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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예산심의가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4대강 사업예산이 쟁점이지만, 지역에서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복지, 환경, 교육 등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 예산심의에 대한 감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심성 예산들이 편성될 우려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지역풀뿌리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2010 예산참여 풀뿌리 행동'과 공동으로 현재 지방의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쟁점에 대해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그 지역에 있는 아동·청소년들이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방과 후 공부방의 수업 모습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그 지역에 있는 아동·청소년들이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방과 후 공부방의 수업 모습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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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아동·청소년들이다. 우리 사회의 한 쪽에는 부모들이 학원으로 돌리면서 관리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른 한 쪽에는 부모들이 먹고 살기에도 힘겨워 제대로 보살피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더라도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가정의 아동수가 70여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빈곤아동의 수가 그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견해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부모의 경제력, 가족의 상황에 따라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들이 미처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러지는 것이다. 채 스물도 안 된 나이에 세상의 절망을 모두 깨닫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을 몇 분 만났다. 열악한 환경에서 인건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운영하지만, 이 분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 아이들에게 필요한 여러 지원, 아이들이 성장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이런 것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우리 현실이다.

엉뚱한 곳에 쓰이는 예산

개인 의견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그 지역에 있는 아동·청소년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동·청소년, 그래서 사회와 학교에서도 소외되기 쉬운 아동·청소년들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모든 일을 제쳐놓고서라도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 사회의 건전한 시민이라면 이 정도의 상식에는 동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아동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자원을 배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 도시 홍보를 한다면서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효과도 의심스러운 광고에 펑펑 쓰고 있는 서울시, 3천억원짜리 호화청사를 만든 성남시의 사례를 보면서 '이 돈을 이 도시의 소외된 아동·청소년들에게 썼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서울시, 성남시같은 도시들은 재정자립도가 높고 비교적 재정에 여유가 있는 도시들이다.

그러나 이 도시의 시장들은 여유있는 재정을 방만하게 써 없애고 있다. 사실 재정에 여유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만큼 좋은 자리는 없다. 남한테 욕먹을 일만 안하면 남들로부터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자리이다. '있는 돈'을 쓰면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도시의 시장들은 돈을 함부로 써 왔다. 자신의 업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소외된 곳에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문제는 애써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극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관료들은 펜대나 굴릴 뿐이고, 현장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엉뚱한 곳에 정신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를 비웃는 자들

총 사업비 약 3222억원이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시청 신청사 모습.
 총 사업비 약 3222억원이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시청 신청사 모습.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데도, 시민의 혈세로 흥청망청하는 데 거리낌없는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업무추진비'라는 혈세로 비싼 밥먹고 술마시고 선물도 돌리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정서로 본다면, 설사 회의하고 밥먹을 일이 있더라도 5천원짜리 백반을 먹으면 될 것이다. 공공을 위해 일한다는 공복(公僕)이라면 그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굳이 1인당 몇 만원씩 하는 밥을 먹는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이렇게 낭비되는 돈들을 전국적으로 합치면, 연간 500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어떤가? 아이들 학교급식 예산은 깎으면서도 자기들 해외여행 경비는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의회 의장단이나 의원들이 쓰는 '업무추진비' 규모도 만만치 않다. 지방의회 의장단이 매달 수백만원씩의 업무추진비를 쓰고 있고, 의원 1인당 연간 610만원(광역) 또는 480만원(기초)의 공통업무추진비라는 돈을 쓰고 있다. 연구하고 자료수집하는 데 보다는 먹고 마시는 데에 쓰여질 가능성이 높은 돈이다.

관변단체들도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쌈짓돈처럼 빼먹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변단체에 '사회단체보조금'이라는 항목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만 하더라도 연간 300억원이 넘는 규모이다(2004년 조사결과). 물론 다른 명목으로 지원하는 예산까지 합친다면 그 규모는 엄청나게 커진다. 만약 이들 단체가 사회공익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단체라면, 그리고 본인들이 표방하듯이 자원봉사단체라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예산규모를 줄이고, 받은 돈도 반납하는 것이 옳다.

관변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은 것은 이런 질문이다. 단체 운영하고, 단체회관 지어서 유지하는 게 아동·청소년에게 필요한 예산보다 우선순위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가난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도 못하는 아동·청소년들이 많은데, 당신들 조직 운영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받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지이다.

연말에 김치 담궈 돌린다고 해서 도덕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조직운영비가 필요하면 회비로 운영을 해야 한다. 솔직히 나 같으면, 이렇게 어려운 시대에 자기 조직 운영하기 위해서 시민의 혈세를 지원받을 배짱은 없겠다. 그럴 돈이 있다면, 우리 지역의 어려운 아동·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그들의 자존과 자립을 위해 돈을 써 달라고 하겠다.

시민의 참여만이 희망이다

개인적으로 1998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에 참여해 왔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방자치단체예산을 들여다보고 감시해 오면서 느낀 것은 '양심없는 인간만큼 무서운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시민의 세금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오히려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역사상 지금처럼 양심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때가 있었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사실 지금 지방에서 권력과 영향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한 순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쓰여질 수 있는 소중한 돈들은 엉뚱한 곳으로 가버린다.

늦은 밤 동네 놀이터에서 부모를 기다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걱정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가난으로 인해 꿈을 잃어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TV에서라도 보면서 가슴 아파한 사람이라면, 내가 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 지부터 봐야 한다. 그리고 내년으로 다가올 지방선거 때에는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특히 가난한 아이들의 희망를 위해 시민의 세금을 쓰겠다는 후보자는 누구인지부터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


태그:#지방예산,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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