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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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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면서 고속성장을 통해 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이 오월의 정신을 시대에 맞게 계승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국정운영 기조가 오월의 정신과 통한다는 것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시대 열어야... 이것이 오월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고 기념사를 했다. 취임 이후 3년 연속 기념식 참석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재직 중 3년 연속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44년 전 시민군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금남로 골목에서 밥을 지어 주먹밥을 나누어 먹은 일을 언급하면서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광주가 하나되어 항거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980년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 영령들의 안식을 빌면서,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에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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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이 깊이 뿌리내리면서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워냈다"며 "국민 산 사람 한 사람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인권은 이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시대적 도전'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경제적 불평등이 불러온 계층 갈등 그리고 기회의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날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가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정치적 자유는 확장되었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려야 한다"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여,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미래 세대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도전과 기회의 토양을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온 국민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것이 오월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며,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두환도 내세운 '고속성장' 얘기를 굳이? 자유와 인권에 부족함이 없다고?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정다은 위원장과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기념사가 시작되자 ‘5·18헌법전문수록’이란 현수막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정다은 위원장과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기념사가 시작되자 ‘5·18헌법전문수록’이란 현수막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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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대통령 기념사는 윤 대통령이 최근 강조해온 '빠른 경제성장으로 중산층을 회복하겠다'는 경제 운영 기조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연결시킨 것이다. 하지만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세력도 고속경제성장을 내세워 민주주의를 억압했다는 점에서 굳이 5.18 기념식에서 이같은 국정기조를 강조했어야 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정치적 자유와 인권을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평가한 부분도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념하는 자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퇴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월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의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은 28위에서 47위로 떨어졌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2018년부터 '양호' 국가였지만 5년만에 '문제' 국가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항의하는 이들을 경호처가 입을 막고 끌어낸 소위 '입틀막' 사건이 수차례 반복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한 무언의 항의가 있었지만 끌려 나가는 일은 없었다. 기념식에 참석한 광주시의회 특위 소속 시의원 8명은 윤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을 때 말없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5.18 헌법 전문 수록' 문구를 한 글자씩 흰 천에 쓴 피켓을 펼쳐들었고 기념사가 끝난 뒤 착석했다.  

태그:#윤석열, #518, #민주화운동,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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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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