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정동영, 동교동에 자리 까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정동영의 동교동 '러브콜', 그러나...

등록 2007.03.05 09:57수정 2007.07.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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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6월 1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5·31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던 중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DJ, 무대로 돌아오다"라고 선언한 언론(<서울신문>)까지 있을 정도다.

정황은 분명히 있다. 동교동을 찾겠노라는 범여권 인사들을 내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들과 만나 범여권 통합을 줄기차게 주문해온 DJ다. 측근 그룹인 동교동계도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DJ가 대선판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수위다. 관심을 표출하는 방식이 훈수를 넘어 개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느냐가 점검 항목이다.

단정할 수 없다.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 현재로선 "동교동을 매개로 범여권 내에서 뭔가 암중모색이 이뤄지고 있는 듯한 기류(<조선일보>)" 정도로 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주어를 바꾸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만년 2등 정동영, 동교동 거쳐 호남으로?

정동영 전 의장은 지난달 26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골프를 쳤다. 흘려버릴 수 없는 모습이다. 권노갑 전 고문이 누구인가? 정동영 전 의장이 2000년에 민주당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1차 타깃으로 삼아 2선으로 퇴진시켰던 사람이다. 정 전 의장으로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그린에서 만났다.

뿐만 아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만났다. 의지가 읽힌다. 어떻게든 동교동과 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다. 왜일까? 정동영 전 의장은 왜 동교동으로 발길을 돌린 것일까?

퍼뜩 떠오르는 사실이 있다.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최대의 음덕을 입을 사람으로 정동영 전 의장이 꼽혔다. 같은 호남 출신으로서 고건 전 총리의 빈 자리를 차고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최소한 호남에서는 그러리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동영 전 의장의 지지율은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오히려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이번엔 한나라당 소속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범여권 후보 1위 자리를 내줬다. 만년 2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치적 활로를 열어야 하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 참여정부 2인자였던 처지에서 '반노' 색깔을 선연히 하기가 어렵다. 열린우리당의 대주주였던 처지에서 탈당을 감행하며 자기중심으로 판을 새로 짤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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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한 정동영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엉거주춤이란 말이 딱 맞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게 정동영 전 의장의 처지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자리깔고 앉는 게 상책일 수 있다.

때마침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과의 선통합론이 집중 제기되고 있다. 이 흐름을 타면서 호남 맹주 자리를 굳히고 민주당과의 선통합의 중심에 서면 좋다. 그래야 대선 꿈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다음이 보장된다.

문제는 자력갱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5·31지방선거 참패로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9개월여 동안의 지지율 추이가 이를 보여준다.

외부에서 동력을 보충받는 게 필요하다. 대상은 물론 동교동이다. 동교동계는 민주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혹여 DJ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기라도 한다면 금상첨화, 호남 맹주자리가 가까워진다.

동교동 + 정동영 = 필패의 시나리오

이쯤에서 동교동으로 돌아가자. 정동영 전 의장을 도와줄 마음이 있을까?

별로 없어 보인다. 동교동이 정동영 전 의장을 밀면 '호남끼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오명을 뒤집어쓸 뿐만 아니라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몰표를 몰아주던 호남 정서는 이제 바뀌었다. 이런 마당에 '호남끼리'를 연출하면 호남도 잃고 비호남도 잃을 수 있다.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교동의 전략은 '세력은 호남에서, 후보는 비호남에서'였다. 요즘 얘기가 아니다. 2002년 대선 때부터 적용한 전략이다.

유의할 게 하나 더 있다. '노무현 변수'다. 대선판이 열려도 할 말 다 하겠다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끼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을 필요도 없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기명씨는 대놓고 "정동영 전 의장의 역할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작심하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향신문> 진단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 어떤 여권주자 지지율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하자. 대통령으로서 의제를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여전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당선은 못 시켜도 낙선은 시킨다"는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다.

동교동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정동영 전 의장을 밀면 '김대중 대 노무현' 대립구도가 연출된다. 필패의 시나리오가 무대 위로 올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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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1월, 통일부장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정동영 전 의장. ⓒ 통일부

#정동영 #DJ #김대중 #동교동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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