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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배경으로 인생샷 찍고 싶다면

[제주올레 2코스 ①] 오조리 바닷길... 갯벌과 습지가 살아있는 철새들의 낙원

등록 2024.03.25 08:54수정 2024.03.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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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유채밭 내수면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다. ⓒ 문운주

   
우도올레에 이어 제주올레 2코스 걷기는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일출봉에서부터다.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잠시 코스를 벗어나 인근 명소를 찾는 것은 걷기 여행의 덤이다. 일출이야 어디서나 볼 수 있다지만.

산행에서 정상을 찍어야 정복한 기분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숙소를 성산에 정했다. 3월 8일 새벽 6시, 주변이 어두컴컴한 데다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는 칼바람이다. 


일출 예정 시각인 오전 6시 32분, 일출봉에는 약 100여 명이 해가 올라오기를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구름에 가렸다. 전국 각지에서 일출을 보고 싶어 일출봉에 올랐다가 허탈한 듯, 슬그머니 발길을 돌린다. 어떤 이들은 다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 

광치기 해변에서 일주도로를 건너면, 일출봉에서 내려다볼 때 호수처럼 보이는 곳이 내수면이다. 올레 트레킹의 재미는 다양하다. 오름에서는 주변 풍광을 조망하고, 내려와서는 그 오름을 올려다보며 걷는다. 마지막 오름에서는 궤적을 더듬어 본다. 

길게 늘어선 유채꽃밭을 지나 내수면 둑방길을 건너 오조리로 향한다. 바다와 바다 사이를 이어지는 길이다. 바다 위에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다. 제주도 노란 유채꽃은 봄의 상징이다. 이곳은 넓고, 길고, 배경이 좋다. 성산일출봉이 배경이다.

오조리 바닷길은 썰물 때는 드넓은 모래밭을 볼 수 있고, 물이 꽉 차 잔잔할 때는 성산 일출봉이 비추는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오늘은 둘 다 아니다. 그토록 나를 흥분케 했던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유채꽃 너머로 햇살과 함께 살짝 얼굴을 내미는 일출봉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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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 내수면 연안습지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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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 철새 큰고니 등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보낸다. ⓒ 문운주

     
내수면을 건너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양어장 일대다.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 연안습지 0.24㎢를 지난 12월 해양수산부에서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제주에선 처음이다. 겨울철이면 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보내는 곳이다. 

연안 습지를 지나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무밭이다. 크고 통통한 무들이  탐스럽다. 물길을 지나 다시 오조포구를 거쳐 식산봉에 이른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서 이 오름에 낟가리(노적)를 덮어 왜구의 눈에 많은 군사들이 먹을 군량미처럼 보이게 했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식산봉을 돌아 내려오면, 오조리 '쌍월'에 이른다. 쌍월은 두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일출봉에서 떠오른 보름달이 잔잔한 내수면에 가득 비치며 또 하나의 월출 장관을 선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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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 서귀포시 성산읍에 속하는 마을. 마을과 바다 사이에 갯벌이 넓게 분포하고 마을 동쪽 해안가에 식산봉이 위치하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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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 드라마 <월컴 투 삼달리>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 문운주

   
내수면 둑방길을 지나 오조리 마을로 향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볼 때 내수면 건너편이 오조리, 오른쪽이 시흥리, 왼쪽이 섭지코지가 있는 고성리다. 생소한 이름들이지만 걷기 여행을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오조리는 한 종편에서 웰컴 투 삼달리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대부분이 평지인 오조리는 반농반어촌 마을이다. 둑방길을 건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족지물이다. 족지물의 위쪽은 여자탕, 아래쪽은 남자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채소도 씻고 음용수(먹는 물)로 활용했다. 마을 이름도 족지동네 마을이다.

낮은 담벼락이 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텃밭에는 채소들이 자라고, 마을 가운데는 팽나무 두 그루가 마을을 지킨다. 수령이 100여 년이 넘었다. 4·3 사건 당시 마을의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 나갈 때도 겨우 살아남았다고 한다. 팡낭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오조리 #제주연안습지 #습지보전지역 #성산 #오조리내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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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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