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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작정하면서 집짓는 과정을 보고 들은 대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글만 읽고도 집 짓는 상황을 그림처럼 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기록할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집짓는 현장을 묘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우선 나 자신부터 건축 용어도 이해를 못할 뿐 아니라, 쓰이는 자재들의 이름을 외우는 일도 만만치 않았고, 거기에 눈에 보이는 현장의 도구나 또 일꾼들의 손놀림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표현력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집 짓는 이야기가 개인적인 느낌을 기록하는 일기 형식이 되고 만 것 같다. 앞으로도 아쉽지만 개략적인 현장 관찰 기록에 덧붙여 개인적인 소견을 정리하는 정도로 써야할 것만 같다.

읽는 분들의 양해를 구하고 싶다.

지난 8일, 갑자기 하루를 앞당겨 자재 반입과 더불어 9일부터 집의 골조를 세우기 위한 깔도리 공사를 시작한다는 연락이 왔다.

공사를 시작해도 기초에 무리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는 대답이었다. 골조를 올린다고 바로 콘크리트를 덮지 않기 때문에 일정기간 기초 콘크리트를 굳히는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승낙했다.

먹줄을 놓아 집의 정확한 공간을 확정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 깔도리 공사의 시작 먹줄을 놓아 집의 정확한 공간을 확정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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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도리 공사는 골조를 세우기 위해 기초 콘크리트에 박아놓은 앵커에 방부목을 고정하는 작업이다. 일은 단순한 것 같지만 건물을 세울 기초라는 점에서 방수는 물론 특히 수평을 제대로 잡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설계도면을 보면서 치수를 재어 먹줄을 놓고 방수 시트를 깐 다음 앵커에 맞추어 방부목에 구멍을 뚫는 일도 어려웠지만 다시 그 위에 기초 목재를 얹고 수평을 잡는 일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팀장과 젊은 목수 두 사람이 거의 한나절을 그 일에 매달렸다. 기술적으로 콘크리트 수평이 맞지 않은 것인지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방의 윤곽, 거실의 넓이, 화장실의 크기 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공간의 구획이 이루어졌다.
▲ 깔도리공사 공간의 구획이 이루어졌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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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은 외벽의 골조를 조립하여 세우는 작업을 했다. 팀장은 기획을 하고 나이든 문목수는 팀장이 불러준 치수에 맞추어 나무를 재단하고 두 젊은이는 골조를 제작했다. 그들의 분업과 협동의 공정을 지켜보면서 목수도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단순 노동이 아니라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어려운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외벽은 두께 2인치 6인치의 목재를 사용하였고 간격은 출입문의 위치 등에 따라 약간씩 달랐지만 대개 60cm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천장까지 높이는 270cm로 잡았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220cm 정도라니 높은 편이다. 10일은 외벽을 세우는 일로 하루가 지나갔다. 집과 세상의 안과 밖이 구분지어진 것이다.

집의 윤곽을 알 수 있었다.
▲ 외벽골조세우기 집의 윤곽을 알 수 있었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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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2인치 4인치 목재로 내벽을 조립하여 세우는 작업을 했다. 말하자면 집안에 다시 더 깊은 안을 만드는 과정인 셈이었다. 현관문의 크기, 방안의 창, 욕실 창의 형태가 드러나면서 집 내부의 구조를 보다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12일 토요일, 마침내 지붕을 올렸다.

지붕의 각이 세면 외부에서 보기는 좋으나 주변 지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각이 낮으면 자칫 밋밋할 수 있다는 목수들의 말 때문에 지붕의 각을 27도로 할 것인가 아니면 30도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30도로 결정했다. 일반적인 목조주택의 지붕은 그렇게 한다는 의견을 따른 것이다.

집을 지으면서 나는 다시 설계를 현장에 완전하게 일치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안방의 욕실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샤워기와 세면대, 변기의 배치도 그런 예일 것이다. 그림으로는 가능했지만 현실적으로 샤워부츠를 설치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건넌방의 출입구 위치, 주방 창의 크기,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등 크고 작은 부분들이 설계대로 할 수 없었던 점도 또 다른 사례일 것이다.

특히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은 지붕의 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관계로 인해 설계를 변경해야 했고 서재 벽의 일부에 계단의 흔적이 드러날 수밖에 없게 될 것 같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집의 외형적인 윤곽이 그러난 모습이다.
▲ 지붕 골조공사 집의 외형적인 윤곽이 그러난 모습이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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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일요일임에도 공사는 강행되었다. 내가 재촉한 것이 아니라 다음 일정을 고려한 목수들의 사정 때문이었다. 지붕을 합판으로 덮는 작업 내부에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드는 작업 등 목수 일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 든 것 같다.  

집짓기는 안과 밖을 구분하는 작업으로 보인다. 집은 가족의 공간이면서 또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사생활을 담보하는 공간이다.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려는 개인들이 자신의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집은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일을 마음에 드는 한 편의 좋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즐거움도 있었다. 화물차에 짐짝처럼 실려 온 나무들이 사람의 손놀림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변신하는 과정, 그리하여 한 채의 집이 되는 과정은 쉽게 눈을 떼기 어려웠다.

특히 골조를 세우는 목수들의 작업은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 흥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옛부터 집짓는 일에는 좋은 목수를 만나는 일이 첫째라고 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이름 있는 회사보다는 좋은 목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하게도 아직까지는 좋은 목수를 만난 것 같다. 일하는 태도가 정확하고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집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온전한 집이 되기까지는 할 일이 많다. 골조가 세워진 후에 전기 수도 등 설비 공사, 단열공사, 지붕을 덮는 일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어쩌면 지금도 시작인줄 모른다.

목수들이나 인테리어 기술자들이 쓰는 용어를 일일이 기억에 담고 싶지는 않다. 오직 튼튼하고 보온 단열이 잘 되는 집,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살 집을 위해 그저 지켜보고 변화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작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골조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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