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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에 사용하는 기물을 짚으로 만들었다. 농사를 짓고 난 뒤에 짚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이 되었다. 초가의 지붕을 얹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각종 짚으로 만든 망태, 멍석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 짚으로 만든 것 중 하나인 '탈구'가 있다. 탈구는 짚으로 만든 채찍이다. 이 채찍을 머리 위로 돌리다가 낚아채면 '탕'하고 커다란 소리가 난다. 이 소리로 새를 쫓아냈다는 것이다.

 

탈구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새끼를 꼬아 채찍과 같이 만든다. 손잡이는 적당한 굵기로 만들고, 중간은 굵게 한다. 그리고 끝은 가늘게 해서 2m 정도의 길이로 만든다. 이것을 이용해 새를 쫓아냈다.

 

양력 8월이 되면 새들이 힘들게 지은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새들이, 떼를 지어 논으로 날아들었다고 한다. 그때쯤이면 벼가 고개를 숙이는데, 이 때 벼에는 물이 찬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들이 앉아 이 물찬 벼를 쪼아 물을 다 빨아먹고 나면, 벼가 죽정이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탈구를 이용해 새떼를 쫓아냈다고 한다.  

 

 

탈구로 새를 쫓아냈는데 효과가 커

 

짚으로 만든 간단한 것이지만, 그 효과는 놀랄 정도였다는 짚 채찍 탈구. 탈구 제작을 하는 석균옥(66, 여주군 여주웁 능현리)씨는 17세 때부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 때는 새떼가 많았나요?"

"많은 정도가 아니었어요. 1950~60년대는 농약을 많이 치지 않아서, 새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금은 그때보다 적죠."

"탈구 하나만 갖고도 새를 쫓아 낼 수가 있나요?"

"그럼요. 탈구를 갖고 소리를 내면 총소리와 같아요. 힘이 있는 사람들이 돌리면 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니까요"

 

간단한 짚으로 만든 채찍이지만,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였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탈구를 친다'고 하여서 사람들이 이 탈구를 갖고 여기저기서 새를 쫓아내면, 그 많은 새들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17세 때부터 만든 짚공예

 

"그 때는 짚으로 많은 것을 만드셨나요?"

"많았죠. 초가 용마름부터 멍석이며 계란꾸러미, 각종 주머니는 물론이고, 닭이 알을 품는 횃대주머니까지 못하는 것이 없었죠."

"농사는 많이 지으셨나요?"

"지금까지 논 밭 합쳐, 한 4천 평 짓고 있어요."

"가을이 되면 짚으로 새끼들도 많이 꼬았나요?"

"그랬죠. 가을이 아니라 해가 긴 여름에는, 밤에 모두가 마당에 모여 빙 둘러 앉아 새끼도 꼬고, 이것저것 많이 만들었죠, 그 때는 남포 불이라고 등잔이 있었는데, 그것 하나 켜놓고는 별 것을 다 만들었으니까요"

 

그저 농사를 짓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짚공예라고 하지만, 그 때는 그런 명칭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니 당연히 짚을 이용해,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   

 

한 톨의 쌀도 귀해 만들어진 탈구

 

17세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석균옥씨는 지금도 농사를 짓지만, 그동안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한다. 서울로 올라가서 살기도 하고, 공사판에 나가 미장일도 해보았단다. 농사만 갖고는 생활이 풍족할 수가 없어, 농사를 지으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돈을 벌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짚이 많이 짧았죠. 그래서 지금처럼 무엇을 하나 만들거나 새끼를 꼬기도 힘들었고요"

"농사를 지으셨다면서 생활이 그렇게 어려웠나요?"

"그 때는 배가 고프면, 벼를 손으로 훑어서 솥에 볶아서 절구에 찧었죠. 그러면 껍질이 다 벗겨지니까 그렇게 배를 채우기도 했어요."

 

1950~60년대 까지도 그렇게 살아왔단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은 탈구를 만들었고, 그 탈구를 이용해서 한 톨의 곡식이라도 지켜냈다는 것이다. 지금은 탈구를 갖고 운동을 하는데 사용을 한다고 한다. 힘이 센 장정들도 몇 번만 계속하면, 팔이 아프다고 한다. 지난날에는 그런 탈구를 몇 십 분씩 쳤다고 하니, 힘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새를 쫓던 탈구가 이젠 운동을 하는데 사용이 된다고 하니, 참으로 세월이 변하기는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다.

 

▲ 새를 쫓는 채찍 탈구 짚으로 만든 채찍인 탈구의 시범. 이렇게 소리를 내어서 새떼를 쫓았다고 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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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탈구, #짚, #채찍, #새를 쫓는 기구, #새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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