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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광역단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한 조로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과 관련된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의 존치 여부 문제와 함께 지방 선거의 판도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출마를 결심한 일부 교육감 후보들은 러닝메이트 제도에 대비해 정치권의 인사들을 만나는 물밑 작업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광역단체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러닝메이트제로 치르자는 대안은 꽤 옛날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1996년 11월, 정부와 당시 신한국당은 이와 같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야당과 교육계의 반발로 접은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부터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할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해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굉장히 섬뜩한 이야기이다. 일단, 러닝메이트제 도입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필연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다. 교육감 후보가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은 광역단체장 후보와 한 조를 이룬다면, 교육감 후보와 그 정당 사이에는 끈끈한 관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교육감 선거도 정당공천제로 바꿀 일이다. 그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정말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된다면, 교육감 후보들 간의 선거 경쟁에서 무슨 말들이 오갈지는 명약관화하다. 교육 현안에 대한 토론보다는 그 당시 첨예한 정치 이슈들을 둘러싼 논쟁들이 난무할 것이다. 일선 교육의 최고책임자인 교육감을 뽑는 선거를 이념대립의 장으로 변질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권자들은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교육을 받고 자라야 할지를 고민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는 그 선택권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인 셈이다.

또한 한 개인의 정치와 행정 전반에 대한 성향과 교육에 대한 성향은 다를 수 있다. 이는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의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증명된 바다. 하지만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를 한데 묶어 버릴 경우, 유권자들은 하나의 선택권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될 경우,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이 하나의 틀로 통합되면서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예속'에 불과하다. 설령 현행 제도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될 만한 일들이 양산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교육자치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연히 치러야 할 비용에 해당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삼권 분립도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제도가 아닌가.

헌법 31조 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은 정당의 교육감 선거 개입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광역단체장과 달리 교육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정당공천 배제와 특정 후보 지지 행위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일로, 결코 정치의 부속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정치의 시녀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태그:#지방선거, #교육감, #러닝메이트, #교육, #교육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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