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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의 시대입니다. 고유가를 맞아 서울의 교통흐름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서울의 교통혼잡비용은 연간 7조 원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자동차 한 대 당으로 계산해 보면 연간 240만 원이나 됩니다. 경제도 어려운 요즘 서울에서는 차가 막혀 개인이 주유비, 자동차세, 보험료 외에 더 부담하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자동차 수요관리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동차 중심의 교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8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안합니다.

고유가에 서민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다보니 지식경제부 장관이 기름값 조정을 하고 나섰다. 고유가는 대책이 없다던 서울의 교통 흐름도 바꾸어 놓았다. 비싼 기름 값을 부담스러워 하는 시민들이 하나 둘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이 차를 버리니 길은 수월해졌다지만 대중교통에 몰린 출퇴근길 시민들은 밀어넣고 밀어넣은 지하철에 구겨 타거나 그도 아니면 몇 대 놓치기 일쑤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중앙차로제가 생겨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승하차 문에 껴서 달리다 보면 하루 에너지를 아침부에 다 소모한 느낌이다. 

고유가 등 극단의 상황이 와야만 차를 버리는 사람들. 하지만 막상 차를 버려도 편안하게 타고 다니기 힘든 대중교통. 서울환경연합은 이렇게 심각한 서울의 교통혼잡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고민했다.

혼잡통행료를 확대하자는 캠페인.
 혼잡통행료를 확대하자는 캠페인.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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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서울시의 자동차 수요관리 정책에 대해 살펴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 4기 선거 때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해 서울시민들의 수명을 3년 더 연장하겠다며 강남 일대와 사대문 안에도 혼잡통행료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오 시장은 2008년 혼잡통행료 제도를 확대하겠다며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뜻은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대신 서울시는 주요하게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백화점, 마트, 대형 병원, 대형 쇼핑몰 등의 특별시설물들을 관리하겠다고 선회하며 마무리했다. 

그리고 만 2년이 흘렀다.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과 지역을 관리하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에 힘 입어 교통혼잡은 좀 나아졌을까. 답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아니오'다. 서울의 교통혼잡비용은 연간 7조 원을 넘어선 지 오래지만 줄어들 기미가 없고, 대기오염도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은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교통수요관리정책 중 주요하게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과하고 있는 교통유발부담금 납부 실적 자료에 대해 먼저 살펴봤다.

시설물의 교통유발부담금은 1990년 서울의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시설물들에 출입하는 차량 수요 조절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현재 교통유발부담금은 도시교통촉진법에 따라 시설물 각 층 바닥면적의 합계와 단위 부담금, 교통유발 계수를 곱한 값으로 산정되며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 내 1000㎡이상 건물에 부과하고 있다. 유발금은 단위부담금과 교통유발계수를 중심으로 산정되는데, 이용자 수, 매출액, 교통 혼잡정도, 위치, 시설물의 용도 등을 고려하여 지자체별로 조정할 수 있다. 

시설물의 교통유발부담금, 전체 교통혼잡비용의 1% 수준

그런데 납부실적을 보며 눈을 의심케 하는 결과가 있다. 25개 지자체에서 주요하게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들이 납부하고 있는 금액은 서울시 전체 교통혼잡비용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2007년도 서울시 교통혼잡비용은 7조 137억 원이었다. 이에 비해 교통유발부담금은 699억 원으로 0.98%, 즉 약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설물의 교통유발부담금이 서울의 교통혼잡 비용의 단 1%정도만 책임지고 있는 이 부당한 현실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 자동차 등록 개수, 교통혼잡비용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20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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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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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통유발부담금 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서울시는 교통혼잡 지역과 정도에 상관없이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25개 자치구별 교통유발부담금 납부 내역을 보면 강남구가 전체의 18%, 영등포구 9.6%, 중구 9.2% 등으로 상위 5개 구의 교통유발부담금이 전체 금액의 50%을 넘고 있었다. 이는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 시설물이 몇 개구에 집중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이 지역에 대한 교통 혼잡 특별 관리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별 교통유발 부담금 납부액
 서울시 자치구별 교통유발 부담금 납부액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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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교통유발부담금을 혼잡 지역에 상관없이 연면적 3000㎡ 이상, 부설주차장 10대 이상인 경우는 단위부담금 700원을 부과하고 있으며, 그 외 1000㎡ 이상 시설물인 경우에는 단위부담금 350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것 외에는 교통유발계수를 용도별로만 정하고 있어 (예- 공장(0.47)∼백화점(9.83)) 집중적으로 혼잡이 유발되는 지역을 관리할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지도 못했다.

즉, 서울외곽에 위치한 백화점이건 명동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이건 면적만 같으면 같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부가하여 교통 수요를 조절하고자하는 제도의 취지 자체를 무색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을 가진 기업체 입장에는 이미 정해진 고정 금액을 납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을 찾는 이용자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굳이 자가용 이용을 억제시킬 필요가 없다. 부산시가 도심지를 1급지와 2급지로 구분하여 3단계로 단위부담금을 차등 적용, 상대적인 교통 혼잡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서울의 교통 문제가 이미 포화상태에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차가 늘어나는 만큼 도로를 만들겠다는 공급위주의 정책은 답이 될 수 없다. 서울시는 교통혼잡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교통혼잡 유발 시설물들에 대해 실질적 관리를 해야 한다. 또, 현재 남산 1,3 호 터널에 부과되고 있는 혼잡통행료 부과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기업체들도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 개선, 교통혼잡 완화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 등 서울시의 교통수요 관리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지현 기자는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교통혼잡유발금, #자동차테러, #대중교통, #고유가,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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