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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판계에 몸담아 온 이력 때문에 맞춤법에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맞춤법에 맞지 않은 글자를 발견하면 멈춰서곤 한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공고문에서 흔하게 오자를 발견하곤 했다. 그중 가장 많이 틀렸던 글자는 '배개' 혹은 '배게'이다. 머리에 베고 자는 물건을 지칭하는 이 단어를 많은 공지문에서 잘못 표기한 경우를 보았다. 이 단어의 올바른 표기는 '베개'이다.

식당에서도 흔하게 오자와 마주한다. 특히 메뉴판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오자는 '찌게'. 때때로 식당 벽면에 '된장찌게', '김치찌게'로 붙여놓은 메뉴판을 발견하면 당장 '된장찌개', '김치찌개'로 고쳐놓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보다 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아니오'다. ATM기기나 은행 홈페이지를 이용할 때마다 이 단어를 수시로 접하는데 그때마다 바로잡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아니오'의 올바른 표기는 무얼까. '아니요'다. 혹여라도 이 글을 은행 측에서 읽게 된다면 '아니오'를 제발 '아니요'로 수정해 주길 바란다.
 
누구나 흔하게 사용하는 ATM기에도 '아니요'를 '아니오'로 잘못 표기해 놓았다.
▲ "아니요"가 잘못 쓰인 예 누구나 흔하게 사용하는 ATM기에도 '아니요'를 '아니오'로 잘못 표기해 놓았다.
ⓒ 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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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를 읽다가 틀린 글자를 발견하고 눈이 동그래지기도 했다. 아니, 이렇게 저명한 책에도 오자가 있다니! 연필을 꺼내 오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맞춤법에 맞게 고쳐 놓았다. 

오기라고 생각했던 글자는 '대굴대굴'이었다. 물체가 굴러가는 의태어에 해당하는 단어는 '데굴데굴'이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대굴대굴'은 틀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언가 뒤가 켕겼다. 이런 명저에 오자라니.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에서 '우리말샘'을 열고 검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고 말았다. 지금까지 '데굴데굴'만 맞는 표기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맞는 표기였기 때문이다.

'우리말샘'에 따르면 '데굴데굴'은 큰 물건이 계속 구르는 모양을, '대굴대굴'은 작은 물건이 계속 구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였다. '눈알을 대굴대굴 굴리다'라는 예문을 접하니 그제야 쓰임이 낯익었다. 

역시 확신은 금물, 확인은 필수다.
 
오자라고 생각하고 동그라미를 쳐서 '데굴데굴'로 고쳤다. 하지만 오자가 아니었다.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발견한 "대굴대굴"  오자라고 생각하고 동그라미를 쳐서 '데굴데굴'로 고쳤다. 하지만 오자가 아니었다.
ⓒ 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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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이 알쏭달쏭할 때면 늘 '우리말샘'을 열어 확인한다. 표준국어대사전보다 훨씬 다양한 어휘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샘'은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개방형 한국어 사전으로 2016년 개통하여 운영 중인 온라인 전용 사전이다. 이 사전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은 전문용어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분광반사율'이라는 물리 용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둘째, 이용자가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사전에서 오자를 발견하거나 잘못된 사항을 발견했을 경우 '의견 제시'를 통해 수정을 요청할 수도 있고, 새롭게 생겨나 쓰이고 있지만 등재되지 않은 어휘를 '집필 참여하기'를 통해 사전에 직접 올릴 수도 있다. 실제로 '밀푀유'라는 단어에서 '잎사귀'를 '입사귀'로 잘못 표기한 것을 보고 수정을 요청해 반영한 경험이 있다. 말하자면 '우리말샘'은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완벽하고 풍성해지는 사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셋째, 맞춤법에 맞지 않은 단어를 입력해도 뜻풀이와 함께 규범 표기를 알려 준다. 예를 들어, '팜플렛'을 검색하면 뜻풀이와 함께 규범 표기가 '팸플릿'이라고 알려 주는 식이다. 
 
외래어
▲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온라인 전용 사전 "우리말샘" 외래어
ⓒ 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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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우리말샘'을 가장 많이 이용할 때는 외래어 표기를 확인할 때다. 외래어는 의외로 흔하게 알고 있는 표기와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악세사리', '메세지', '블럭'의 바른 표기는 '액세서리', '메시지', '블록'이다. 이처럼 외래어는 틀리기 쉬운 단어이므로 한 번쯤 '우리말샘'을 열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실, 맞춤법은 틀려도 그다지 말의 의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국민 모두가 올바른 국어 사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말샘' 덕분에 맞춤법을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맞춤법에 자신이 없는 단어를 만난다면 '우리말샘'을 열어 확인해 보자.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태그:#맞춤법공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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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하고 아름다운 나무 같은 사람이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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