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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낮 12시경 3명의 네팔 이주노동자가 동대문에 위치한 인도/네팔 음식 전문점 '마운틴 탑'에서 임금체불문제로 노무법인과 상담을 받던 중 식당 안으로 들이닥친 서울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들에게 단속됐다. 그런데 이날 이루어진 단속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1일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듣기 위해 동대문을 찾았다.   

 

"다짜고짜 외국인 등록증을 내놓으라고 하더니..."

 

그동안 반인권적인 단속으로 비판받아 온 법무부는 기존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지침'을 폐지하고 단속 과정을 구체적으로 정한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이라는 명칭의 훈령을 지난 5월 제정해 6월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훈령에 의하면 출입국 공무원은 단속 과정에서 외국인에 대한 폭언과 가혹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외국인에게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외국인을 단속할 경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미란다의 원칙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단속 과정을 목격한 마운틴 탑의 식당 주인 아난다 구룽씨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훈령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어떤 여성 한 명이 들어왔어요. 식당 안을 살펴보고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5명의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외국인 등록증을 내놓으라고 그러고 등록증이 없는 사람들을 잡아갔어요."

 

단속과정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먼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별다른 설명 없이 바로 수갑을 채우려 했다는 것이다. 또한 단속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폭력적인 언행이 있었으며 미란다의 원칙을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는 한국이 요구하는 것을 지켰다. 그런데 왜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느냐"

 

문제는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반인권적인 단속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적법하지 않은 단속을 시행함으로써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합법'의 범위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단속이 심해진 후, 식당 운영의 어려움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난다씨는 억울함을 토로하듯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주일 전부터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타격이 매우 큽니다. 이 식당은 한국인들도 많이 오긴 하지만, 주 고객층은 동대문 근처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에요. 한국인들은 외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식당에 와서 밥만 먹고 가죠. 이 식당에서 술을 마시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외국인들은 식당에 오면 밥도 먹고 술도 마셔요. 외국인 네 명이 오는 거랑 한국 사람 8명이 오는 거랑 매출이 똑같아요. 그런데 단속이 심해지면서 밖으로 나오는 외국인들이 줄어들었어요.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돌아다니고 있으니깐 두려워서 밖에 잘 못나오는 거겠죠. 그러면서 식당의 매출이 줄었어요."

 

실제 기자가 식당이 개시를 시작한 11시부터 점심시간이 지난 후인 2시 반경까지 있었지만 그때까지 식당의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 정부의 미등록 외국인 단속 피해는 직접 단속을 당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이 식당 주인인 아난다 구룽씨는 기업비자(D8)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한국에 투자를 하며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매년 부과되는 세금도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똑같은 한국사회의 구성원이라도 국적에 따라 인종에 따라 누구에게는 보호자가 되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단지 피해만 입힐 뿐이다. 그는 "한국은 나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단속이 이루어진 15일에도 그는 단속반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단속을 진행하면 식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나에게 오는 피해가 크다. 돈을 벌지 못해 세금을 못 내면, 비자 연장을 시켜주지 않을 것 아니냐"라고 말했지만 단속반원들은 그런 말을 "우리에게 하지 말라"며 구룽씨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구룽씨는 "만약에 내가 한국인이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말하고 넘어갔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구호는 '다문화 사회', 실제 정부의 행동은?

 

아난다 구룽씨와의 인터뷰 후, 그의 도움으로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되어 있는 범 라우띠씨와 전화연결을 할 수 있었다. 15일 단속된 네팔인 중 한 명인 범 라우띠씨는 당시 네팔인과 노무사의 상담을 통역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범 라우띠씨는 네팔에서 1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으며, 1997년 한국에 왔다.

 

그는 재한 네팔인 공동체(Nepal Consulting Community, NCC) 대표, 이주노동자방송국(현 샐러드 TV) 공동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또한 그는 재한 이주노동자로서는 최초로 2007년에는 창작동화 '돌 깨는 아이들'을 발표해 인천문화재단에서 그의 책을 '2009 인천우수도서'로 선정하기도 하는 등 한국의 다문화 발전을 위해 힘쓴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98년에 한국에 와서 한국사회를 위해 한 노력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었나"며 한국화성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국제민족감옥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한국의 인권수준은 국제사회의 인권수준보다 떨어진다"며 "한국도 국제사회와 발 맞춰 이주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집중 단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정영섭 사무차장은 "식당까지 와서 단속을 자행하는 것은 식당의 영업을 방해하는 생존권 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번에 문제되고 있는 법무부의 불법적인 단속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적한 부분"이라며 "반인권적인 강제추방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사회, #노동, #이주노동자,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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