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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남 거제에서 조선소에서 일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 거제에서 펼치고 있는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관련 활동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3월 15일 감사원 앞에서 '직업병·직업성 암 노출 노동자 보호하지 못하는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 외면하는 고용노동부 직무유기 규탄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거제에서 6명의 노동자가 연차를 쓰며 감사원을 찾았습니다. 지속적인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정부가 산재보험 개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때문이었습니다. 

'건강관리카드 제도개선' 투쟁의 배경

산업안전보건법 제137조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건강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직업병 조기발견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건강관리카드 발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당 조항을 알았을 때 '우와, 이런 법이?'라고 감탄하고는 금세 탄식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동법 시행규칙 제214조는 '건강장해 발생 우려 물질'을 15개로 제한하고 있고, 그 중 4개 물질은 제도가 시행된 이래 발급 이력이 0건으로 생색내기 제도에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건강관리카드 발급 현황 (92.~24.3.31.기준). 고용노동부 제공, 가공.
 건강관리카드 발급 현황 (92.~24.3.31.기준). 고용노동부 제공, 가공.
ⓒ 한노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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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관리카드는 92년 발급을 시작해 24년 3월 31일 기준 총 1만798건이 발급되었습니다. 21년 한해 발생한 국내 암 환자가 27만7523명인데, 30년 동안 누적 발급된 건강관리카드가 1만여 건에 그친다는 것은, 예방적 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현재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요? 제가 속한 조선업의 경우 "분진, 비파괴검사, 석면"등이 대상물질에 해당 될 것인데, 이마저도 분진의 경우 "3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흉부방사선 사진 상 진폐증이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경남 거제시 기준 건강관리카드 발급 내역 (92.~24.3.31.기준). 고용노동부 제공, 가공.
 경남 거제시 기준 건강관리카드 발급 내역 (92.~24.3.31.기준). 고용노동부 제공,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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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와 같이 거제시 소재 사업장에는 21년 2월 18일 대우조선지회의 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투쟁으로 같은 해 4월에야 건강관리카드가 발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규정상 정부는 연 1회 이상 건강관리카드 발급대상 사업장에 발급 안내를 해야 하지만, 노동자가 문제제기 하지 않는 한 정부는 늘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해 왔습니다. 

건강관리카드 발급을 막는 자본과 정부

대우조선지회의 투쟁은 철옹성 같은 삼성중공업에도 건강권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22년 11월 삼성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5명에게 건강관리카드가 발급 건강관리카드 발급되었고, 이는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설립(23.07.04.)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노동조합 첫 사업으로 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및 제도개선 투쟁을 배치한 결과 현재 28명의 노동자에게 건강관리카드가 발급되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제도개악 카드를 꺼내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대우조선지회의 집단발급 신청 및 제도개선 투쟁 이후 산업안전보건공단은 22년 3월부터 27개 기관(지사, 본부)에서 담당하던 건강관리카드 발급 업무를 6개의 광역본부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또, '건강관리카드발급업무 처리규정'은 2명 이상의 동료가 작성한 경력증명서 제출 시 사업주 경력확인서를 갈음한다고 하고 있음에도, 공단은 삼성중공업 사업주의 경력서 미제출을 핑계로 미발급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미발급 기준 또한 일관성이 없습니다. 한화오션 164명의 노동자는 사업주가 석면 노출을 인정한 경력증명서를 제출했지만 공단은 '노출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미발급 처리했습니다. 최근에는 건강관리카드를 발급한 삼성중공업 노동자에게 행정착오가 있었다면서 발급 취소를 통보하기까지 했습니다. 삼성에서 건강관리카드 발급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일련의 행태는 산재보험 제도 개악의 전초전이 아닐까 합니다. 

노동부 장관 감사청구는 우리 자존심 문제

십수 년간 사문화된 죽어있던 제도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살아 숨 쉬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고, 생소한 주제이다 보니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하나의 물질에 국한하지 않고 소규모 사업장, 삼성반도체·전자 노동자를 포함하여'건강장해 발생 우려 물질'에 노출된 전체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계급의 모두의 문제로 이를 확산하고자 합니다. 노동부 장관 직무유기 감사청구는 최근 정부가 산재보험 개악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 방 먹여야 겠다는 우리의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건강관리카드 제도 개선 외에도 끝임 없이 발생하는 착취와 탄압에 맞서다 보니 감당하기 힘든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더디더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세상은 분명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요. 척박한 거제지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열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5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건강관리카드, #발암물질, #산업재해, #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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