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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강연을 본 적이 있다. 인공지능이라 하면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 속 몇몇 장면을 떠올리는 게 다던 내게 강연의 내용은 놀랍기만 했다. 뇌과학은 지난 몇 년 새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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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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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는 예전에 내가 봤던 그 강연과 맥을 같이 하면서 인공지능의 최신 경향까지 담고 있었다. 책에서 김대식 교수는 본인도 이렇듯 빠른 발전은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4, 5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영화에나 등장하는 공상일 뿐이라고 본인도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딥러닝 알고리즘이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벌인 알파고를 탄생시킨 바로 그 알고리즘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슈퍼컴퓨터조차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별하지 못했지만,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사물 인식을 잘 한다. 영상을 틀어주면 상황인식까지 가능하다. 이 역시 딥러닝 알고리즘 덕분이다.

딥러닝은 인간의 신경만을 본떠 만든 알고리즘으로, 인공신경망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인공신경망이 인간의 신경망보다 층수가 깊다. 인간의 신경망은 보통 10층에서 20층인 반면, 알파고 인공신경망의 경우는 무려 48층이었다. 층수가 깊을수록 더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고가 가능하다.

추상적 사고는 지적인 인간이 그 어느 생명체보다 잘 하던 바로 그것이다. 직관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추론으로 미래를 예측하던 인간.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도 인간의 이런 능력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흉내를 넘어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과학자들조차 알파고의 능력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습하는 기계의 등장은 호모 사피엔스만의 영역이었던 대부분의 지적인 노동 역시 자동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동화되는 순간, 지적인 노동 역시 대량 생산되기 시작할 것이다.' - 본문 중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겼을 때, 우리는 "와, 알파고 대단한데!"며 남 일 보듯 환호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켜본 그 바둑은 단순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었고, 그 대결에서 인간이 졌다. 인간의 육체만을 대리하던 기계가 이제는 지능마저 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눈 앞에서 확인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계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인공지능 역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인공 지능이 불러올 변화는 그간의 변화와는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지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할 수 있단 말이다. 우리는 그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계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러니 미래의 인간 대 기계의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하리란 보장이 없다. 방법을 몰라 못했을 뿐이지, 방법만 알면 기계는 언제나 우리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자랑해 왔으니까. 몇 년 전엔 강아지도 못 알아보던 기계가 이제는 사물을 우리 인간보다 더 잘 알아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김대식 교수는 "역사적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자고 말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이 살아남을 방법

책에선 인공지능이 어떤 실패를 거쳐 어떻게 발전해 왔고, 특히 딥러닝이 무엇이고 딥러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중 딥러닝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때문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SNS에 각종 이미지와 정보를 업로드하는 우리 모두. 우리 모두가 올린 정보들이 빅데이터가 되어 인공신경만을 갖춘 딥러닝을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모아 준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인공지능엔 두 종류가 있다.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이다. 강한 인공지능은 영화 속 터미네이터를 연상하면 된다. 독립성, 자아, 정신, 자유의지가 있는 인공지능이다. 책의 마지막에 김대식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이 도래한 사회 모습을 예상했는데, 아직 이 세상에 강한 인공지능은 없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이다. 약한 인공지능이란 "세상을 알아보고 알아듣고, 이야기하고, 글을 읽고 쓰고, 정보를 조합하고, 이해하는 것을 사람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수행하는" 걸 한다.

즉, OECD 국가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정보를 알아보고, 보고서 쓰고, 강연하고, 강연을 듣는 일" 등인데 이는 모두 약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인 셈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일들은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 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탑재한 인공지능은 지금 산업 전반으로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2016년 초, 페이스북은 딥러닝 기계를 통해 동화책을 쓰기도 했고, 미국 시트콤 <프렌즈>와 애니메이션 <심슨>의 새 에피소드도 인공지능이 써냈다. 기계가 써낸 에피소드는 인간이 써낸 것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고 한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의 경제학과에서는 약한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이 세상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제 더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일을 해선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우리는 알파고의 우승에 두려움을 느꼈다. 인공지능이 더 발전한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을 기계가 더 잘하게 될 것이고, 그 말은 우리가 할 일이 사라진다는 뜻 아닌가. 책에서 언급된 사라질 직업으로는 콜센터 직원, 변리사, 변호사, 교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맞서 우리는 우리의 어떤 능력을 개발해야 할까.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창의성이다. 창의력을 요하는 일을 해야만 기계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김대식 교수는 말한다.

'미래에는 약한 인공지능, 인지자동화가 실천되는 순간 창의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립니다. 창의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여기서 창의적이란 새로운 가치, 즉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혹은 처한 상황과 세상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 또는 분석해서 얻어낸 결론을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도전정신과 같은 것이죠.' - 본문 중

약한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까지 침투하는 데는 길어봐야 20~30년쯤 걸린다고 한다. 지금 태어났거나 10대인 아이들이 20, 30대가 됐을 때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지금 창의력을 기르고 있을까. 김대식 교수는 말한다. 인공지능은 이제 더는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덧붙이는 글 | <김대식의 인간 vs기계 >(김대식/동아시아/2015년 04월 12일/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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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동아시아(2016)


태그:#인공지능, #김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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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킥복싱>, <매일 읽겠습니다>를 썼습니다. www.instagram.com/cliannah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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