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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대면 개강을 맞은 대학 캠퍼스. 아직 비대면 강의도 섞여있지만 예전의 활기를 조금은 되찾았다.
▲ 대면 개강을 맞은 캠퍼스 2년 만에 대면 개강을 맞은 대학 캠퍼스. 아직 비대면 강의도 섞여있지만 예전의 활기를 조금은 되찾았다.
ⓒ 남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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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2년이란 긴 시간동안 문을 닫았던 대학이 다시 문을 열었다. 휑했던 캠퍼스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난 것 같은 설렘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만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좁아터진 원룸이라도 찾아 떠도는 대학생, 주15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2~3개의 알바를 병행하는 대학생... 코로나19로 세상이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정작 대학생들의 삶은 별로 변한 게 없었다.

대학생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청년실업률이 27%에 육박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던 '촛불정부'에서도 청년실업률은 낮아지기는커녕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핑계를 대더라도 가슴 철렁한 수치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취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어왔던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불투명한 두려움은 여전히 대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은 대학생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학생들은 내가 정말 이 수업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특히 상호간 소통이 불가능한 녹화강의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대충 이해하기 급급한 실정이었다. 이렇게 공부해도 되는 건지 걱정도 되고,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등록금은 여전히 비싸다. 운 좋게 등록금을 지원 받을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등록금 납부 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쫓기는 마음과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

몇 년 전 제대로 대학을 다니면서 수업을 받았던 사람들과 내가 같은 돈을 내야 한다는게 억울하면서도, 문제제기해봤자 당장 뭐가 변하겠는 가 체념하며 얼른 대출을 알아본다. 한국장학재단에 등록금 대출을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긴장감 넘친다. 원했던 학자금 대출이 승인되고 난 뒤엔 안도하면서도 이 대출 빚을 갚아갈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은 다시 무거워진다. 그리고 이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돈 버는 일에 충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지점 중 하나는 '부동산'이지만 사실 대학생들에게 수십 억원씩 하는 집값 이야기는 별로 느낌이 없다. 대학생들에겐 '내가 이번 학기 기숙사에서 살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대면 강의로 전면 전환된 대학가는 묵을 집을 구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강남에 30억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1년에 내는 종부세 92만 원이 아깝다고 하지만, 대학생들은 2평, 3평짜리 원룸에라도 들어가기 위해 1년에 600만 원 이상의 월세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할거라 이야기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이 느끼는 막막함과 불안함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시대 대학생들은 여전히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는 존재, 대학생

이번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유독 보이지 않는 논의가 있다. 바로 '대학'에 대한 논의이다. 학자금 대출 증가, 학령인구 감소, 쪼개기 알바 성행 등,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나타내는 온갖 지표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대선에선 일언반구 언급되는 일이 없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그나마 대학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청년정책' 논의 시간 때 후보들은 대장동 비리를 둘러싸고 언쟁을 벌였다. 한마디로 대선 후보들은 대학생에게 관심이 없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소외되고 있는 이유 중엔 학생사회의 붕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지 않아도 무너져가던 학생회는 코로나 시기에 거의 사라졌다. 코로나 직전 뜨거웠던 '우리 학교 학생회가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는 논쟁은 이젠 언급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학교에 학생회가 있냐 없냐'는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생회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동아리나 학회 같은 단체들의 운명도 학생회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학생사회의 몰락은 곧 대학생들의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창구의 소멸로 이어졌다. 반값등록금이나 대학가 주거 문제 해결 같은 대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정책과 담론은 실종됐다. 대신 대학생들은 그 담론을 각자 개인의 문제로 짊어지게 됐다. 알바하랴 공부하랴 지친 대학생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무너진 학생사회의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데에는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면 개강을 하며 캠퍼스가 예전 분위기를 조금은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생들의 요구를 모아내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역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대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서는 안된다. 누군가는 나서서 이를 외치고, 알려야 한다.
  
지난 3월 1일 '3.1 정치파티'에 참여한 <우주인>
▲ 5대 권리찾기 대학생 실천단, 우리의 주권과 인권을 지키는 <우주인> 지난 3월 1일 "3.1 정치파티"에 참여한 <우주인>
ⓒ 남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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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5대 권리 찾기 대학생 실천단, 우리의 주권과 인권을 지키는 '우주인'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누군가는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사회가 뭔지 이야기해야 한다.

'우주인'은 대선 약 2주 전부터 주요 대학가들을 돌며 일하다 죽지 않을 수 있는 노동의 권리, 존재로서 차별 받지 않을 성평등의 권리, 무사히 늙어죽을 수 있는 기후위기 극복의 권리, 공평하게 교육 받을 권리, 집다운 집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권리 이렇게 다섯 가지 권리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권리가 무엇이지 대학생들에게 물었고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여러 요구를 들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5대 권리 찾기 선언문을 작성했으며, 3월 6일 현재까지 내용에 동의하는 약 900여명의 대학생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우주인'의 이러한 실천이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실천이 우리가 속한 대학사회를 변화시킬 씨앗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3년 느닷없이 대학가에 등장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짧은 시간 수많은 대학생들의 공감을 사며 학생사회에 새로운 시대적 담론을 던졌다. 그리고 이것은 곧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만들어냈다. '우주인'의 실천은 코로나19로 무너진 학생사회에서, 기성 정치인들에게 외면받은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시대적 담론을 던지기 위한 소중한 시작이다.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그리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비록 지금 우리의 시작이 미약할지라도, 이것은 언젠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창대한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태그:#코로나19, #대면개강, #우주인,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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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고싶은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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