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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거주 철거금지'라고 써진 글씨가 생존을 위한 세입자의 몸부림처럼 보인다.
 '세입자거주 철거금지'라고 써진 글씨가 생존을 위한 세입자의 몸부림처럼 보인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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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난다. 동음이의어일지언정 이름을 이르고 있는 단어대로 될까봐 정말 겁난다.

작년 9월 5일, 대통령부인 김윤옥 여사는 국내 언론사 여기자 4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6개월여의 청와대 생활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마무리 발언에서 "이름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 들었는데, 대통령은 '밝을 명(明)'에 '넓을 박(博)'자로 널리 밝게 만드는 사람이고 꼭 그리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름 석 자가 반드시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선입견을 갖게 해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마당극이나 코미디프로그램에 익숙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마당쇠'나 '돌쇠'라는 이름에서는 머슴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변강쇠나 옥녀라는 이름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질펀한 정사의 장면이 떠오른다.

이름이라는 게 단지 누군가를 지칭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지만 작명소를 찾아 이름을 짓고, 개명을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그렇지만도 않은 게 이름이 가지는 의미며 현실이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노라니 걱정 아닌 걱정도 하게 된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의 이름을 "'밝을 명(明)'에 '넓을 박(博)'자로 널리 밝게 만드는 사람이고 꼭 그리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국민 중에 한 사람인 내 운명이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이름, 동음이의일지언정 사전에 나오는 광의적 의미대로 명박한 국민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명박'이라는 이름 두 글자를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서 검색하면 '명박하다'의 '어근'으로 나오는데, '명박하다'를 다시 검색해 보면 '운명이나 팔자가 기구하고 복이 없다'라고 나온다.

그래서 걱정이다. 대통령의 이름처럼 명박한, '운명이나 팔자가 기구하고 복이 없는' 나라와 국민이 될까봐 걱정이다. 내친김에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름과 같은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해봤다.

있으나 마나 한 승수 '1'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2MB를 2메가바이트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2메가가 아닌 2미리바이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2MB를 메가바이트나 미리바이트로 부르는 건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이나 포용력 등을 컴퓨터의 용량에 빗대어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전 찾아보니
명박(하다) : [형용사]운명이나 팔자가 기구하고 복이 없다.
승수 [乘數] [명사]<수학> 어떤 수에 곱하는 수. 10×5에서 ‘5’를 이르는 말이다.
우익 [右翼] [명사]1 새나 비행기 따위의 오른쪽 날개. 2 <군사>오른쪽에 있는 부대. 또는 대열의 오른쪽. ≒우군(右軍)·우익군.
만수 [萬愁] [명사]온갖 시름.
종환 [腫患] [명사]남을 높여 그가 앓는 종기를 이르는 말.
청수 [廳首] [명사]<역사> 재인청의 우두머리.
상희 [象戱] [명사]<운동·오락>예전에, ‘장기(將棋)’를 이르던 말.
경한(하다)[형용사] 사납고 거칠다.
하중 [荷重] [명사]2 <물리>물체에 작용하는 외부의 힘 또는 무게.
석기 [石器] ≒돌연모·돌연장.
성호 [城狐] [명사]성안에 사는 여우라는 뜻으로, 임금의 곁에 있는 소인배를 이르는 말.
성진 [腥塵] [명사]비린내가 나는 먼지라는 뜻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이르는 말.
상득(하다) [형용사] 서로 뜻이 맞아서 잘 통하는 상태에 있다.
시중 [명사]옆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하는 일.
빗댄 말일지라도 대통령의 능력이 2MB일 때 이를 확장하거나 보완해 줄 수 있는 첫 번째 보조기능이나 능력은 국무총리인데, 국무총리의 이름은 승수이다. 승수란 어떤 수에 곱하는 수를 말한다. 2MB의 국정수행능력에 보조능력을 더해주기 위해 1(한)을 곱해봤자 2MB밖에 되지 않으니 승수라는 이름은 2MB의 용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름이다.

우익, 상희, 청수, 하중

기세등등하게 등장했지만 멀리 날지 못하고 얼마 가지 못해 권력의 핵심부에서 곤두박질을 당한 비서실장의 이름인 '우익'을 검색해 보자.

유(有) 우익, 오른쪽 날개만 있다는 뜻이다. 멀리 날기 위해서는 양쪽 날개가 골고루 발달되어 있어야 하고, 균형 있는 날갯짓을 해야 하지만 이름에 얽힌 한계성 때문인지 한쪽으로만 열심히 날갯짓을 해대는 듯하더니 그렇게 곤두박질하는 신세가 되었다.

군방의 상희는 어떤가? '상희'란 예전에 '장기(將棋)'를 이르던 말이다. 강한 군대를 외치더니 잠자고 있는 동료를 살해하기 위해 수류탄을 투척하고, 철책선을 오가며 음주가 이루어질 정도로 군기가 난무했으니 이거야말로 장기(상희)판의 오합지졸이다. 뿐만이 나리다. 십 수 년 동안 국가안보를 내세워 반대하였던 서울공항과 관련한 논리를 장기 알이라도 뒤집듯 번복하고 있으니 상희가 이끌고 있는 군대는 장기판의 졸이 되었다.

경찰청장의 이름인 '청수'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임금님의 사진을 어진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 '어'라는 단어는 임금이라는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청수'란 재인청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로, 재인청이란 조선 후기까지, 경기·충청·전라 세 도(道)의 직업적 민간 예능인의 연예 활동을 관장하던 기구로, 각 군에 두어, 세습무(世襲巫)·화랑(花郞)·재인(才人)·광대 따위의 감독과 관련 사무를 맡아보았으며 광대청이라고 불렀던 곳이다.

대통령부인 김윤옥여사는 2008년 9월 5일 “이름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 들었는데, 대통령은 ‘밝을 명(明)’에 ‘넓을 박(博)’자로 널리 밝게 만드는 사람이고 꼭 그리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부인 김윤옥여사는 2008년 9월 5일 “이름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 들었는데, 대통령은 ‘밝을 명(明)’에 ‘넓을 박(博)’자로 널리 밝게 만드는 사람이고 꼭 그리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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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의 집단인 재인청의 우두머리인 청수처럼 오로지 국태민안과 민생치안을 위해 소용되어야 할 경찰력을 집권세력 혹은 한 사람을 위한 권력인 듯 민심 앞에 명박산성을 쌓고 있는 경찰총수의 행태는 한 사람의 마음만을 헤아리기 위해 광대 무리를 지휘하던 어용 청수의 작태다.

'하중'이란 어떤 물체 따위에 작용하는 외부의 힘 또는 무게를 말한다. 요즘 남북관계가 어떤가? 분단 이래 대결과 응징의 대상이었던 남북이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서히 서로 가슴을 열어가던 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대립하는 관계로 후퇴하고 있는 듯하니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는 민족의 가슴을 짓누르는 하중일 뿐이다.

종환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국토

경제는 만수이고 국토는 종환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하더라도 곤두박질친 대한민국의 경제는 시름덩어리이고, 역사에 유례없는 삽질로 4대강유역을 파헤친다고 하니 종기에서 피고름 흘러나오듯 전 국토 곳곳에서 흙탕물이 흘러내릴 것이니 대한민국의 국토는 곳곳이 종환이다.

코감기 정도로 살짝 지나갈 일시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라 서민들 처지에서는 사경을 헤매야 할 만큼 크고도 오래갈 듯하니 약한 만수가 아니고 강하디 강한 강 만수다. 4대강 유역을 파헤침으로 발생하는 국토의 환부 또한 흙탕물 정도만 흐르게 되는 가짜 종환(종기)이 아니라 뼛속까지 깊숙이 골병이 들만큼 중차대한 진짜(정) 종환이 될까봐 겁난다.

상형문자인 법(法=氵(水)+去)이라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 흘러가는 물처럼 민심의 흐름에 걸림이 없어야 하는 게 법이거늘 시위현장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잡아가고, 사이버 상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만 해도 잡아가거나 가둘 수 있는 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등 자칫 사납고 거칠어지기만 하니 유기물처럼 부드러워야 할 법이 쇳덩이(김)처럼 경한해지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신음소리로 흘러나오는 민심의 푸념조차 엿들어 권력자에게 일러바치는 소인배처럼 권력의 성안에 머물기를 자처하려 관련법을 추진하고 있는 어느 국회의원이나 휴대전화까지 감청하려는 국정원의 처세는 임금의 곁에 있는 소인배 같으니 성호, 성안에 사는 여우와 같다.

신도시개발에 내몰린 세입자의 가슴은 철망에 갇힌 절망이다.
 신도시개발에 내몰린 세입자의 가슴은 철망에 갇힌 절망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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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노릇이라도 하듯 명박산성을 쌓아 충성하던 청수의 뒤를 이어 지명된 석기는 IT시대에 돌도끼가 되어 국민들의 가슴을 도륙이라도 하듯 짓이기고 있다. 이러쿵저러쿵 하는 가운데 빠지지 않는 '재오'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니 '일오재오 [一誤再誤] [명사]한 번 잘못한 것을 또다시 잘못한다는 뜻으로, 선인의 잘못을 되풀이하거나 계속하여 실패함을 이르는 말'로 나온다.

여당에서 법 발의를 많이 하였다는 어느 의원의 이름 '성진'을 검색해 보니 '성진[腥塵] [명사] 비린내가 나는 먼지라는 뜻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이르는 말'로 나온다.

만수인 경제, 종환이 되어갈지도 모를 국토나 국민들의 가슴에 돌도끼질을 해대는 석기란 단어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가장 걱정인 것은 어지러운 나라가 정말 명박한 나라, 명박한 국민이 될까봐 그게 걱정이다. 형제끼리는 상득한지 몰라도 국민들의 시중을 들어야 할 공권력이 돌도끼가 되어 등극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시대를 뒤흔들고 있는 이런저런 사람들의 이름은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검색되는 이런 뜻이 아니고, 뜻글자인 한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겠지만 불편한 마음이라서 그런지 그들의 이름이라도 들어 세태를 탓하게 되니 살아가는 세상이 서럽기만 하다.


태그:#명박, #승수, #만수, #청수, #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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