의 장모님이 돌아가셔서 부의금을 부쳤다. 다가오는 10월에는 친구 아들의 결혼식도 예정되어 있다.

나는 올해 환갑, 이제 막 60대로 접어든다. 내 나이대가 되면 부모님들은 돌아가셨거나 생존해 계셔도 대부분 90세 전후가 될 정도로 연세가 많으시다. 자녀들은 30세 전후가 많아 사회 초년생들로 하나 둘씩 결혼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어느 시기보다 친척이나 친구, 지인들로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장이나 자녀가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자주 받는다.

요즘은 부고장이나 청첩장을 직접 받기보다 대부분 직장이나 친구, 지인들의 모임 단체대화방을 통해 모바일로 부고나 결혼 소식을 접한다. 부고 알림을 받으면 먼저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글귀를 남긴다.

청첩 소식이 올라오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 다음에 친분 정도나 장례식장, 결혼식장의 위치 등에 따라 참석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와 함께 부의금이나 축의금으로 얼마를 낼지도 생각해 본다.

나는 가까운 친척이거나 친분이 두터운 관계이면 내 마음이 편할 정도로 부족하지 않은 금액을 내려고 한다. 이외의 경우에는 사회적 관계나 친밀한 정도를 생각해 보고, 부모님 장례식 때에 받았던 부의금도 고려한다.
 
부친 장례식 때, 조문객의 부의 내역이 기록되어 있다.
▲ 부의록 부친 장례식 때, 조문객의 부의 내역이 기록되어 있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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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늦게 태어난 막내라서 친구들에 비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 부모님 장례식 때, 많은 분들이 추모해 주셨고 부의금을 내면서 위로해 주셨다. 그래서 부의록을 통해 그 당시에 성의를 표해 주셨던 분들의 명단과 부의 금액을 확인해 본다.

생각지도 않았던 친구나 지인이 부의를 한 경우도 있고,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도 의외로 많은 금액의 부의금을 낸 사람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베풀어준 성의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기 위해 경조사가 있으면 가끔씩 확인을 하는 것이다.

부친이 돌아가신 지는 14년, 모친이 돌아가신 지는 8년이란 세월이 어느덧 흘렀다. 부모님 장례식 때, 대부분은 당시에 일반적으로 내는 금액 정도의 부의금으로 성의를 표해 주셨다.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는 3만 원과 5만 원을 내신 분들이 어느 정도 섞여 있었다.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는 3만 원을 내신 분은 소수이고, 5만 원을 내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주변 사람들 경조사 때 보면, 대체로 부조금은 5만 원보다 10만 원을 내는 분이 많아지는 추세인 듯하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보통의 경우에 5만 원과 10만 원 중 얼마를 낼까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하는데, 간혹 5만 원을 내면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주로 10만 원을 내고 있다.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두 금액 사이의 중간 금액 없이 2배로 올려서 내려니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내고 나면 마음이 편하고 상대방에게 성의를 표한 것 같은 개운함이 있다.

요즘은 결혼식에서 식비가 비싸 축의금으로 5만 원을 내면 식비보다 적은 금액이라고 참석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10만 원을 내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해서 식사까지 하면 그것도 식비에 미치지 못한다고 눈총을 받는 사례도 있다니 씁쓸하다.

결혼식에 참석 안 하면 5만 원, 참석해서 식사를 하면 10만 원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참석을 못하면 오히려 기쁨이나 슬픔을 직접 현장에서 같이 나누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부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서 내고 싶은 마음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구시대적인가.

결혼식 비용이 비싸서 계산적으로 따지는 것일 수도 있으나, 세상 인심이 좀 각박해지는 것 같다. 결혼식은 다른 말로 잔치라고도 부른다. 결혼 잔치, 결혼처럼 경사스러운 날에 친척이나 친분이 있는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여 서로 음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기쁜 마음을 같이 나누는 날이라는 뜻이다.

형편에 맞게 성의껏 축의금을 내고 참석까지 해서 축하를 해 주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대부분은 식비 생각해서 알아서 낼 것이다. 설사 식비에 못 미치는 축의금을 냈다하더라도 하객에게 식사 한 끼 대접 한다는 넉넉한 마음이면 좋겠다.

경조사에 내는 부조금에는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바쁜 시간 쪼개서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직접 참석해 준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결혼식은 부부의 인연을 맺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하객은 마음껏 축하해 주고, 결혼 당사자나 혼주는 감사히 받아들이자.

장례식은 한 사람의 인생이 마감되는 종착점이다. 고인에게 예를 갖추어 애도하고, 유족을 따뜻하게 위로하자. 예로부터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눌수록 반이 된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발행합니다.


태그:#부조금, #축의금, #부의금, #경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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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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