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집콕' 함께한 K드라마, 어떻게 진화했나

신인 작가들이 쓰고, 넷플릭스가 퍼다 나른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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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yoonys21)등록 2020.12.24 14:2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휩쓴 2020년,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영화계는 초토화됐지만, '집콕'이 미덕이 되면서 TV 드라마는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코로나19를 피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의지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투자로 다양한 작품이 제작되어 전 세계에 선보였다. 회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엄청난 공급망은 한류 열풍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여기에 기존 방송사들은 신인 작가들의 참신함으로 맞섰다. 

야구·클래식·금융... 다양한 소재 그려낸 신인 작가들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운 <스토브리그> ⓒ SBS

 
올해는 '스타 작가'보다는 '신인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SBS 드라마가 이들의 덕을 그게 봤다. 올해 제작한 드라마의 거의 절반이 신인 작가의 손에서 나왔다. 올해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SBS <스토브리그>였다.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신선한 소재를 디테일하게 그려냈고, 배우들의 연기력과 탄탄한 서사, 조직 개혁이라는 사회성까지 적절하게 곁들이며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고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

SBS는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MBC <꼰대인턴>, tvN <머니게임>도 신인 작가의 작품들이다. 이들은 복수, 신데렐라 등 기존 드라마의 뻔한 공식을 넘어 다양한 소재와 세련된 감각을 앞세워 젊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화제성으로 따지면 <비밀의 숲 2>와 <부부의 세계>를 꼽을 수 있다. 2017년 <비밀의 숲>으로 신인 작가 돌풍을 일으켰던 이수연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비밀의 숲 2>는 제작 단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칭찬 일색이었던 <비밀의 숲>시즌1과 달리 평가가 엇갈렸다. 드라마 초반에 사건 전개가 느린 데다가 검찰과 경찰의 권력 다툼을 뉴스를 넘어 드라마에서까지 봐야하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후반부로 가면서 등장인물들의 입체성이 강해지며 어느 정도 부진을 만회했지만, 만약 '시즌 3'를 준비한다면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이라는 가장 뻔한 소재를 내세웠다. 하지만 원작이 만들어놓은 탄탄한 밑바탕에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날카롭게 치고 빠지는 절묘한 연출이 더해지면서 '막장'과 '웰메이드'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특히 지난해 <스카이캐슬>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던 JTBC로서는 <부부의 세계>가 더욱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랜선' 타고 K드라마 접수한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제작한 <인간수업>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이끄는 전 세계 미디어 업의 지각변동은 한국 드라마도 피해갈 수 없었다. 소설 <연금술사>로 유명한 파울로 코엘료가 <나의 아저씨>를 극찬한 것도,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열풍을 다시 일으킨 것도 넷플릭스 덕분이다.

넷플릭스의 공세는 가히 빠르면서도 거대하다. 직접 제작한 <킹덤 2>,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의 화제성은 기존 방송국 드라마를 뛰어넘었다. 또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하이에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 투자하며 콘텐츠 확보도 넓혔다. 

넷플릭스의 등장은 소재, 제작 환경, 편성 등 거의 모든 기존 공식을 깨뜨리고 있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시즌제' 제작은 어느새 한국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12부작에 주 1회 편성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방송국 드라마에도 영향을 끼쳤다. 8부작이라는 간결한 편성을 선택한 '출산 누아르' <산후조리원>이 그 예다. 

실력있는 배우와 작가, 감독이 넷플릭스로 몰려드는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벌써 공유와 배두나의 <고요의 바다>, 유아인과 박정민, 김현주가 출연하며 연상호 감독이 만드는 <지옥>, 이정재와 박해수의 <오징어 게임> 등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한국 드라마의 변화는 어디까지 계속될지, 또 대중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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