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 2011 특별생방송 <대한민국 국군, 우리가 응원합니다>에 출연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KBS 2011 특별생방송 <대한민국 국군, 우리가 응원합니다>에 출연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KBS

관련사진보기


21일, 금요일 아침 10시에 방영한 <대한민국 국군 우리가 응원합니다> KBS 특집 방송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KBS 김인규 사장이 지시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성금 모금 행사는 대한민국 국군이 사용할 발열조끼 비용을 모은다는 다소 황당한(?) 취지였기 때문입니다.

'국군 관련 물품을 왜 국민 성금으로 충당하지? 국방비로 하면 되지 않나'

필자는 방송을 보는 내내 의아했습니다. 국가가 아닌 국민 성금으로 모은다는 취지에 고개가 갸우뚱해졌기 때문입니다. 국가 예산으로 해야 할 국군 물품 비용을 국민 성금으로 모아? 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국가 위기 상황이던 IMF 때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60년대라면 또 모를까, 1년 국가 예산이 309조1천억 원(국방예산 31조3천억 원)이나 되는 지금 국군 물품을 성금하라는 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블로거들 반응을 탐색해보니 재밌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한 블로거는 '강남구 보도블록 교체를 위한 구민 성금 모금운동' 같은 모금 행사도 조만간 볼 수 있겠다는 우스갯소리를 적어났습니다. 다른 블로그에선 '세금 가지고 뭐 하길래 군인들 발열조끼 못 사 입히냐'는 볼멘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런 의아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KBS의 <대한민국 국군 우리가 응원합니다> 성금 모금 방송은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성금 행사장에선 유수의 기업들이 몇억씩 기탁하고, 또 성금을 손에든 시민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 모금에 대해 '우리 국군 장병들의 발열 조끼를 자발적 국민 성금으로 사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이 추운 겨울에 국군이 발열조끼를 입고 따뜻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 '성금' 형식의 모금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을 왜일까요. 혹 이런 의문 가진 적 없으신가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의 발열 조끼 비용을 왜 국가가 아닌 국민이 내야 되는지 말입니다.

발열 조끼 성금? 4대강 예산으로 메우시지요

국민들의 성금으로 국군 발열조끼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국격에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과거 30~40년 전에야 나라에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OECD 10위권 경쟁력을 가진 경제대국이자 '2010 G20세계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을 맡기도 한 나라 아닙니까. 그런 나라가 국군이 입을 발열 조끼 예산 하나 마련하지 못해, 국민 성금으로 이를 충당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발열조끼성금'은 국민의 애국심을 부추기기 전에,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MB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예산이 없어 국군 발열조끼 비용을 국민에게 의지한다는 것,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그래서인지 국방부가 이번 성금에 대해, 다음 아고라에 남긴 해명을 보고 있으면 괜히 얼굴이 빨개집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전력증강 분야에 예산이 우선 지원되어 국군들 발열조끼 살 예산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국방부의 해명 말입니다. 결국 돈이 모자란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왜 돈이 부족한 것일까요?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사태 및 연평도 도발로 인해 전력증강분야에 예산이 우선 지원될 수밖에 없는 제한된 국방예산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 국방부 대변인실 정책홍보담당관이 19일 다음 아고라에 남긴 글

글 속 '제한된 국방예산'이란 표현을 찬찬히 뜯어보면, 국방 강화를 외치지만 국방비 증가율이 이전 정부보다 적은 MB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게 됩니다. MB 정부에서는 2009~2010년 국방비 증가율이 5.6%에 그쳤습니다. 이전 참여정부의 2005~2008년 국방비 증가율은 8%에 비교해본다면 차이가 엄청납니다.

총지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여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에 비해 국방비가 높았지만, MB정부는 오히려 낮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감소된 증가율이 국방부의 예산 운용에 영향을 미친 듯 보입니다. 물론 31.3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가진 국방부가 20억 원 정도의 발열조끼 비용에 대해 예산 탓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 MB 정부의 국방비 증가가 예년만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난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장병완 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가 6·15, 10·4 남북공동선언을 무력화시키면서 시종일관 대북 강경책을 고수한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예산 투입 노력은 게을리 했다"(<머니투데이> 기사)고 지적한 발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국방비 증가율 감소가 복지를 위한 투자라면 그나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4대강 사업과 영부인이 발족 한식세계화, 그리고 대통령 퇴임 후 사저 인근 경호시설 건설 같은 곳에 우선적으로 쓰이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2011년 4대강 예산은 2010년 대비 16.8%나 오른 무려 9.6조 원입니다. 영부인이 관여하는 한식 세계화 예산도 242억5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하는 사저 경호시설 부지매입으로 4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수십조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굵직한 사업들을 시행하기 위해 국방마저 넉넉히 예산을 편성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대강, 한식 세계화, 경호시설 부지 매입 등 굵직한 사업들을 보면 MB정부를 부자정부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그 부자정부가 국군 장병들의 추위를 막아줄 수십억 정도의 발열조끼 예산 편성에는 인색하다는 점이 화가 납니다. 도대체 막대한 국가 예산을 어디다 쓰기에 군인들이 겨울 추위를 견딜 방한 물품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런데 더 나아가 국민에게 성금으로 이 발열조끼 비용을 모으다니요. 과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성금으로 발열조끼를 챙겨줬다고 국군 사기가 오를까요? '추위에 떨고 있는 국군을 위해 성금을 내세요'라는 불우이웃돕기식 모금은 국군의 사기를 높이긴커녕 있던 사기조차 깎아 먹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국방을 강조하면서도 자주국방에 대한 투자는 더디기만 하고, 급기야 군인에게 보급해야 할 물품조차 국민 성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MB정부의 모습은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국가 안보가 중요하다고요? 그럼 그에 걸맞는 예산을 배정하고, 국군을 위한 복지 예산을 편성하십시오. 국군의 복지를 국민에게 떠넘기지 마십시오. 애국심 운운하며 국민 성금으로 국군의 발열조끼 비용을 충당하는 현 작태는 우스꽝스럽습니다.


태그:#방열조끼, #이명박 레임덕, #성금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