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이주노동자도 '아리랑응원단'

17일 공식 발족... 아시안게임 북한팀 응원

등록 2002.09.17 11:59수정 2002.09.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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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부산아시안게임이 1주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북녘팀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리랑응원단'(단장 김영만, 희망연대 상임대표)은 17일 창원종합실내체육관 앞 만남의 광장에서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발족식에는 300여명이 참여했으며, 노인과 유치원생, 장애인단체, 이주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공식 구호인 '원, 코리아'와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시범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붉은 옷에 한반도와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가 새겨진 응원복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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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응원단'이 17일 창원실내체육관 앞 만남의 광장에서 발족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김영만 단장은 "당초에는 북녘팀이 참가할 것이라 예상 못 했는데, 늦게나마 참가가 확정되어 반가운 마음에 응원을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통일을 위해서는 민족 동질성 회복이 중요하듯이, 스포츠를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아리랑응원단'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600여명이 참가를 신청했고, 경남통일연대 소속 50여개 단체에서 각각 10~500여명씩 참가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리랑응원단'은 28일 창원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북녘팀의 첫 게임인 홍콩과 축구경기 때 응원을 하게 되고, 첫 경기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모든 역량을 집결시킬 예정이다.

이날 발족식 참가자들은 응원복에 자전거를 탄 채 한반도기를 들고 창원시내를 돌며 거리홍보전을 벌였다.

이날 발족식에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니?'(권정생 글, 고승하 곡)는 "우리나라 한 가운데 가시울타리로 갈라놨어요 /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는지 아니 / 가시울타리 이쪽저쪽 총맨 사람이 똑 같이 총을 놓으면 되지"라는 내용이다.

또 '철든 사람의 아시안 게임'(고승하 작사 작곡)도 불렀는데, "아시아 사람들 모여서 / 눈 부신 재주를 뽐내며 / 서로 싸우는 나라들 / 서로 다투는 민족들 / 이곳에 모여 총 대신 맨몸 / 이겨서 웃고 져도 축하 보내는 / 아시아 잔치 마당 이천이년 아시안게임 / 철든 사람만 모여라 이천이년"이란 내용이다.

실향민 조춘옥씨 참가 "고향 사람 따뜻하게 맞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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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조춘옥씨.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번 '아리랑응원단' 참가자 중에 화제를 끄는 사람들이 많다. 북녘에서 태어났는데 16살에 한국전쟁이 터지자 가족들과 함께 넘어와 현재 창원에 살고 있는 조춘옥(68. 창원시 남양동)씨다. 조씨의 부모들은 강릉이 고향이지만 장사를 하던 아버지가 한국전쟁 전 원산에 거주했던 것.

전쟁이 터지자 가족들은 주문진항에서 배를 타고 남으로 내려왔다. 조씨의 가까운 친척들은 현재 북녘에 없다. 하지만 조씨는 어릴 때 자랐던 고향이 지금도 눈에 선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한다. "고향은 정말 아름다운 동네였지. 조그마한 강이 있는 마을이었는데 늘 꿈을 꾸면 생각이 나요."

조씨는 창원 '민들레노인학교' 소속으로, 단체가 '아리랑응원단'에 참가하면서 동참하게 되었다. "남과 북이나 동포 아닌가요. 통일이 된다면 좋지만, 서로 한 마음이 되어 통일이 안되더라도 자주 왕래를 했으면 합니다."

조씨는 노인학교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이번 아시안게임 북녘팀을 위해 응원을 펼칠 각오를 갖고 있다. 발족식에 참가한 다른 할머니들은 "고향 사람들이 와서 좋겠소. 고향 사람들 응원할 수 있어 좋겠소"라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도내 외국인 노동자들도 대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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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외국인노동상담소에서 나온 이주 노동자들도 '아리랑응원단'에 가입, 활동을 하게 된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아리랑응원단'에 외국인들도 동참한다. 경남외국인노동상담소(이사장 차정인, 소장 이철승) 소속 이주 노동자 50여명이 응원단에 참가한다. 17일 열린 발족식에는 35명이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 응원복을 입고서 참가했다. 이들은 다른 응원단과 함께 목청을 높여 '원 코리아'를 외치기도 했다.

경남외국인노동상담소에 참가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이번 아시안게임 때, 자기 나라팀을 응원하는 운동도 펼친다. 상담소 내에 6개 나라의 '교포모임'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응원이 펼쳐진다. 6개 나라는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다.

이철승 소장은 "이주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아리랑응원단 참가를 결정했다"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 국가인 한반도가 아시안게임을 통해 평화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차원에서 참여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슈먼(30)씨는 "자기네 나라 팀을 응원하기 위한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이 하나 되는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철승 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내 이주 노동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갖가지 문제점을 아시아 전역으로 알리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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