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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강만길 상지대 총장.
 2003년 6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강만길 상지대 총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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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은 학문 연구와 더불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남긴 주옥같은 글이 많다. 앞에서 부분적으로 인용했지만, 미처 언급하지 못한 글이 훨씬 더 많다. 여기에서 그중 다섯 편을 소개한다.

역사를 흔히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보면 오늘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정한 사가라면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미래를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도 한다. 그는 각종 사론과 시론, 그리고 칼럼에서 과거·현재·미래, 즉 삼세(三世)에 대해 말하고 글을 썼다. 그중 한 편이 <통일조국의 국가>이다.

국가(國歌) 문제는 그동안 시민단체나 개인에 의해 간헐적으로 제기되었다. 현재는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조용한 상황이지만 언젠가 분명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없고 애국가로서 국가를 대신하고 있으므로 우선 지금의 애국가를 국가로 간주하고 생각해 보자. 국체가 바뀌면 대체로 국가는 바뀌게 마련인데,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 멸망한 후 35년간의 식민지 시대를 겪고 국토의 반쪽에 다시 세워진 공화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군주국가 대한제국 시대에 부르던 애국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불합리하고 비역사적인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주석 1)

그는 '애국가'의 문제점을 발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지금의 애국가 내용이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을 이어왔다. 우리가 알다시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는 부분이 치명적이라는 지적 등이 있었고, 2절, 3절의 가사도 시대감각에 맞지 않아 잘 불려지지도 않았다." (주석 2)

통일 이후를 대비한다면 국가를 새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일 이후의 문제를 두고 생각한다면 이런 이유 이외에도 국가를 새로 제정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애국가를 사용하고 있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를 새로 제정했다. 통일이 되면 애국가가 아닌 국가를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한민국에 있음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통일된 민족국가가 지금의 애국가를 국가로 사용하려면 대한민국이 조선인민공화국을 무력으로 통일하거나 독일과 같이 흡수통일을 하는 경우라야만 가능하다. (주석 3)

그는 통일도 되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지만, 이런 '김칫국'은 마셔도 해될 것이 없다면서 통일된 나라의 국가를 제정할 때 다음 네 가지는 꼭 담겨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통일민족국가의 국가에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민족적·역사적 특징이 담겨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오랜 역사시대를 통해 발전해 온 민족문화의 고유성과 그 창조성, 작은 외침과 시련 속에서 유지되어 온 민족적 주체성과 평화애호 민족으로서의 전통 등이 담겨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역사적 실증성이 희박한 사실이나 억지로 만들어진, 따라서 보편성이 결여된 주의(主義) 같은 것이 들어가는 것은 금물이다.

둘째, 식민지 시대를 겪은 민족으로서 그 민족해방운동의 추진 과정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도 민족해방운동 전선의 우익전선이나 좌익전선이 따로따로 인식될 만한 내용이나 억지로 어느 한쪽에 편중된 내용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연하다. 민족해방운동 전체를 한층 더 높은 차원에서 표현한 내용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민족상잔과 대립으로 이루어진 분단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사에 유례가 없었던 주체적·평화적 통일을 이룩한, 그리고 남북이 대등한 처지에서 화해적으로 민족의 재통일을 달성한 그 환희와 민족적 자부심이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민족통일운동의 전체과정이 함축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국가가 제정될 당시의 민족사적 지도원리를 강조하고 분단시대적 상흔을 적극적으로 치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이 부분이 전체 국가의 제1절이 되어 가장 많이 불려도 좋을 것이다.

넷째, 통일민족국가 자체의 역사적 의지로서 민주주의 및 평화주의적 지향과 밖으로는 인류사적 발전 및 세계 평화에 공헌하려는 민족적 의지와 희망이 담긴 부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근대사 이후 침략과 식민지화와 분단과 전쟁을 겪고 평화적으로 통일된 한반도 지역이야말로 21세기 이후 지구 공동체의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지역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며, 그런 의지가 통일 민족국가의 국가에 담겨야 할 것이다.

요컨대 통일될 민족국가의 국가는 전체 민족 구성원이 다 함께 영원히 불러도 좋을 최고의 민족적 환희와 찬양이 담긴 노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따라서 그 이후 다시는 다른 국가를 제정할 필요가 없는 노래가 되면 좋을 것이다. (주석 4)


주석
1> 강만길, <역사를 위하여>, 창비, 2018, 187쪽.
2> 위의 책, 188쪽.
3> 앞의 책과 같음.
4> 앞의 책, 190~191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실천적 역사학자 강만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강만길평전, #강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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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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