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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철거 전 한국 면담 요청 거절

철거 일주일 전 한국대사관이 면담 요청... 군마현 지사 '거짓 해명' 논란

등록 2024.03.28 13:58수정 2024.03.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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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와 관련한 야마모토 이치타 일본 군마현 지사의 거짓 발언 의혹을 보도하는 <아사히신문> ⓒ 아사히신문

 
일본 군마(群馬)현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와 관련해 현 지사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8일 아이치현 관계자를 인용해 주일 한국대사관이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군마현 지사에게 추도비 철거에 관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1월 29일 실시된 추도비 철거 작업 약 일주일 앞두고 한국대사관 직원이 군마현청을 방문해 철거 담당 부장 등을 직접 만났고, 이때 한국대사관 측은 해결책 논의를 위해 대사관 고위 관계자와 야마모토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한국 측 연락 일절 없었다더니... 군마현 지사 거짓말?

그러나 군마현 측은 며칠 후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면담 요청을 거절했고, 예정대로 추도비 철거 작업을 시작해 2월 2일 마쳤다. (관련 기사 : 일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산산조각 철거... 빈터만 남아)

반면에 야마모토 지사는 추도비 철거와 관련해 한국 측의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1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외교 경로를 통해 어떤 이야기도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추도비 철거된 후 2월 1일과 2월 8일 기자회견에서도 추도비 철거가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외교적인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한국 측에서) 나에게 일절 연락도 오지 않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2월 15일 기자회견에서는 한국대사관 측이 접촉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어떤 형태든 면담 요청을 들은 바 없다"라면서 '공식'이라는 조건을 달아서 말을 살짝 바꿨다. 

야마모토 지사는 '공식'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코멘트 할 수 없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한국대사관은 추도비 철거 전 야마모토 지사에게 면담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 없이 "한일 우호의 상징이었던 추도비가 철거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라며 "적절한 장소에 추도비 재건립 등 원만한 해결을 위해 군마현과 계속 협력하기를 바란다"라고만 밝혔다.

일 전문가 "추도비 철거, 역사 수정 세력 편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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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 일본 시민단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공권력을 이용해 추도비를 강제로 철거한 것과 관련해 또 다른 이상한 엇갈림이 부각됐다"라고 짚었다. 

추도비를 세웠던 시민단체는 군"마현이 철거를 결정한 후 면담해도 결렬될 뿐이니까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면담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확실히 설명해야 한다"라며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는 것은 불성실하다"라고 항의했다. 

도쿄대 국제정치학 엔도 겐 교수는 "(야마모토 지사는) 철거 방침을 바꿀 마음이 없으니 한국대사관의 면담 요청도 없던 일로 하려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전쟁 중 다른 민족에게 심한 일을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기여한 추도비를 철거한 군마현 지사의 판단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되고 있는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며 대국적이고 국제적인 관점에서도 다른 선택지를 취했어야 한다"라며 "추도비 철거는 역사를 수정하려는 세력을 편드는 것으로 부당하고 천박한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질책했다.

앞서 조선인 추도비는 1995년 군마현 다카사키시 소재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종교적·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건립되었으나, 2012년 행사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아 철거를 요구했다.

군마현 당국은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군마현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철거가 확정되어 최근 대집행을 통해 철거 공사까지 끝났다. 
#조선인추도비 #군바현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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