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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복 입은 강래구, '돈봉투 제안, 윤관석이 했다'

[공판현장] 검찰, 전화 통화 직접 재생하며 '송영길 공모관계' 따져 물어... 강래구 '인정'

등록 2024.05.20 18:52수정 2024.05.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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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1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 감사위원의 모습. ⓒ 유성호


  
- 검사 : "돈봉투(를 돌리자는) 제안을 피고인 윤관석이 한 것이 맞나?"
- 강래구 : "맞다."
 
- 검사 : "돈봉투를 돌려서 (당 대표) 선거운동을 독려하자고 한 것이 피고인 윤관석이 한 말인가?"
- 강래구 : "맞다."
 
소위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의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의원의 제안으로 돈봉투가 돌려졌다'고 증언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관석 무소속 의원, 허종식 민주당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의 공판을 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강 전 감사위원은 푸른색 계열의 환자복 형태의 수의를 입었고, 나머지 피고들은 모두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다만 임 전 의원만 건강 문제로 구속 전보다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핼쑥해진 상태였고, 걷는 모습 또한 불편해 보였다. 임 전 의원 변호인은 "피고인이 췌장 수술을 위해 6월 24일 입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허 의원과 이 의원, 임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서 윤관석 당시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으로부터 각각 300만 원이 든 돈봉투 1개씩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성만 의원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에게 선거자금 1100만 원을 제공했다는 혐의도 있다.
 
지난 4월 15일 열린 첫 공판에서는 허 의원과 이 의원, 임 전 의원 모두 윤 의원으로부터 300만 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성만 의원은 정치자금을 교부한 것에 대해서도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100만 원을 교부한 건 정확히 기억 못하지만, 인정한다"면서 "캠프 경비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상 제공 혐의를 부인한다는 뜻이다.

강래구, '송영길이 직접 돈 줬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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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31218 ⓒ 유성호

 
이날 검찰은 재판정에서 강 전 위원과 이 전 부총장 사이에 오간 통화 녹음을 반복적으로 틀었다.

특히 검찰은 2021년 4월 10일 강 전 위원과 이 전 부총장 사이에 오간 통화를 틀면서 "증인(강래구)은 이정근에게 '(송영길이) 생각 외로 처리를 했더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처리를 많이 했더라'고 말했다. '생각 외로 처리를 했더라'는 말은 송영길이 지역원장들에게 (돈을) 줬다는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강 전 위원은 고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볼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강 전 위원은 '2021년 3월 30일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받은 1000만 원을 지역본부장 회의에서 소분해 나눠줬다는 의혹에 대해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며 송 대표에게 보고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검찰 주장에 힘을 보탰다. 

다만 강 전 위원은 지난 8일 열린 송 전 대표 공판에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서 송 전 대표와의 공모 관계를 집요하게 묻는 검찰의 질문에 "공모한 적 없다"라 밝힌 바 있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논박이 반복적으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지역위원장들에게 추가적으로 전달된 돈 봉투에 대해서는 "(지역위원장들에게 돌아간) 50만 원도 두 달 넘게 선거운동을 한 그분들에게는 차비도 안되는 금액이었다"면서 "재판을 받고 있으니 문제가 된 거지, 여야가 조금씩 (관행으로) 준다"라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녹취록 재생한 검찰, 의원들 이름 직접 언급하며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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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피의자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20230804 ⓒ 연합뉴스

 
검찰은 윤 의원과 이 전 부총장 사이에서 이뤄진 통화도 재판정에서 직접 재생했다. 통화에는 2021년 4월 27~28일에 걸쳐 윤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직접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의 이름 7인이 그대로 기재됐다. 
 
- 윤관석 "래구 전화 안왔어?"
- 이정근 "아니, 안왔어."
 
- 윤관석 "내가 아니아니 아까 전화를 했는데. 어제 그거 의원이 많아서 다 정리를 해버렸는데. 모자라. 인천하고 이제 그 종성이는 어차피 안 할라고 그랬는데."
- 이정근 "아니 모자르면 오빠 채워야지 무조건."
 
- 윤관석 "(이)OO이나 김OO이나, 윤OO이나 김OO이나... 둘 다 또 호남이잖아."
이정근 "거기(호남) 해야 돼. 오빠 오빠."
 
이에 대해 강 전 위원은 "돈봉투에 대한 요청을 박용수(송 전 대표 보좌관)와 이정근(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했을 뿐 (봉투 하나에) 금액이 얼마인지 모른다"면서 구체적인 연관성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내달 3일로 지정했다. 다음 공판에는 돈봉투를 모아서 윤 의원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받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각에 예정됐던 송영길 대표의 공판은 재판부의 사정으로 기일이 변경됐다. 송 대표의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는 이 전 부총장을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었다. 재판부는 22일로 예정된 공판에서 박용수 전 보좌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다만 그날도 재판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송영길 #강래구 #윤관석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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