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보 완전 개방 후 물 흐름이 빨라지고 보 상·하류에 모래톱과 수변지대에 식생이 되살아나고 있다.(2019. 9. 23)
▲ 학나래교에서 내려다본 세종보 모습 보 완전 개방 후 물 흐름이 빨라지고 보 상·하류에 모래톱과 수변지대에 식생이 되살아나고 있다.(2019. 9. 23)
ⓒ 유진수

관련사진보기

   "수질, 생태, 이수, 친수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기후위기 에 대응한 보 최적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

위 발언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022년 10월 4일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한것이다. 그는 4대강 보 처리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과학적', '객관적' 검증이라는 말을 누차 강조해왔다. 하지만 한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과정을 보면 과학은 철저히 실종됐다.

지난해 7월 21일 오전 감사원은 4대강 사업 5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경부 장관에게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여기까지는 한 장관이 했던 말과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한 장관의 행동은 그 반대였다.

감사 결과 발표 당일 오후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에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감사 발표 15일 만인 8월 4일, 세종보 해체 등 전 정권에서 자신들이 한 결정을 뒤집었다.

한 장관이 누차 강조했던 '과학적 검증'은 불과 반나절이면 가능했던 것일까? 하지만 이런 행태는 검증이 아니라 전 정권의 정책을 무조건 지우겠다는 독선, 독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서 환경비서관을 지냈던 그의 이력으로 볼 때 어쩌면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세종보 수문을 열자 기적을 만든 강 
 
 금강 보 모니터링 결과 나타난 보 구간 수변 하천 지형과 생물 서식공간 변화,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금강 보 구간 수변 하천 지형·서식공간 변화  금강 보 모니터링 결과 나타난 보 구간 수변 하천 지형과 생물 서식공간 변화,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그럼, 지금부터 '과학 장관'이라고 자청했던 환경부 장관이 무시한 과학적 결과들을 살펴보자.

금강의 3개 보가 완전 개방된 후 강물 주변은 홍수터가 넓어지고 크고 작은 여울들이 되살아났다.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공간인 둔치, 습지와 둠벙, 모래톱과 자갈밭 등에 물을 좋아하는 풀과 나무가 자리를 잡기도 하고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포함한 수많은 물새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 수변 야생동물들의 서식 환경이 다양해졌다. 그만큼 계절마다 금강을 찾아오는 새들의 생물종다양성이 해가 갈수록 풍부해졌다.
 
금강 보 구간 모니터링 결과 멸종위기종 등 조류 출현 현황,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금강 보 구간 멸종위기 등 조류 출현 현황 금강 보 구간 모니터링 결과 멸종위기종 등 조류 출현 현황,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민물고기 모니터링 결과 보 개방 후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구간의 어류 건강성 지표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종보는 완전 개방에 따른 어류 서식공간의 다변화(정수성→유수·정수성)로 어류 건강성지수(FAI)가 유의미하게 증가(35.6 → 50.7)하였고, 유수성 종수·개체수 비율은 증가하고, 정수성 종수·개체수 비율이 감소하였다.

특히 세종보는 평균 출현 종수, 교란종·내성종 개체수 비율에선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지만, 어류 건강성지수에선 3개 보 구간 중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공주보도 보 개방 후 어류 서식공간의 다변화로 어류 건강성지수(35.4 → 43.0)와 평균 유수성 종수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장기간 완전개방한 금강 상류 보 구간은 어류 건강성과 유수성 어류 비율이 함께 증가했고, 내성종 개체수 비율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보를 개방한 공주보·백제보 구간에서 담수와 해수를 왕래하는 특성을 가진 어종인 숭어('21.6, 7월)와 가숭어('20.8월)가 다시 출현하여, 인공구조물로 단절되었던 하천의 연결성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종보 완전 개방에 따른 어류 서식공간의 다변화로 어류 건강성지수(FAI)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어류 건강성지수 변화 세종보 완전 개방에 따른 어류 서식공간의 다변화로 어류 건강성지수(FAI)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귀환... 산 강의 증거

보 완전개방 후 가장 놀라웠던 변화는 환경부가 지정한 법적보호종, 멸종위기종의 귀환이었다. 보 수문을 활짝 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흰수마자가 금강 본류에서 다시 발견되었다. 상시개방이 길어질수록 분포 범위가 넓어져 갔으며 지류인 유구천, 지천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미호종개도 추가로 확인되었다.
 
보 상시개방이 길어질수록 멸종위기1급 흰수마자 분포 범위가 넓어져,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수생태계 어류 지표 변화 보 상시개방이 길어질수록 멸종위기1급 흰수마자 분포 범위가 넓어져,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흰수마자는 지구상에서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입 아래 4쌍의 길고 하얀 수염이 특징인 민물고기다. 얕은 수심에 물살이 빠르며 깨끗한 모래가 깔린 환경을 선호하며 주로 강바닥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을 먹이로 한다. 1980년대까지 금강 본류와 유역에 폭넓게 분포하였으나, 하천 개발과 오염 등으로 서식 범위가 줄어들고 있었다.

금강 보 구간에서는 2012년 4대강 정비사업 완공 이후 발견되지 않다가 보 개방 후 재발견된 것이다. 보 완전개방 후 2019년 4월 세종보 하류 모래톱 아래 주변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었다. 세종보에서도 2024년 4월 11일 조사 때 서식이 확인되었다.

천연기념물(제454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미호종개도 마찬가지다. 역시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흐름이 완만하고 모래가 쌓인 환경에서 강바닥의 수서곤충을 먹고 산다. 미호강과 지천 등 금강의 지류 유역에 서식하였으나, 수질오염과 하천 개발 등으로 서식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보 완전 개방후 2021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도 금강과 미호강이 만나는 세종보 상류 합강습지, 유구천, 지천 등에서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되었다.
 
보 완전개방 후 가장 놀라왔던 변화는 환경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어류의 귀환이었다.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금강 보 구간 멸종위기 어류 출현 현황 보 완전개방 후 가장 놀라왔던 변화는 환경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어류의 귀환이었다.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다양한 종들이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물 흐름, 강바닥 재료 구성이 다양할수록 강바닥에서 살고 있는 수서곤충들과 조개류를 포함한 강바닥 저서동물들의 건강성이 높게 나타난다. 완전 개방에 따라 유수성 환경이 조성된 세종보는 저서동물 건강성지수(BMI)가 유의미하게 증가(34.6→63.6)했다. 출현하는 평균 종수·개체밀도, 유수성 종수·개체밀도 비율 모든 면에서 증가했다. 반면, 수위 변화가 잦았던 공주보와 백제보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보를 완전 개방한 후 세종보 구간의 저서동물 지표는 증가 경향을 보인 반면, 수위 변화가 잦았던 공주보와 백제보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저서동물 건강성지수 변화 보를 완전 개방한 후 세종보 구간의 저서동물 지표는 증가 경향을 보인 반면, 수위 변화가 잦았던 공주보와 백제보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보 개방 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양서·파충류 서식 확인,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금강 수계 보 개방 후 양서·파충류 출현 현황 보 개방 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양서·파충류 서식 확인,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보 개방으로 물웅덩이, 습지, 모래톱 등이 형성되어 서식공간이 늘어나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금개구리, 맹꽁이, 표범장지뱀, 남생이 등 양서파충류의 서식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도 금개구리와 천연기념물(제453호)이기도 한 남생이는 하천의 개발, 도시화 등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종이다. 세종보 상류 합강습지와 금강과 연계된 장남평야습지에서 서식이 확인되었다. 세종보 주변 둔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옆은 좁은 물웅덩이, 소류지에서 맹꽁이도 관찰되었다.

수위 감소에 따른 모래톱과 수변구역 모래밭 확장, 하중도 노출로 수달과 삵 등의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너구리, 고라니 등 중·대형 포유류의 서식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흔히 특정 환경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수달이 서식하는 하천이나 호수는 전반적으로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종보 구간은 수달 외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흰목물떼새 등 도요물떼새류 등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지역으로도 분석되었다.
 
세종보 구간은 수달·도요물떼새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석되어,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세종보 구간 수달·도요물떼새류 서식지 적합도 분석 결과 세종보 구간은 수달·도요물떼새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석되어,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관련사진보기

 

방대하고 과학적인 '보 해체' 증거들까지 수장시킬 수 없다

금강의 3개 보 처리방안 마련을 위해 사용된 방대한 '근거'들은 보 개방 이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직접 감독한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이 주도했다. 해당 근거들은 보 소재 지방자치단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 부처들, 해당 유역의 주민들까지 다양한 환경 주체들이 참여하여 내린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결과다. 그런데 오랜 기간에 걸쳐 과학적 조사 작업과 여론 청취 등을 통한 방대한 작업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지금도 4대강 유역의 환경과 물관리 분야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생산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이 잠시 바뀌었다고 해서 연구자들이 과학자로서의 양심과 책임감을 버리고, 조사와 분석 절차도 무시한 채 정략적인 지시와 이미 정해놓은 결과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을 거란 착각을 대통령과 환경부장관부터 버려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환경부장관이 '꼭두각시'가 되어 세종보 재가동을 강요해도, 오랜 세월 우리나라 국토의 환경 보전을 위한 연구와 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을 위해 전심을 다해온 수많은 환경 분야 공직자들과 물 환경 관련 기관 각계 각층의 노력, 이를 지켜본 시민사회와 금강의 자연성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과 타당한 증거들까지 수몰당하지 않는다.

금강은 언제나 힘차게 흘러 왔고 앞으로도 흐를 것이다. 세종보의 닫혔던 수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여울과 모래톱을 만들며, 부질없는 한 줌 쓰레기들을 쓸어내려 바다로 돌려보내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지 않았던가. 그게 강이고 자연이다.

태그:#세종좀비보, #세종보해체이유, #장관반나잘짜리검증, #4대강보개방·모니터링종합분석보고서, #금강기적을만든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속가능한 금강유역, 상생의 유역공동체 실현을 목적으로 발족한 '금강유역환경회의'의 시민활동가입니다. 환경교육사, 청소년지도사, 자연환경조사전문인력으로서 환경 및 정책관련 보전, 연구, 조사, 교육 활동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