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스승이라는 잘못된 신념

[주장] 스승과 달리 공적인 존재... 교사와 학부모의 올바른 역할 다시 고민해야

등록 2024.05.20 09:42수정 2024.05.20 09:43
1
원고료로 응원
a

공부하는 아이.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 elements.envato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는 사람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는 이유가 비합리적 신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이나 인정을 받아야 한다'라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사람은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 없이 스스로를 착취하거나 자신의 신념에 반대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공격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학부모와 교사가 겪는 갈등의 상당수가 교사에 대한 잘못된 신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사에 대한 잘못된 신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교사가 스승이라는 신념이다. 이에 아래에서는 교사가 왜 스승이 아닌지, 올바른 교사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스승과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면에서 유사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더 많다.

첫째, 스승과 교사는 배우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르다. 스승과 제자는 배우는 사람이 청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허락함으로써 그 관계가 형성된다. 청하지 않았는데 스승이 될 수 없고 허락하지 않았는데 제자가 될 수 도 없다. 이에 반해 교사와 학생은 서로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교사가 우리 반 아이들을 고를 수 없고 학생들도 원하지 않는 선생님이라고 거부할 수 없다. 이처럼 스승과 제자는 사적 약속을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인 반면 교사와 학생은 공적 절차에 따라 만들어지는 관계다.

둘째, 스승은 제자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지만 교사는 사회에 필요한 것을 가르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스승과 제자는 제자가 청하고 스승이 허락함으로써 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제자가 배움을 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승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스승이 가르치는 것은 제자가 배우길 원하는 것이다. 반면 교사는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한 과목을, 정한 깊이만큼 가르친다. 학생이 원하지 않아도 가르쳐야하고, 원한다고 국가교육과정 외의 내용을 가르쳐서도 안된다.

셋째, 스승과 교사는 모두 배우는 사람의 성장을 추구하지만 스승과 교사가 추구하는 성장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스승은 다분히 개인적이고 온정적이며 제자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스승은 제자가 스스로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반면 교사는 존재 자체가 사회적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런 이유로 공교육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고, 교사에게 교과 지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생활지도다.

근대 공교육은 국민국가의 탄생과 그 도입 시기를 함께 했다. 학교가 시작부터 사회적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교사는 사회를 대표해 학생들이 타고난 성향 이나 기질을 뛰어넘어 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을 익히도록 지도한다. 교사는 본질적으로 공동체를 위해 학생이 원하지 않아도 가르치고, 학생이 원하지 않아도 규칙을 지키도록 지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교사에게 스승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것 만큼이나 적절하지 않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교사를 성직자의 기능적 등가물이라고 했다. 교사가 사회에서 합의된 공적 가치와 규범을 대변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공교육이 부실한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갈등이 심하고, 높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사회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22년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회 갈등 지수는 4년 사이에 거의 두 배가 되었다. 많은 이유로 교육의 공공성이 약화 되면서, 교사와 공교육이 가치와 규범의 확실한 기준이 되어 주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교실이 작은 사회라는 사실을 잊은 채, 교사가 오직 내 아이만 살펴봐주길 원하는 학부모의 잘못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의 잘못을 지적했다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많은 선생님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교사는 스승과 다르게 공적인 존재다. 교사가 스승이라는 잘못된 신념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부모의 올바른 역할을 다시 고민해 보자. 
#교사 #스승 #교육의공공성 #사회비용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