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7 12:01최종 업데이트 23.06.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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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 연합뉴스/AP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미국-멕시코 국경을 둘러싼 미국 정계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갈등의 직접적 촉발제는 '타이틀 42(TItle 42)'의 종료다. 타이틀 42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인의 건강 보호를 근거로 내세우며 국경을 닫았던 법으로, 코로나 시대의 이주 정책으로 통한다. 2020년 3월 발효된 이후 미국은 이에 근거해 지난 3년간 수십만 명의 이주 희망자들을 돌려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를 내세운 이주자 추방 논리가 설득력을 잃으면서 지난 4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5월 11일 자정을 기점으로 타이틀 42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행이 다시 가능해진다는 기대감 속에서 남아메리카에서 온 이주민의 수는 급증했고 시선은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그리고 2024년 미국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의 입으로 쏠렸다.


이주자 문제를 놓고 민주당(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유력 대선주자인 플로리다주지사 론 디샌티스)의 입장은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난 글에서 언급한 영국의 경우가 보여주듯 이주자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두 가지 현실과 연동되어 있다. (관련 기사: 유학생들도 긴장... "이게 우리가 원하는 나라냐" 영국의 한탄https://omn.kr/244u4)  하나는 국제법과 국내법 영역에 걸쳐 있다는 사실, 또 하나는 국내 노동력이다. 노동력 문제는 미국 사회가 열띠게 논쟁 중인 여성의 재생산기능, 즉 낙태권과 연결되기도 한다.

국제적 대의와 국내 여론의 교집합을 찾는 바이든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정부의 환경 보호 노력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미국 행정부는 대부분의 발전소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까지 감축하도록 하는 환경보호청의 새로운 기후 규칙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던 바이든이었지만, 지난 2년간 트럼프의 타이틀 42를 유지했다. 이주자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속도를 조절한 것이다.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으로 몰려드는 사람 숫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망명 신청 심사 기간은 한없이 늘어지고 있었고, 그 기간에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밀입국과 각종 범죄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역시 미국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국제주의와 자국주의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야 했다.        

2023년 초에 바이든은 이주자 정책을 발표했다. 핵심어는 "안전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인류애가 살아있는"이다. 여기서 '안전과 질서 유지'에 해당하는 제도가 온라인 망명 신청이다.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앱으로 망명 신청을 하고 미정부가 인터뷰 날짜를 통고하면 국경 지대의 망명 심사 센터로 와서 심사를 받게 된다.

억제력이 두드러지는 정책이다. 우선,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를 제외하면 다른 남아메리카 국가의 사람들은 미국 국경지대로 접근할 수가 없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전부 장관은 온라인으로 신청하지 않고 미국-멕시코 국경에 나타나 적발될 경우 "망명 신청 부적격자가 되고 불법 입국을 시도한 경우로 간주되어 최소 5년간 미국 재입국이 불가능"해지고, 반복 시도할 때는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주자 수에 대한 통제 의지도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앱을 통한 망명 신청은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고 2023년의 경우, 미국이 받을 수 있는 망명자 수를 2만명으로 제한했다. 대신 삶의 터전을 등지는 이들이 많이 발생하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아이티, 쿠바의 경우 신원이 보장된 경우에 한해서 매달 3만 명씩 2년간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했다.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줄이는 바이든의 정책에 비판이 뒤따랐다.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와 지원의 의무를 규정한 '1951 난민 협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축소시킨다는 이유였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합법적 방법을 열어 두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난민 문제 해결에 있어 국제 협력을 강조했다.
  
이렇게 국제적 대의를 확보하고자 하는 바이든의 노력은 2022년 6월의 'LA 이민·보호 선언'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여기에 서명한 국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등 남북 아메리카의 21개국이다.  

일종의 국가 분업 체제다. 가령 칠레는 이주자들이 정착한 새로운 사회에 사회 경제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 콜롬비아는 이주자들에게 임시 보호를 제공하는 일, 멕시코는 원활한 노동력 이동, 페루는 외국인 혐오를 줄이는 방안, 캐나다는 효율적인 망명자 수속 절차 마련, 미국은 밀입국과 인신매매등 범죄 방지책을 맡는다.

바이든과 각 세운 공화당 대선주자 디샌티스
 

26일 오전 포시즌스호텔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 기업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플로리다주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플로리다 주지사 면담 및 무역 · 투자 파트너십 행사가 열렸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 경기도


타이틀 42의 법적 효력이 완료되기 하루 전인 5월 10일,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는 이주민 통제법인 '상원 법안 1728'에 서명했다. 그의 권한상 플로리다에만 적용되는 법으로 7월 1일부터 발효된다. 서명 당시 디샌티스는 "바이든 정부의 국경 위기는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플로리다가 "연방 정부가 국토 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을 멍청하게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며, 이번 법을 "연방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주 차원에서는 가장 강도가 높은 법이다. 25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고용 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연방정부 온라인 데이타 베이스인 '전자 검증 시스템 (E-Verify)'을 사용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 고용주도 함께 처벌받으며, 시정하지 않을시 벌금이 하루에 1000불 (약 125만 원)이고 영업 정지를 당할 수 있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 등록시 시민권·영주권등 신분을 확인해야 하며 불법 체류자일 경우 그 정보를 주정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타주에서 발급받은 아이디를 플로리다 내에서 사용할 수도 없다.

바이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후 디샌티스는 5월 24일 대선 출마를 발표했다. 그리고 6월 2일,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에서 온 16명의 이주민을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송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해에는 이주자들을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매사추세츠로 보냈다. 이주자 배치는 연방 정부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디샌티스는 현재 이 사건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최근에는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과의 협업이 두드러진다. 6월 초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디샌티스는 6월 7일 텍사스 멕시코 국경으로 주 방위군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텍사스가 공화당 주지사들에게 군대 파견을 요청한 것에 대한 응답이다.

그리고 애벗은 지난 14일 40명 이상의 텍사스 내 이주자를 버스에 태워 캘리포니아 LA로 보냈다. 애벗은 "LA는 이주자들이 가고싶어 하는 곳 중 하나"이며, "LA 역시 이들의 성지를 자처한 바"있다고 말했다. 텍사스의 돌발 행동에 민주당 소속 LA 시장인 캐런 배스는 "선출된 공직자가 사람을 자신의 싸구려 정치 게임의 말로 이용하는 모습이 역겹다"며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하는 쪼잔한 정치인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공화당이 침묵하고 있는 것
 

플로리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지난 5월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홈스테드에서 플로리다의 SB1718 이민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이주자 문제를 내년 대선 이슈로 키우는 공화당은 두 가지에 침묵하고 있다. 하나는 합법적 영역에 대한 침묵이다. 이주자의 문제는 국제법과 국내법이 겹치는 공간임에도, 1951 난민협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무시한다면 현재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휘두르는 막강한 영향력에 금이 가게 된다.

두 번째는 노동력 문제에 대한 침묵이다. 미국 언론은 7월부터 새로운 이민법이 적용될 경우 외국인 및 이민자 노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플로리다의 농업과 도시 서비스 분야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노동부 노동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실업률은 5월 현재 2.6%로 역대 최저다. 여유 노동력이 충분치 않다. 이 상황에서 기존 이민자들이 반이민 정책으로 인근 주로 이동할 경우, 노동력 부족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때문에 이민자들이 플로리다를 떠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가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디샌티스가 발표한 정책 중 이주와 노동력의 간극을 메꿀 수 있는 방안은 여성의 재생산 능력이다. 그는 지난 2월 "생명과 가족"을 명분으로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불법화시켰다. 임신 6주는 여성이 임신 사실 자체를 거의 모르는 시기이기때문에 사실상 전면 금지다.

이런 가운데 여성의 재생산권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6월 24일은 미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결정을 뒤집은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피임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피임권과 낙태권 등 여성의 재생산을 2024년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세울 것을 시사했다. 이주, 노동, 여성. 세 연결 고리를 미국이 어떻게 풀어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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