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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 분당구 서현역 역사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서현역 역사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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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이 참 흉흉해..."

최근 며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자주 듣는 말이다. 그만큼 흉흉한 분위기 속, 우리는 하루하루 끔찍한 사건, 사고 소식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신림동 흉기 난동'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이제는 전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 게시물을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온라인상에는 '칼부림 예고 리스트'와 이를 표시한 '칼부림 예고 지도'까지 공유되고 있어 흉기 테러 공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살인이 예고된 장소에는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고 이에 따라 일부 학교나 회사에서는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기를 부탁하기도 했다. 평소에 경찰차나 응급차를 보면 무슨 일인지 궁금해 근처로 가보던 나였지만, 최근 며칠 경찰차가 있는 장소는 최대한 멀리 피하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사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칼부림' 사건들이 갑자기 불타오른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종종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접할 수 있었고, 그때마다 든 생각은 이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질문, 이렇게 호소합니다

그 범행이 계획적이었든 우발적이었든 아무렇지 않게 남을 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거 같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죽전역 칼부림 사건'을 보면, 30대 여성이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아줌마'라는 말에 격분해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시민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최근에는 일하는 양이 많다는 이유로 카페 직원이 점장의 음료수에 락스를 타는 사건도 있었다. 

남을 아무렇지 않게 해한다는 것, 더 나아가 누군가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뻔한 이런 끔찍한 사건들은 이제는 정말 우리 가까이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폭행, 납치, 살인 사건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은 컸지만 내가 당사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멀게만 느껴졌고 혹시나 그 현장을 직접 겪으면 '영화처럼 멋있게 나서서 용기 있는 시민의 모습을 보여야지'라는 생각이 다였던 거 같다.

그런데 꾸준하게 이어진 '묻지 마' 사건이나 우발적 가해 사건, 심지어 이제는 전국적인 살인 예고를 직접 보고 있는 이 현실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그 현장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무조건 도망가야겠지?'

어느새 이런 일들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었고, 계속되는 피해 사건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흉기 테러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들의 이러한 불안감은 빠르게 해소되어야 한다.

경찰은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의 게시자를 추적하고 범행 예고지에 인력을 배치에 대응해 나섰고 실제로 검거에도 성공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충격적인 건, 그저 장난으로 흉악범죄 예고 글을 게시한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정말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굳이 필요 없는 행동으로 흉흉한 분위기가 더욱 형성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범죄자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이해할 생각조차 못 한다. 그러기에 나 역시 이번에 일어난 처참한 사건들을 통해 느낀 복잡하고 답답한 생각들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거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무엇이 이런 공포를 형성한 것일까?'

이유도 모르고 명확한 해결 방안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말도 안 되지만, 그저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혹시나 안 좋은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라도 호소하고 싶다.

"밖은 더워서 짜증 나고, 하고자 하는 일은 마음대로 안돼서 스스로에게 화나기도 합니다. 남들은 행복하고 나만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불행을 남에게 전달할 게 아니라 한번 극복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필요하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분명히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겁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에요."

당연한 소리지만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재발해선 안된다. 정부와 경찰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지만 이번 사건들로 인한 공포가 사람들 간의 혐오, 경계심만 더 심해지지 않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 때문에 흉흉한 세상, 사람들 덕에 훈훈해지길 바란다. 
 

태그:#흉기테러, #신림동, #서현역, #무차별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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