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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춘천박물관, '양양 낙산사' 특별전시회 입구.
 국립춘천박물관, '양양 낙산사' 특별전시회 입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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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여행기로 남은 낙산사, 화폭에 담은 낙산사를 비롯해, 그 외 낙산사와 관련이 있는 유물과 이야기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다 보고 들을 수 있는 전시회다.

이 전시회에 가면, 양양에 가서 직접 낙산사를 보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낙산사'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깊은 의미를 가진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수월관음도(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보물1426호)
 수월관음도(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보물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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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춘천 박물관은 5월 14일부터 6월 30일까지 '관동팔경 II, 양양 낙산사' 특별전을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관동팔경을 주제로 한 특별전으로, '관동팔경 I, 강릉 경포대'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낙산사는 전국 제일의 '관음 성지'이자,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여행 명소다. 671년(신라 문무왕 11)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에 걸쳐 왕실의 원찰로 존재했다. 하지만 1300여 년 전의 절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낙산사는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1953년에 다시 지었다. 그리고 2005년 4월 강원도 고성과 강릉, 양양 등지를 휩쓸고 지나간 대형 산불에 원통보전과 전각 여러 채가 소실되는 등 다시 잿더미가 된 절을 2년 뒤인 2007년 11월에 복원했다.

전시회는 우리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하게 된 설화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보여준다. 낙산사 관음보살에게 태수의 딸과 사랑이 맺어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던 조신 스님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설화다.

관동팔경 중에 하나인 낙산사를 다녀간 시인묵객들이 남긴 시문과 수필도 함께 볼 수 있다. 한글로 쓴 정철의 관동별곡(가사)과 한문으로 쓴 안축의 관동별곡(경기체가)을 서로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밌다.

김금원의 <호동서락기>.
 김금원의 <호동서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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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기 중에 <호동서락기>가 특히 시선을 끈다. 이 글은 1830년 봄, '김금원'이 14세가 되던 해 여자 몸으로 남장을 하고서 낙산사와 금강산 등 각지를 돌아본 후에, 그때 보고 들은 것을 시로 써서 남긴 것이다. 그 시대에 낙산사와 금강산 여행은 남자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여자는 대문 밖을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시절에 14세밖에 안 된 여자가  그 멀고 험한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나이에, 그 시대의 인습을 깨트릴 수 있었다는 게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김금원은 원주 출신으로, 기생인 어머니와 몰락한 양반 가문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는 어머니의 신분을 따라 기생이 되었다가, 추사 김정희의 육촌 형제인 김덕희의 소실이 되었다. <호동서락기>는 여행을 마치고 나서 20여 년이 지난 뒤에 썼다고 한다.

해수관음공중사리탑 사리장엄구 일부.
 해수관음공중사리탑 사리장엄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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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중에는 '고려 수월관음도'와 '해수관음공중사리탑 사리구'를 눈여겨볼 만하다. 그 외에도 이 전시회에서는 연객 허필의 '관동팔경도병'과 겸재 정선의 '낙산사도' 등을 볼 수 있다.

수월관음도는 우리나라에 서너 점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유물이다. 수월관음도는 화려한 색채와 안정된 구도, 세련되고 섬세한 선이 우아함의 극치를 이룬다. 이 수월관음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회를 다녀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해수관음공중사리탑 사리장엄구는 2006년 낙산사 경내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해수관음공중사리탑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그 사리탑에서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사리구와 11점의 비단보자기가 나왔다. 붉은 색의 영롱한 사리병이 눈부시다.

겸재 정선의 '낙산사도'
 겸재 정선의 '낙산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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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양양 낙산사' 특별전과 함께 '21세기 낙산사 탐승견물록' 전시회를 함께 연다. 이 전시회에서는 현대 작가들이 '낙산사'를 주제로 그리고 쓴 그림과 글씨를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전시회다.

이와 더불어, 국립춘천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는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금강산의 불교미술' 특집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실에서는 '강원도 회양군 장연리에서 출토된 고려 후기 금동불상', '금강산 불교 유적을 그린 김홍도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국립춘천박물관 최선주 관장은 이번 전시회를 열면서 "관동팔경은 통천 총석정에서 평해의 월송정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여덟 곳의 승경을 말한다. 조선시대 사대부와 문인들은 이곳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관동팔경과 금강산 탐승을 갈망했고 또 수많은 탐승기와 시문 등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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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낙산사, #국립춘천박물관, #관동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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