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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30여 년만에 다시 실시되면서 1990년대 시대 화두가 세계화에서 지방화로 이어졌다.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지방분권, 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이 지난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가 됐다.
 
김대중 정부; 1999.01.29.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노무현 정부; 2004.01.16. <지방분권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약칭; 국가균형발전법), 2005.03.18.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약칭; 행복도시법) 제정

이명박 정부; 2008.02.29.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 2008.02.29.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 폐지, 2010.10.01.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박근혜 정부; 2013.05.28.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약칭; 지방분권법) 제정,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폐지

문재인 정부; 2018.03.20.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약칭; 지방분권법) 일부개정, 2018.03.26. '지방자치분권' 등 규정 <대한민국헌법 개정안> 공고·국회 발의(의안번호; 2012670) 

 

여기서 사실 확인을 하게 되는 것은 지난 정부마다 유사한 법률의 제정 및 폐지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이는 변화하는 행정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입법으로 긍정적 평가를 할 수도 있지만 동법(률) 시행의 빈약한 결과를 볼 때 굳이 그렇게 했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를 내리게 된다. 새롭게 시작하는 모양새로 겉만 그럴듯하게 재포장했지만 최종 판단은 언제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귀결됐다.

윤 대통령의 '약속'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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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지방분권 등과 관련하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국정목표-'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균형발전 3대 가치-'공정·자율·희망의 지방시대', '3대 약속 및 15대 국정과제(실천과제 포함)' 등을 발표했다.

이것을 살펴보면서 과거 정부의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과거 정부가 내걸었던 사항들 중에 고만고만한 것들의 반복 나열로 특기할만한 새로운 획기적인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기본법인 지방자치법은 1949.07.04.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전부개정이 이뤄졌다. 노태우 정부 1988.04.06. 전부개정은 근 30년 동안 중단된 지방자치제 실시를 준비하면서 바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등을 새롭게 규정하는 등 법 전체 내용을 정비하기 위함이었다.

노무현 정부 2007.05.11. 전부개정은 법령의 한글화 등 이해하는 데 편리한 법령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2021.01.12. 전부개정은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변화된 지방행정환경을 반영하여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와 이에 따른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 등에서 이뤄졌다.

지방자치법에 주민의 조례 제정·개폐 청구, 주민의 감사청구는 김대중 정부에서, 주민소송과 주민소환은 노무현 정부에서 규정됐다. 또한, 김영삼 정부에서 규정된 주민투표의 절차법인 주민투표법은 노무현 정부에서 제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과 관련해 오랫동안 제기돼 온 '지방일괄이양법',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4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 등 일괄개정이 입법됐고 전면적인 자치경찰제가 실시됐다.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던 것은 중단된 지방자치제 실시를 위해 단식 등 정치 투쟁을 단행했던 '미스터 지방자치' 김대중 대통령, 정치 야인 시절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해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대통령으로서 지방분권, 행정수도 및 공공기관 이전 등을 추진하였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에 참여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자치·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 등의 국정운영에 기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헌법 개정안에 관련 사항들을 규정했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시절 약속했던 개헌을 실현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 임기 연장, 중임 변경 등 본인에게 유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현행 헌법을 전부개정하는 개헌안을 자발적으로 공고하고 국회에 발의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이다(국회사무처, 헌법 관련 <대한민국 법률안 연혁집> / 국회 헌법 관련 <의안정보> 등).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에 규정한 지방분권 등 사항이다. 지방분권지향(제1조제3항), 수도에 관한 사항(제3조제2항), 국가자치분권회의 등(제55조제3항·제97조),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 헌법 근거(제121조제1항·제3항), 지방정부 자치권 실질적 보장-'보충성 원칙'(제121조제4항), 자주조직권(제122조제2항), 자치입법권(제123조), 자치재정권·지방재정조정제도(제124조) 등이다.

제123조 자치입법권은 제헌 헌법부터 현재 헌법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었던 규정,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를 '① 지방의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로 개정했다(* 일본 헌법 제94조; 지방공공단체는 재산을 관리하고 사무를 처리하며 행정을 집행할 권한을 가지고, 법률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지방분권에 핵심적 장애물 중의 하나를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등을 강화하기 위하여는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해야만 한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시기 2005.04.28. 여야(원혜영·맹형규·오영교·윤성식)가 합의했고, 이어진 제17대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가 2006.02.27. 채택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보고서>에 그 주요 사항이 수록돼 있다.

도의 분할 또는 폐지, 특별시·광역시 개편 논의, 시·군·구 통합-통합 시·군·구에 행정구 설치, 자치구의 행정구로 전환, 시·군·구 통합기준과 행정 및 재정 인센티브 제시로 통합 촉진-주민투표 실시, 읍·면·동에 한정된 자치권(準 자치기능) 허용, 도의 국가위임사무 처리 국가지방특별관서의 통합-대 권역별 지방광역행정기구(가칭, '국가지방광역행정청') 설치, 제17대 대선 공약 제시, 제18대 국회 입법 처리, 국민투표 실시 등이다.

이승만의 장기 집권을 위해 정략적으로 6.25 한국전쟁 기간 중에 갑자기 시작된 지방자치제는 파행적 운영으로 치닫다가 제2공화국 들어서 전면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돼 밝은 미래가 예상됐다. 그러나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보수 정부는 중앙통제의 획일적 통치를 선호하여 다원적 민주주의의 요체인 지방자치제 실시를 강력하게 억제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진 성과들

보수 정부의 법통을 이은 윤석열 정부는 국정운영에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확고한 좌표에 위치한 지방자치제 유지·발전의 시대적 사명을 수행해 나가야만 한다. 바라건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의 소극적 지방분권 정책을 답습하지 않고, 명실상부한 지방분권과 지방균형발전을 이룩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에 담긴 지방분권 규정 등 관련 정책을 수용하여 발전시켜야만 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전술한 바와 같이 지방분권 등을 위해 노력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기대한 만큼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그 원인은 각 정부의 해당 정책적 사항의 문제 등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현행 헌법 및 법령 체계하에서 자치권의 근본적인 한계,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운영 관습 등에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신장 및 확대, '5.18민주화운동' 민주이념 계승 헌법 전문 수록, 지방분권 관련 헌법 규정 등의 개헌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이들 사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었다).

이것은 임기 내 그 어떠한 개헌도 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정권 유지 등 정략적 고려에 의하여 지금은 개헌을 언급하지 않다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지난 보수정부와 동일하게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 등을 위한 개헌을 기습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는 항상 실패로 결말이 나며 국민 갈등을 초래한다. 과거 정부의 개헌 시도가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

이번 6.1 제8회 동시지방선거후 새롭게 구성되는 지방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가 지방자치제 발전, 지방정부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 등 개헌, 지방행정체제 개편,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 광역(급) 지방자치단체에 고등교육 운영 등 지원 권한 부여, 자치경찰 확대 등에 대하여 이런저런 정치적 구실을 이유로 실행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입니다. 사는 곳의 차이가 기회와 생활의 격차로 이어지는 불평등을 멈추고, '수도권 쏠림-지방소멸'의 악순환을 끊어 내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약속, 그 온전한 실현을 기대한다.

태그:#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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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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