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5 20:23최종 업데이트 24.03.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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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북극곰이 22대 국회에 보내는 DM ⓒ 박종현

 
안녕, 나는 북극곰이야! 노르웨이 부근 북극해 스발바르 군도에서 살고 있어.

아마 내 사진을 본 사람도 있을 거야. 작년에 아마추어 사진 작가 한 분이 내가 조그만 빙하 위에서 쪽잠 자는 걸 찰칵 찍었는데 그게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매년 개최하는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전>에서 1등을 했거든.


그 날은 정말 고단한 하루였어. 너희도 짐작하다시피 기후변화 때문에 북극 해빙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잖아. 내가 사는 스발바르 제도만 해도 지난 1970년대 이후 기온이 3~5℃ 올라간 거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어?

예전에는 꽁꽁 얼어붙은 해빙 위를 걸어다니고 뛰어다니며 여러 섬을 오가면서 맛있는 바다표범이나 바다코끼리를 먹고 살아왔거든. 그런데 얼음이 사라지면서 걷거나 뛸 공간이 없어졌어. 오로지 헤엄쳐서, 예전보다 더 넓고 깊은 바다를 헤엄쳐다니며 먹이를 찾아야 해.

다 큰 어른 곰들은 그나마 괜찮아. 새끼 곰들은 어떻겠어, 엄마 곰 따라다니느라 힘이 다 빠져서 먹잇감 앞에서 제대로 움직이도 못해.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진 거지. 그런데 말야...

솔직히 너희가 더 걱정됨
 

북극곰 ⓒ 픽사베이

 
우리는 강철같은 팔과 다리, 두툼한 털 등 극한의 기후에 최적화된 몸을 갖고 있어. 지난 번 내가 사진찍힐 때만 해도 그랬어. 너무 피곤해서 얼음 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나의 강철같은 오른 팔로 쓱, 얼음을 치우니까 그 딱딱한 얼음이 금방 반질반질한 침대로 변하더군. 그런데 너희는? 우리같은 힘도 없고 두툼한 털도 없는 너희가 온 세상이 북극 날씨처럼 추워지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북극 얼음이 녹아버리면 해수면이 올라가서 뉴욕이나 인천같은 대도시들이 물에 잠기는 것만 상상하지.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건 '해류의 변화'래. 전문용어 써서 미안, 나를 찍으러온 지구과학자들끼리 하는 말 엿들은 거야.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이란 게 있대. 심층, 그러니까 얕은 바다(표층) 밑에 있는 깊은 바닷물(심층 해수)가 천천히 돌면서 지구 전체의 온도를 조절해주고 있는데, 빙산 녹은 물(담수)이 짠 바닷물(해수)에 콸콸콸 흘러들어가면서 바닷물의 농도가 달라지고, 그게 심층 해수의 순환을 멈추게 하는 날이면, 지구의 온도조절 기능이 멈춰버리면서, 영화 <투모로우>에 나오는 빙하기가 닥친다는 거야.
 
"지구 기후 조절에 필수적인 대서양 해류 순환이 인류가 대응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붕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 100년 이내에 붕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 2월10일)

해류 순환이 멈추면서 북반구 전체가 북극으로 변하고, 남반구는 더 뜨거운 사막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서울의 강남역이나 광화문 네거리에서 너희는 나를 마추치게 될 거야. 우리 북극곰들도 극한의 날씨 속에서 먹을 걸 찾아 내려올 테니까. 너희는 준비되어 있니? 그래서 난, 솔직히 너희가 더 걱정돼.

그런데 한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거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발간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 속 주요국 태양광 설치량 현황 및 전망 ⓒ 해외경제연구소

 
궁금한 것도 있어. 어찌됐든 기후위기 파국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발버둥치고 있잖니. 잘하니 못하니 말은 많지만 확실한 건 석탄 중독에서 벗어나 햇빛과 바람으로만 전기를 만드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전력질주하고 있는 건 짝짝짝이야.

지난해(2023년)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400GW(기가와트)를 넘어섰고 올해는 510GW에 달할 전망이라지. '석탄중독' 중국이 작년에만 태양광을 2배 넘게 늘렸고 석유와 가스 재벌국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과 가정용 태양광 증가 등으로 태양광이 전년 대비 32% 늘었어, 유럽은 꾸준하고, 심지어 석유 팔아 인생역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같은 중동 국가들도 태양광과 풍력에 진심이라지. 그런데 한국은 왜? 3년 연속 뒷걸음이니?
 
"2020년 5.5GW로 정점을 찍은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하향 조정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등 정책을 변경함에 따라 향후 2∼2.5GW 내에서 수요가 정체될 것"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중

원전 강국 일본도 태양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던데, 한국은 왜 뒷걸음인지 이해할 수 없더라. 더구나 기름 한 방울, 가스 한 모금 나지 않는 너희가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없이 수출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왜... 지난 3년간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던건지 궁금하니, 답장 DM 좀 부탁해. 

플라스틱 제발 좀 '뚝'
 

'도심에 나타난 플라스틱 괴물' 그린피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촉구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 3차 정부간 협상위원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국제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크리처 작품을 제작하는 이병찬 작가와 협업, 플라스틱 괴물 조형물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이 지속될 경우 닥칠 암담한 미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 이정민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할게. 제발 플라스틱 좀 내려보내지 말자. 진심으로 부탁할게. 물론 너희들 인간의 관점에서 플라스틱은 위대한 발명일 거야. 분해되지 않는, 제조단가도 저렴해서 고래기름이나 코끼리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하지만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분해되지 않기에 두고두고 재앙일 수밖에 없어. 너희는 미세플라스틱이 몸에 안 좋다고 두려워하지. 우리는 말이야, 미세플라스틱이 아닌 플라스틱 자체를 섭취해야 해.

전체 바닷새의 90%, 바다거북의 52%가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고 해양생물종의 88%가 플라스틱 악영향을 받고 있어. 이렇게 돌고 돌다보면 너희도 피해를 보게 돼있어. 너희 인간도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지. 이런 플라스틱을 아예 만들지 말고 쓰지 말고 버리지 말게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겠니, 너희들 기술 좋잖아.

인공지능도 착착 만드는 그 기술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를 만들고, 지금 있는 플라스틱은 밖으로 유출되지 않게 할 수 없겠니? 헐, 돈이 안 되어서 그렇다고? 그럼 플라스틱 안 쓰는 기업이 돈이 될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게 '정치'가 할 일 아닐까?

올해 11월 25일부터 부산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최종 회의가 열린다지. 부탁 좀 하자. 제발, 구속력있는 플라스틱 오염방지 협약을 만들어줘. 

덧붙여 

참, 너희 나라에 최근 북극곰 방송국이 생겼다며? 라디오로 퇴근시간에 매일 두시간 반씩 기후변화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던데, 디제이도 대국민 오디션으로 뽑고, 제목이 뭐더라... 맞아 <오늘의 기후>. 제목만 들으면 노잼일 것 같은데 여기 북극에서 유튜브로도 보고 들어보니 신박하더라. 배우는 것도 있고. 많이 듣기를 바라. K-팝의 나라 한국에 북극곰 방송국 하나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건투를 빈다고 전해줘. 이상. 북극해 스발바르 군도에서 북극곰 드림.

[참고자료]
- James Ashworth,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59 People's Choice winner announced' (Natural History Museum, 2024년 2월7일)
-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2024년 2월5일)
- 김수영, ''기후 조절 필수' 대서양 해류, 붕괴 임박…"인류 적응 불가능" (노컷뉴스, 2024년 2월10일)
덧붙이는 글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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