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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사람은 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비보이 퍼포먼스 공연들의 ‘참을 수 없는 허술함’을. 창작의 치열한 정신은 빼놓은 채, 기존의 공연 구조에 ‘무대를 모르는’ 비보이를 삽입시킨 일련의 공연들을. 저항적 인디문화로 시작된 비보이의 정신은 사라졌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장사꾼이 그 빈자리를 꿰찼다. 이쯤에서 얘기해보자. <브레이크 아웃>은 비보이 공연 <피크닉>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것을. 그러니 알 만한 사람은 또 알 것이다. 이 공연, 뭔가 다르다.

 

'댄서'가 아니라 '배우'를 본다! 플롯에 맞는 그들의 몸짓

 

럼프, 그레이, 댄디, 트리키, 조우커. 이 5명의 인물들은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죄수들이다. 지루한 일상을 보내며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한 권의 비급(祕笈)을 발견한다. 믿기 어려운 신체의 변화를 겪는 그들은 탈주를 시도하고, 추적하는 경찰을 피해 좌충우돌하기 시작한다.


연기력. 이는 <브레이크 아웃>이 다른 비보이 공연들보다 더 평가받아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무대 위 출연진들은 여러 비보이 배틀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실력 있는 비보이 댄서들이다.

 

주목할 점은, 무대 위 그들이 ‘댄서’가 아니라 ‘배우’로 보인다는 데 있다. 출연진들은 이 무대가 장기자랑의 장이 아님을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몸의 언어’를 스토리에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몸짓은 플롯과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채플린이 떠오르는 코미디... '울림'을 주는 비보이 공연

 

<브레이크 아웃>은 기본적으로 코미디다. 비급에 적힌 내용을 설명하는 초반부 영상은,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여러 역사들을 비보잉과 재치 있게 연결시켜 웃음을 자아낸다.

 

죄수들이 감옥에서 체조를 할 때 교도관을 놀리는 장면에서는 찰리 채플린이 연상되기도 한다. 후반부 들어 이야기가 늘어지는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그 허물은 공연이 관객들에게 건네주는 여러 즐거움에 비해선 작아 보인다.

 

그리고 공연이 지니는 또 하나의 힘이 있다. <브레이크 아웃(breakout)>은 ‘탈주, 탈옥’을 의미한다. 비보잉의 대표적 정신 또한 ‘해방, 탈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를 갈망하는 죄수들과, 여전히 편견 속에 갇혀있는 비보이들은 겹쳐진다. 탈옥중인 죄수들이 환상 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은 그래서 울림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 아웃>은 비보이 공연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하나의 이정표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공연문화잡지 <씬 플레이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보이, #브레이크아웃,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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