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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한동훈 "총선 참패 책임지고 비대위원장직 사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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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적인 의견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향해 '발끈'하고 나섰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말마따나 "당초의 주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젠 SNS만 남"은 모양새이다. 정치인의 SNS 활동과 당정관계 관련 이슈로 논란이 옮겨 붙은 것이다.

앞서 정부는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80여 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원천 금지하고, 국가통합인증마크(KC인증)를 통해 이를 규제하겠다고 나섰다가 비난 여론에 직면해 사흘 만에 철회했다.

정부의 이같은 혼선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오히려 오세훈 시장은 여당 인사들이 SNS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직격했다. 이를 두고 오세훈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사이 온라인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한동훈 전 위원장도 참전한 셈이다. 앞서 한 전 위원장도 오랜 침묵을 깨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이번 조치를 꼬집은 바 있다(관련 기사: 한달 만에 침묵 깬 한동훈 "KC 미인증 직구 금지? 과도해" https://omn.kr/28q2t).

한동훈 "의견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 공감할 분 많지 않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2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던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라며 "방향은 맞다는 것만으로 좋은 정책이 되지 않고, 선의로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런 사례는 많다. 그러니 더 정교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오늘 보도에 나온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 전 위원장의 이번 글은 오세훈 시장의 지난 20일 오전 페이스북 글 때문이다. 오 시장은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사리가 분명해 극히 작은 일까지 알 수 있다)' 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고 정부와 여당은 늘 책임있는 자세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모습이 국민을 모시는 바람직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명을 바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번 정책에 우려를 표했던 나경원 유승민 한동훈 같은 인사들을 함께 저격한 셈이다. 해당 인사들이 모두 잠재적 당권 혹은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오세훈 "야당보다 더한 여당 자제해야" vs. 유승민 "시대착오적 '입틀막'"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28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신기자 신년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28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신기자 신년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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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여기에 먼저 반응한 것은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유 전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뜬금없는 뒷북에 한마디 한다"라며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오 시장은 해외직구 금지를 비판한 '여당 중진'을 콕 집어 비판했다"라며 "제가 17일 오전에 맨 처음 비판했으니 오 시장은 저를 비판한 모양인데, 그런 생각이라면 사흘 만에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해외직구를 다시 금지하라고 똑바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들을 향해서는 말할 배짱이 없느냐?"라며 "정치적 동기로 반대를 위한 반대, 근거 없는 비판은 하지 말기 바란다"라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재차 "'건강한' 당정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단순 비판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부 정책에 일부 거친 면이 있었고 성급한 측면도 있었기에 사과까지 했지만 애당초 전체 직구도 아니고 어린이용, 전기·생활, 생활화학 등 우리 일상에 밀접한 제품만 규제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해당 정책의 당초 취지를 강조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은 저의 의도를 곡해한 듯해 아쉽다"라며 "여당의 건설적인 비판은 꼭 필요하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여당 내 야당'이 되어야지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되어야 한다"라며 "여당 의원이라면 페북보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일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라고도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오 시장은 그렇게 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왜 대통령실과 정부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를 공식 철회하고 사과하기 전에 말리지 않았느냐?"라며 "오 시장의 직구 금지 주장이 맞다면 저에게 시비걸 게 아니라 발표 사흘 만에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비판하시라"라고 힐난했다.

특히 "'당정관계'니, '야당보다 더한 여당'이란 감정적 언사로 논점을 이탈하고 프레임을 바꾸려 하지 마시라"라며 "정치인이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저를 비난하기 위해서 정부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쓴 것이 잘못됐다는 억지 주장을 펴기까지 하는데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입틀막'인가?"라며 "오 시장은 왜 페북을 통해 저를 비판하느냐? 무논리이다. 메시지와 논리가 빈약해지면 감정적으로 메신저를 공격하는 건 좀스러운 일"이라고도 비난했다.

오세훈 "처신, 정제되지 않은 표현... SNS 의견제시는 필요 최소한으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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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의원과 공방을 주고 받던 오 시장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 추가로 참전하자 메시지의 톤을 낮췄다. 기존 주장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저와 의견을 조금 달리하더라도 우리 당의 모든 구성원과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SNS로 얼마든지 의견을 낼 수 있다. 저는 얼마 전 우리 국민의힘이 대통령 눈치보는 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라며 "'건강한 당정관계'를 향한 제 소신은 변함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라며 "중진은 필요하면 대통령실, 총리실, 장차관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다.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통로는 놓아두고 보여주기만 횡행하는 모습이 건강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유 전 의원은 이같은 오 시장의 입장을 두고 "여당 정치인이 SNS로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라며 "이건 무슨 억지인가? 필요 최소한은 누가 정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 2년간 당정관계가 잘못된 것은 건강한 목소리가 없었기 때문 아닌가?"라며 "자기가 SNS 하면 건강한 거고, 남이 SNS 하면 보여주기만 횡행한다? 이건 대체 무슨 '억까(억지로 비난하는)' 심보인가?"라는 반론이었다.

그는 "건전한 비판과 의견 제시, 사회적인 토론을 통해 국가정책에 반영되는 이 모든 과정이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오 시장의 논점 일탈은 SNS 금지령으로 귀결되는 건가?"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태그:#한동훈, #오세훈, #유승민, #국민의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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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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