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MBC '학력 무관' 채용인데 고졸·대졸 임금 차별

신입 영상기자 차별 진정에 인권위 “학력 차별 맞다”… ‘학력 블라인드’ 채용인데 '고졸' 이유로 기본급 60%

검토 완료

손가영(gayoung)등록 2021.09.30 16:05
"채용 공고로 연령·학력·전공·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원 자격에도 학력은 없다. 서류, 필기, 실무면접, 최종면접 4차 전형을 거쳐 한 '고졸' 신입사원이 뽑혔다. 그런데 기본급이 '대졸' 신입보다 40만원 적다. 차별인가, 아닌가."


안동MBC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같은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한 직원에게 학력을 이유로 임금을 달리 정하는 사규는 차별이라는 시정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안동MBC가 당사자 직원에게 '대학 학위를 따면 임금 조정을 해줄 수 있다'고 재차 밝히면서 내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필모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이 사건 인권위 차별 시정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안동MBC 영상기자 A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지난 7월20일 안동MBC에 학력 차별 문제를 낳는 임금 체계를 개정하라고 밝혔다. 같은 채용 절차를 거친 직원들에게 학력에 따라 기본급을 달리 책정하는 건 차별이라는 판단이다. 
 

안동MBC CI. ⓒ 안동MBC

 

A씨는 2019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 시험을 거쳐 방송카메라 직군에 입사한 영상기자다. 당시 합격한 인원은 총 3명으로, 방송경영 및 방송기술 직군에서도 1명씩 신입사원이 뽑혔다. 채용 시험은 서류전형, 필기시험, 실무면접, 최종면접 등의 4단계로 이뤄졌다. 

이들 기본급은 4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최종학력 차이로 각기 다른 호봉이 적용됐다. A씨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였고 나머지 신입사원 2명은 대학교였다. 이에 따라 A씨의 기본급은 안동MBC 호봉표상 106만원(가5호봉)이, 나머지 대졸 사원의 기본급은 이보다 40만원 높은 145만원(6호봉)이 책정됐다. 호봉표상 10호봉 차이다. 

A씨는 부당한 차별이라고 여겼다. 애초 채용이 학력과 무관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게시된 채용공고를 보면 방송카메라 직군은 '학력, 연령, 전공에 따른 제한 없이 모집한다'고 명시됐다. 전자·통신·컴퓨터 관련학과 전공자로 지원을 제한한 방송기술직과 차이가 있다. 
 

2019년 4월 공고된 안동MBC 신입사원 채용 모집 요강. ⓒ 손가영

 

A씨는 지난 2월 회사 경영진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A씨가 다른 대졸 직원과 2020년 한 해 급여를 비교해 본 결과 70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A씨는 호소문에서 "연구·개발직처럼 학력이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닌데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똑같이 채용됐다"며 현행 체계는 "블라인드 채용의 본래 취지를 역행하며 결국엔 학력주의를 부추긴다. 더 늦기 전에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해 책임감 있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밝혔다. A씨는 회사가 이 요구에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자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내게 된 것. 

안동MBC는 "다른 신입사원은 A씨와 직무가 달라 비교대상자가 될 수 없고, 총 임금을 보면 A씨가 대졸 사원의 95% 수준을 받았다"고 반박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인권위는 특히 "안동MBC 주장대로라면 기본급은 '직무' 등 다른 기준에 따라 책정돼야 하는데 학력과 군대 경력에 따른 호봉기준표 밖에 없다"며 "특정 분야 학력이나 학위를 선발요건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채용 과정에서 출신지·학력·성별 등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항목을 요구하지 않고 직무 능력으로 평가하는 인재 채용 방식인 블라인드 채용절차에 따라 신입사원을 채용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시정 권고가 나온 지 두 달 여가 흘렀으나 A씨 상황에 변화는 없다. 안동MBC는 호봉 산정 규정은 개선했지만 이를 A씨에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를 적용시킬 시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역차별 문제가 있다'고 밝히며 A씨에게 "대학 학사 과정을 졸업하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개정된 규정에 따라 호봉을 조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동MBC 내에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일부 직원들은 비판 성명서라도 붙여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 안동MBC 직원은 "학력 차별을 당한 당사자에게 또다시 학력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학력 차별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 준다"며 "사회 통합, 평등과 공정,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방송사에서 이런 가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방송이 시청자에게 얼마나 진정성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안동MBC 관계자는 이와 관련 "회사는 관련 인사규정 등을 개정하는 등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A씨와의 합의도) 계속 논의 중인 것인지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블라인드 채용을 해 놓고 학력을 이유로 차별을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공영방송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고, 인권위 권고에 따라 규정은 개정하지만 당사자에게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관성도 없고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안동MBC는 이 사안이 학력에 대한 차별 행위임을 인정하고, 당사자에 대한 불리한 대우를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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