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슬아슬하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공식화하나 싶었더니 이런 생각이 무색하리만치 선제타격이니 하는 살벌한 표현이 미국 정가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북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수위를 높인 경제제재에는 국력을 총동원한 물리적 행사로 맞서고 군사적 위협에는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이용해 괌을 포위타격 하겠단다.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잠재우고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를 씻기 위해 트럼프와의 전화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지만 말 폭탄이 난무한 북미 사이의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부담을 무릅쓰고 미국을 향해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는 내용의 72주년 광복절 축사를 발표해야만 했다.

실로 심각하다. 당장 사재기가 일어나고 미국인을 포함한 주한 외국인들의 피난행렬이 이어져도 당연하다. 그런데 실상은 너무나 조용하다. 군함도나 택시운전사가 상영되는 영화관은 관람객으로 매진이고 프로야구 경기장의 함성은 식지를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정전체제에서 반백년 이상을 살다보니 이제 웬만한 위기는 위기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라크 전쟁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대량살상 무기인 화학무기와 후세인 독재를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미군이 점령한 이라크에서 화학무기는 확인되지 않았고 해방은커녕 이라크 민중 수만 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미국은 중동에서의 패권을 유지·확장하고 석유를 장악하기 위해 이렇게 한 때 자신과 우방이었던 이라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라크와 북은 전혀 다른 수준의 나라

한반도로 다시 시선을 돌려보자. 미국은 북을 바라보며 이라크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게 북은 풀기 힘든 난제다. 이라크와 북은 전혀 다른 수준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은 천여발이 넘는 탄도미사일과 핵을 확보하고 있다. 더구나 핵탑재가 가능한 SLBM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그리고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화성-14형을 보유하고 있다. 미 본토에 대한 타격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미태평양사령부가 있는 괌과 주한미군, 주일미군은 이미 북의 핵타격권 안에 있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미국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이 이라크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주변국의 국력과 이해관계가 이라크와는 전혀 딴판이라는 것이다. 이라크가 위치한 중동은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이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요르단, 쿠웨이트, UAE, 카타르, 바레인 등 대부분의 국가가 친미국가다. 더구나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동의 강호 이란은 결정적으로 이라크와 사이가 좋지 않다. 고작해야 시리아 정도가 신경 쓰이지만 미국이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북이 위치한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적 지형은 완전히 다르다.

중국에게 북은 전략적 가치가 있는 나라

우선 G2국가이자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이 있다.

중국의 대외전략은 일대일로다. 겉으로는 개발국들의 사회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제협력과 동반번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의 패권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대단히 중요하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마찰과 영토분쟁은 모두 이 맥락에 있다. 중국은 미국이 북의 잇따른 핵과 미사일 시험을 빌미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의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니 미국을 향해선 당연히 비판적이지만 북을 향해서도 자중을 요구한다. 중국이 바라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현재의 분단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 내 사드배치에 대해 사활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도 미국 주도의 MD체계 구축으로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서 중국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중국에게 북은 전략적 가치가 있는 나라다. 해상에서의 제1,2 열도선이 미국의 영향력 차단을 통한 중국의 해양진출을 위한 것이라면 육상에서의 열도선에 해당하는 나라가 바로 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북이 붕괴해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의 코앞에까지 확대된다는 것은 중국의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중국의 위기의식에는 한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안보를 의지하고 있는 한국의 태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러니 중국은 UN을 앞세운 국제제재에 공조는 하지만 북의 체제를 위협할 수준의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에서 만일 미국이 중국의 동의 없이 북을 향한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때 중국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의 체제를 전복시킬 정도의 공격을 감행한다면 중국은 조중동맹을 앞세워 북미대결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과의 전쟁을 강행하려면 중국과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다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이 절실한 러시아의 극동중시전략

둘째는 세계2위의 군사력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존재다. 러시아는 푸틴 집권 이후 동진정책의 연장선에서 극동중시전략을 펴고 있다. 극동중시전략은 러시아에서도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극동지역을 개발함으로써 세계경제와 정치군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자신들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와 가스를 동아시아로 수출하고 시베리아철도 연결함으로써 러시아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두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안정이 우선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계획은 북과의 관계개선으로 나타났다. 소련 몰락 이후 소원해졌던 북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러시아는 110억 달러 정도의 채무 중 100억 달러를 탕감해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 또한 북의 철도 현대화 사업에 투자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그러니 러시아 또한 현재의 동북아 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동북아에서 미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가 전개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북과의 전쟁을 강행하려면 미국은 시리아에 이어 동북아시아에서도 러시아와의 대결을 감수해야만 한다.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미국을 말려야 하는 일본

그 다음은 일본이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군사강국이다. (2016년 기준 세계8위로 국방비 예산 436억 달러, 한국보다 무려 72억 달러나 많다) 비록 정규군이 없다고는 하지만 한국군과 비교해도 해군과 공군력에서는 오히려 전력 상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평화헌법에 의해 전수방위만 가능한 나라다.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기본 방어전략은 미일동맹이 제공하는 핵우산 정책이다.

그런데 최근 북의 핵과 미사일이 급속도로 고도화 되면서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 찢어지고 말았다. 임의의 시간과 장소에서 발사되는 북의 탄도미사일 공격은 패트리어트 3(PAC-3)와 SM-3와 같은 요격미사일로도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 전역은 이미 북의 노동미사일(1500km)의 사정거리에 들어와 버렸다. 이런 조건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은 또 다시 핵 참화를 겪는 유일무이한 나라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미국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져 미국의 군사행동을 말려야 하는 처지다. 아마도 미국은 일본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도 반대, 한반도 전쟁에 동의하는 나라 없다

현재 북미대결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을 제외하면 한반도 주변국 중에서 북미전쟁에 동의하는 나라는 없다. 북미 간의 전쟁이 한반도 전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국도 물론 결사반대다. 하지만 가끔 정신감정이 필요할 듯싶은 미국 내 강경파들과 국내 보수우익 인사들 중에 일부가 전쟁을 부추기는 강경발언을 토해내고 있지만 다행히 다수의 동의는 얻질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전술핵 재배치 등의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

북은 미국과 비교해 경제력과 군사력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열세다. 이런 조건에서 북미 간의 전쟁은 북의 체제 붕괴와 김정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이 미국을 먼저 공격할 가능성은 없다. 더구나 북은 지난 제7차 당대회에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도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제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도 북을 공격하기가 만만치 않다. 앞서 살펴본 대로 우선 북의 군사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94년 1차 핵 위기 당시 미국이 행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당시 군사력을 적용해도 미군의 피해규모가 무려 8만에서 10만 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2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북은 핵보유국이 되었고 미 본토를 타격권 안에 두고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과 전면전을 치른다는 결정은 미국이 누리고 있는 현재의 패권적 지위를 내려놓게 되는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 낮다

결론을 내리자면 북미 간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긴장이 고조되다 보면 작은 불씨 하나가 전쟁의 발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민족의 참담한 공멸이다. 그러니 통일을 염원하고 평화를 갈구하는 모든 세력은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부추기는 그 어떠한 행위도 반대하고 배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 규모의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도 이미 지난 2015년 자신들의 핵실험과 한미연합훈련을 동시에 잠정중단 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중국도 북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을 제안하고 있다.

이제 대략의 밑그림은 나왔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 전쟁의 가능성을 '0'에 가깝게 만들 혜안을 가질 때다. 그 답은 휴전선 근처에서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축소와 사드배치를 철회하는 것이다. 이 카드를 가지고 다시 남북군사당국 회담을 제안하자!

북에 대한 개입력과 설득력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한반도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안보이다.


태그:#한반도 전쟁, #전쟁 가능성, #일대일로, #극동중시, #장금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