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6 17:05최종 업데이트 24.03.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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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서울시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삼일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행사장 자막에는 ‘한강 물’ 대신 ‘한강은’으로 표시됐다 ⓒ KTV

 
이재명 "삼일절 노래 가사 틀렸다" vs. 행안부 "수정된 교과서 반영"

'자위대'와 '하얼빈 임시정부'로 얼룩진 105주년 삼일절을 둘러싼 논란이 '삼일절 노래' 가사로 번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한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자위대라고 읽혀지는 그런 문구는, 저는 그냥 오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3.1절 노래 자막을 보고 있는데, 제가 '아니 어떻게 국가 행사에서 3.1절 노래 가사까지 틀리게 적을 수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배운 바로는 '한강물 다시 흐르고'인데, 그 자막에는 '한강은 다시 흐르고' 이렇게 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같은 날 보도설명자료에서 "3·1절 기념식 행사에서 '삼일절 노래' 가사가 틀렸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행사 시 사용된 '삼일절 노래' 가사는 수정된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오류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삼일절 노래' 가사가 바뀐 게 사실인지, 그동안 삼일절 기념식에서는 수정한 가사를 사용했는지 따져봤다.

2001년 교과서 수정했지만, 역대 기념식에선 대부분 원곡대로 불러

삼일절 기념식에서 다함께 부르는 '삼일절 노래'는 지난 1950년 정부에서 제정한 공식 기념곡이다. 독립운동가 출신 위당 정인보가 작사하고 박태현이 작곡한 곡으로,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 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그런데 지난 1일 서울시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05주년 삼일절 기념식 행사장 자막에는 '한강 물' 대신 '한강은'으로 표시됐다. 하지만 이날 무대에 오른 일부 출연자와 청중은 자막과 달리 '한강 물'로 부르기도 했다.

기념식을 주관한 행정안전부 의정담당관실 담당자는 5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국가 기념식에 사용하는 노래는 교과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7차 교육과정 개편으로 지난 2001년부터 수정된 '음악' 교과서 가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 2010년 초등학교 3학년 '음악' 교과서(교학사)에 실렸던 '삼일절 노래' 악보를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현재 초등학교에서 실제 사용 중인 2015년 개정 교과서에는 이 노래가 거의 실려 있지 않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지난 2010년 교학사에서 발행한 초등학교 3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린 '삼일절 노래'. '한강 물 다시 흐르고' 대목에서 '한강 물'이 '한강은'으로 바뀌었다. ⓒ 교학사

 
이명박 2차례, 박근혜 1차례, 문재인 0차례, 윤석열 2차례 바꿔 불러

실제 역대 삼일절 기념식에서도 교과서대로 가사를 바꿔 불렀는지 따져봤다.

<오마이뉴스>가 KTV 국민방송 등에서 공개한 2005년 이후 역대 정부의 삼일절 기념식 영상을 비교했더니, 교과서대로 '한강 물'을 '한강은'으로 바꿔 부른 건 윤석열 정부를 제외하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과 2012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단 3차례뿐이었다.
 

지난 2019년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삼일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원곡대로 '한강 물'로 표시됐다. ⓒ KTV

 
노무현 정부 이전 기념식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2010년까지 모두 원곡대로 불렀고 '한강은'으로 바꿔 부른 건 지난 2011년과 2012년 2차례뿐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을 제외하면, 2013년과 2014년, 2016년과 2017년 모두 '한강 물'로 불렀다.

문재인 정부 때는 지난 2019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을 비롯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모두 원곡대로 불렀다. 반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한강은'으로 바꿔 불렀다.

교육부는 지난 1997년 7차 교육과정 개편을 고시했고 초등학생(1, 2학년)은 2000년부터 적용됐다. 당시 누가, 어떤 이유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한 '삼일절 노래' 가사를 바꿨는지는 확인이 어려웠다.

행안부는 "노래 가사를 바꾼 주체는 교육부이고 행정안전부는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수정 사유는 정확히 파악 안 되지만, 국어 문법에 맞게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교육콘텐츠진흥과 담당자도 6일 <오마이뉴스>에 "오래 전 일이라 가사를 누가, 어떤 이유로 바꿨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독립운동 관련 단체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삼일절 노래' 가사를 왜 바꿨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6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정인보 선생이 쓴 가사가 요즘 맞춤법과 다르더라도 국가 기념곡이고 역사적인 가사인데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 "차라리 역사적 사실을 따진다면, 실제 3.1절 만세를 처음 부른 게 3월 1일 정오가 아닌 오후 2시로 밝혀졌으니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란 가사부터 바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강수'라는 표현도 많이 쓰기 때문에 '한강 물'이 어법에 크게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고 시적 허용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런 식이라면, 동요 '고향의 봄'에서 '나의 살던 고향' 가사도 '내가 살던 고향'으로 바꿔야 어법에 맞다"라고 꼬집었다.

[역대 3.1절 기념식 '삼일절 노래' 가사 비교] : 원본 영상 링크

2024년 105주년 한강은 (윤석열 정부)
2023년 104주년 한강은 (윤석열 정부)
2022년 103주년 한강 물 (문재인 정부)
2021년 102주년 한강 물 (문재인 정부)
2020년 101주년 한강 물 (문재인 정부)
2019년 100주년 한강 물 (문재인 정부)
2018년 99주년 한강 물 (문재인 정부)
2017년 98주년 한강 물 (박근혜 정부/ 황교안 대행)
2016년 97주년 한강 물 (박근혜 정부)
2015년 96주년 한강은 (박근혜 정부)
2014년 95주년 한강 물 (박근혜 정부)
2013년 94주년 한강 물 (박근혜 정부)
2012년 93주년 한강은 (이명박 정부)
2011년 92주년 한강은 (이명박 정부)
2010년 91주년 한강 물 (이명박 정부)
2009년 90주년 한강 물 (이명박 정부)
2008년 89주년 한강 물 (이명박 정부)
2006년 87주년 한강 물 (노무현 정부)
2005년 86주년 한강 물 (노무현 정부)
   

"국가 행사에서 '삼일절 노래' 가사가 틀렸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판정안함
  • 주장일
    2024.03.04
  • 출처
    3월 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출처링크
  • 근거자료
    교육부, 보도 설명자료 '이재명 3.1절 기념식 오죽 엉망이면 국가행사에서 가사까지 틀려(KBS)'(2024.3.4.)자료링크 교학사, 초등 3,4학년 음악 교과서 PDF 파일(2010년)자료링크 장유정·신혜승, '노래에 담긴 3·1운동의 기억과 기념: 《삼일운동의 노래》, 《삼일절가》, 《삼일절 노래》의 비교를 통해'. 이화음악논집, 제22집 제4호 (2018.12.)자료링크 행정안전부 의정담당관실 담당 사무관 오마이뉴스 인터뷰(2024.3.5.)자료링크 교육부 교육콘텐츠진흥과 담당 교육연구사 오마이뉴스 인터뷰(2024.3.6.)자료링크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4.3.6.)자료링크 KTV, 역대 3.1절 기념식 생중계 영상 다시보기(2024.3.6.)자료링크 KTV, 제105주년 3.1절 기념식 풀 영상(2024.3.1.)자료링크 KTV,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풀 영상(2019.3.1.)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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