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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서산시민센터(청년활력공간LAB)에서 열린 청년 경청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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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와 서산시대신문사, 그리고 사회를 위한 디자인(상임대표 한기웅, 공동대표 류종철)는 지난 6월 28일 지역 청년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산시가 청년의 마음을 듣다–청년 경청회'를 서산시민센터에서 개최했다.

좌장을 맡은 서산시대 고문 김경집 전 가톨릭대 인간학 교육원 교수는 "'경청'이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動機)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며 경청의 의미를 설명했다.

청년패널에는 △구범모 청년창업가(쉐이크잇이지 재즈라운지 운영) △김범태(어린이집 보육종사자) △ 김슬기 청년활동가(충청남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 김우영 대학생(건양대 글로벌프론티어학과) △ 김형태 서산 관광두레 PD △ 신혜민 청년창업가(민티크 양과자점) △ 윤원욱 대학원생(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이 참여했다.

 청년 경청회 이모 저모

경청회는 소득의 양극화, 취업난, 주거난, 결혼 및 출산율 저하 등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해 청년층이 현 시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묻고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시 청년들은 청년 정책과 청년의 삶이 괴리된 원인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 참여 기회 배제 ▲청년을 지역 활성화와 정치의 '도구'로 여기는 사회 인식을 꼽았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 수립, 청년의'삶의 질'에 대한 관심, 정부의 섣부른 개입보다는 지원자가 되어 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당부키도 했다.

또한, ▲서산의 정체성을 살려 젊은 층을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지역사회와 대학 등 교육기관 간의 연계사업 활성화 ▲청년끼리의 소통의 장 마련 ▲초기 창업자에 대한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지금의 청년들은 비대면 중심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충분한 역량을 지녔다"며 "청년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이를 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진 서산시대 대표는 "오늘 서산시 청년들의 이야기를, 마음을 들었다. 비판도 들었다. 하소연도 들었다. '청년 시대'를 말하면서 청년들이 설 자리조차 만들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치가 변하고 행정이 변해야 한다. 서산시대신문사와 사회를 위한 디자인이 서산시와 함께 어렵게 시작한 "청년의 마음을 듣다"는 프로그램은 서산에 청년시대를 여는 그 날까지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시는 경청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검토해 시정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며, 향후 청년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해 정례화하는 방안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서산은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
청년들의 연대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서산시가 청년의 마음을 듣다' 경청회에서 나온 청년 패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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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범모 청년창업가(쉐이크잇이지 재즈라운지 바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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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프로그램(컨텐츠)에 청년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야가 많다. 서산은 지역 특성상 타지에서 온 근로자들이 상당수 있으나,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콘텐츠가 전무한 실정이다. 휴일에는 타지로 나가 소비를 하고, 외지인들은 서산을 찾지 않는다.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정착시켜 외부 유입과 서산시민의 락(樂)인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영상 제작 및 편집, 악기, 전자음악, 미술, 와인, 요리, 베이킹 등 흥미를 가질만한 실용적인 프로그램들 위주로 원데이클래스를 개설하고, 서산 내에서 강사를 모집한다면, 일이 없어 서산을 떠나는 해당 전공자와 종사자들에게는 활력을, 서산시민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산은 팔봉 감자, 육쪽 마늘 축제 등이 있지만 젊은 층의 참여를 유도하기엔 지역 특산물에 국한될 뿐 그 한계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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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태(어린이집 보육종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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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청년수당, 근로 장려금 등을 지원하지만 돈 보다는 정말 '우리들이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 우리는 노력해서 받는 정당한 임금을 원하지 국가에서 거저 주는 돈을 원하지는 않는다. 돈보다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아지길 원한다.청년들에게는 결혼과 육아에 필요한, 아니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이 자기개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 지원'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산공단 등 공장에서 근무 할 수 있는 환경이 용이한 서산에서는 공단 외에 구인구직이 결코 쉽지 않다. 구인하는 사업장은 높아진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끼고, 구직하는 사람은 높아진 급여 및 기타 장려금에 하루 벌어 하루 놀거나, 몇 달 일하다가 그만두고 실업급여로 논다. 제대로 된 근로의지가 없다.

일자리의 안정성 및 다양성을 위해서 구인하는 사업장에게 6개월 또는 1년 이상 채용했을 때 세제 또는 환급 등으로 높아진 임금 부담을 덜게 하여 일자리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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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슬기 청년활동가(충청남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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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비수도권 중 어디에 거주하냐에 따라 청년의 삶 전반에 많은 차이가 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유출은 학업으로 인해 발생한 1차 유출이 구직 시점에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체감도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역사회가 청년들이 막상 지역사업에 참여한다거나 주도할 시 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거나 꺼리는,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원주민 세대 즉 유지와의 갈등과 더불어 사업추진 과정에 청년층을 배제시키는 경우가 많아 청년들의 접근 보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청년기본법이 시행되고, 청년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정치적인 이익을 얻으려고만 했다.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지난 과거를 되풀이하고 말 것이다.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이 가장 필요하겠고, 이를 알기 위해서는 행정의 혁신도 시행되어야 한다. 소통은 공감을 만들어내고, 공감은 또 다른 소통을 모색하는 창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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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영 대학생(건양대학교 글로벌프론티어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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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에 취업을 할 경우 사회초년생이 여건에 따라 월세를 살다가 돈을 모아서 전세로 가고, 집을 사고 하는 루트로 가겠지만 전세금액과 매매금액이 비슷하다 보니 초년생들은 부모의 도움없이는 내집 마련은 꿈같은 얘기다. 이른바 N포세대까지 와버렸다. 알바나 하면서 '나혼자 재밌게 살지' 하는 시대까지 찾아올까 걱정이 된다.

정치인들 권력 싸움에 청년들은 궁금하지 않다.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만 궁금하다. 지역 내에서 취업을 할 만한 정보라든지. 청년들에게 맞는 정보공유 시스템이 많이 부족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이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지역 내에 있는 대학을 활용한 연계사업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지역 내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타 지역의 학생이라도 지역 내에 취업을 할 때 기업 내 1순위 취업 보장권을 준다고 한다면 좋을 것 같다.

지역내에 상주해 있는 기업정보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과 초·중·고 교육시간을 연계해 지역내에 어떠한 기업이 있는지 실질적인 교육과 그 기업들에 대한 자료가 필요할 것 같다. 부디 청년정책이라면 당장이라도 눈앞에 보이며 누릴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청년정책이 부디 청년의 이야기가 반영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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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서산시 관광두레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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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청년정책의 목표 네 가지 중 첫 번째는 청년들과 소통하고 참여하는 청년정책사업 구현이다. 하지만 행정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듣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서산은 인구 약 18만의 도시로 청년이 4만 5천 명, 25%가 넘을 정도로 인구 구성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연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그만큼 반영되는지, 행정에서는 또한 얼마나 귀기울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시민센터 내 개소한 청년활력공간LAB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가 있었다. 충남도 내에서도 빠른 편이었고, 제대로 된 청년 공간 하나 없던 도시에 청년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고 하니 모두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사업진행 과정에서 구성된 청년위원회, 청년네트워크위원회가 있음에도 청년들과는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 일부 위원들이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업의 방향성 논의 및 진행과정에 대한 공유를 요청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의견은 모두 묵살됐고, 행정에서 계획한 대로 사업이 진행됐다.

청년정책위원회 회의자료에 보면 청년활력공간LAB의 주요기능으로 청년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취창업 프로그램 지원이 엄연히 명시되어 있다. 청년활력공간LAB을 방문해본 사람은 누구나 느낄 수 있듯,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운영은 찾아볼 수 없고, 그냥 빈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 회의실이 있는 게 전부다.

한 가지 덧붙힌다면 서산시민 모두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해미읍성축제를 들여다봐도 청년들의 참여는 굉장히 저조함을 알 수 있다. 올해 해미읍성 축성 6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추진위원회의 경우 30명의 위원 중 청년은 3명밖에 찾아볼 수 없다. 그마저도 올해 문화재단에서 사업을 추진하며,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시도로 관광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를 비롯한 일부 청년들이 어렵게 합류된 것이며, 이전까지는 청년을 찾아보기도 힘들고, 위원들의 평균나이 60대라고 들었다.단순히 청년들을 주축으로 해달라거나 청년이 옳다는 소리가 아니다. 최소한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서산의 청년들은 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경제활동을 시작하며, 엄연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서산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참여의 기회가 적거나, 참여하더라도 단순히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청년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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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민 청년창업가(민티크 양과자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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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창업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다 보면 가장 부족한 것 중에 하나가 '돈'이다. 하지만 청년창업대출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다. 청년들은 돈이 없을 때 최악의 경우에는 금리가 높은 사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이고 낙관하기 힘든 시장이니 청년들은 도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청년창업대출의 신청조건과 자격조건을 완화해야 한다. 또 회사에서 신규채용을 한다고 해서 가보면 대부분 경력직을 뽑는다. 청년들은 시작부터 막혀 버린 채로 좌절한다.

고용주들은 '믿고 쓸 사람이 없다'고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정보는 많지만 신뢰 있는 정보를 구별할 수 없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신뢰성 있는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본다.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닌 신뢰와 존중을 기준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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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원욱 대학원생(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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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지역을 활성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과 함께 소통하고 상상하는 청년문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더불어 창업에서 운영지원까지 청년이 주도하는 청년종합지원센터 및 청년문화쇼핑몰, 청년문화와 청년유통 프리마켓 등이 뒷받침되면 좋겠다.

지역 청년들로만 구성될 때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양질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문제와 재정적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지자체가 협업을 통해 길을 열어 주고, 지방 청년들에게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양질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네트워크 형성 정책이다.

서산의 청년들은 소비할 여유가 있지만 소비할 대상이 지역에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서산에는 호수공원이라는 비교적 신생의 먹거리 골목이 있고, 레트로 감성의 원도심, 재생이 가능한 로데오거리도 존재한다. 지방정부와 서울 및 수도권의 대학 그리고 전문가가 협업하여 공모사업을 펼치거나 청년육성사업으로 보다 양질의 공연 및 전시지원을 제공한다면 서산에서도 충분히 청년들의 지갑이 열린다고 본다.

청년 정책이란 청년이 주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게 맞다. 만약 청년이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데 있어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정책에 대한 적응과 대응이 어렵다. 청년 정책을 수립하고자 모인 집단에 청년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정 비율 이상의 청년세대를 보장하고 부족한 부분을 기성세대 및 다른 이해관계자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태그:#청년경청회, #서산시대, #서산시, #청년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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