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0 11:40최종 업데이트 24.05.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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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투티 ⓒ 최승준,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후투티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철새이자, 텃새이다. 원래 한국을 스쳐가는 철새였지만 지구온난화와 함께 일부가 우리나라에 눌러앉아 산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분포하며 겨울에 따뜻한 열대지방으로 이동하는데 한국에는 번식을 위해 여름에 방문한다.

최근 들어 일부 군집이 떠나지 않고 한국에 정착했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일 것 같아 아마 텃새가 되었을 텐데, 막상 텃새가 되고 나선 주식인 곤충이 필요한 만큼 많지 않아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후투티와 같이 곤충을 주식으로 하는 작은 철새는 곤충의 개체수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후투티 외에 뻐꾸기, 찌르레기, 휘파람새 등이 해당한다.


스위스 조류학 연구소에 따르면 스위스 전역에서 후투티의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줄어 2020년 기준으로 14년 전과 대비해 19% 감소하였다.[1] 개체수가 줄어든 주된 원인은 후투티의 주식인 귀뚜라미의 감소에 따른 서식지의 위축이다. 조류와 곤충, 서식지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곤충을 보호하고, 새를 보호하세요(Protect insect, protect birds)"[2]

5월 11일은 '세계 철새의 날(WMBD, World Migratory Bird Day)'이다. 올해 슬로건은 "곤충을 보호하고, 새를 보호하세요"이다. 지난해 11월 WMBD 사무국은 2024년 WMBD의 주제와 슬로건을 발표하며 철새 보존에 있어 곤충의 중요성과 곤충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살충제 및 비료 사용의 감축을 통한 유기농으로 전환을 역설했다.[3]

세계 철새의 날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만든 철새와 철새 서식지의 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철새는 계절에 따라 지역을 이동하며 지구에 다양한 생태학적 영향을 미친다. 철새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그곳의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곤충을 잡아먹고, 배설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도 한다. 철새의 보존은 무엇보다 생물 다양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유엔이 지정한 전 세계 철새 960종 중 134종, 즉 전체 철새 종수의 약 14%가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4] 이 같이 심각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매년 세계 철새의 날에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하고 캠페인 벌인다. 세계 철새의 날은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로, 서로 다른 반구에서 일어나는 새들의 이동 주기에 맞춰 2006년에 제정되었다. 
 

WMBD 2024 ⓒ WMBD

  
곤충 개체군의 감소가 철새에 미치는 영향

두루미는 우리에게 친숙한 새이다. 고려청자 무늬에서 볼 수 있고, '신선이 타고 다니는 신성한 새'이자 십장생 중 하나인 한국의 대표 철새이다. 한국을 찾는 대표적인 두루미 종인 캐나다 두루미(Sandhill Crane)는 곤충의 감소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조류 중 하나로 거론된다.
 

캐나다 두루미 ⓒ Wikipedia

 
캐나다 두루미는 매년 가을마다 추위를 피하고 더 풍부한 먹이를 찾아 캐나다 북부에서 멕시코로 이동한다. 이동거리가 3000km 이상이다. 그중 일부가 길을 잃어서인지 멕시코 대신 한국으로 향했고, 1995년 철원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계속 출현하고 있다.

이 먼 거리를 날아갈 대표적인 에너지원이 곤충이다.[5] 캐나다 두루미는 잡식성으로 곤충, 씨앗, 베리, 두더지, 개구리 등을 먹지만, 캐나다 두루미의 생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먹이는 귀뚜라미, 딱정벌레, 애벌레 등과 같은 곤충이다. 특히 갓 태어난 캐나다 두루미는 크기가 작은 곤충을 먹을 수밖에 없다. 곤충은 크기 대비 단백질 비율이 가장 높은 고급 식품이다.[6] 갓 부화한 캐나다 두루미 새끼는 바로 일어서는데, 짧은 발달 단계 사이에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풍부한 영양분, 그중에서도 많은 단백질, 즉 많은 곤충이 필요하다.[7]

새는 대체로 잡식성이다. 씨앗, 과일, 꿀과 같은 식물성 식단에 의존하는 종이 있고, 곤충과 소동물, 물고기를 주로 먹는 종이 있지만 새의 대부분은 식물과 동물의 혼합 식단을 먹는 잡식성이다. 약 80%는 식단에 곤충을 포함하는 식충 조류이다.[8] 1만700종 조류 종 중 6000종 이상이 곤충을 주요 먹이로 삼는다는 점에서 곤충은 조류의 가장 필수적인 먹이라고 할 수 있다.[9] 곤충 성체의 몸은 50~75%의 단백질과 5~35%의 지질을 함유한다. 곤충의 아미노산 균형은 식물성 단백질보다 우수하며, 미네랄과 비타민의 좋은 공급원이다.[10]

새에게 곤충은 이주의 동인이 된다. 캐나다와 스칸디나비아 같은 한랭한 지역과 영국 같은 온대 지역에서 조류의 약 절반, 특히 곤충을 잡아먹는 종이 이주한다. 이동 중에 많은 위험에 직면한다. 모래 폭풍과 산불, 바다의 폭풍과 같은 극단적인 악천후는 물론 고층 빌딩, 전력선과 풍력발전기 등의 인공물이 철새의 이동에 장애로 등장한다.

그밖에도 많은 위험이 있지만, 새들은 식량을 찾아 이동한다.[11] 새의 이동 시기가 곤충의 개체수가 가장 많은 시기와 일치한다.[12] 새에게 곤충은 번식기와 이동기의 필수 영양분이며 에너지원이다. 철새는 적극적으로 곤충을 섭취함으로써 에너지를 보충하고 번식에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곤충 개체군의 손실과 교란은 새의 생존을 위협한다.

조류의 곤충 섭취량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스위스 바젤대학교 보존생물학부 마틴 니펠러 교수는 식충 조류의 곤충 섭취량 연구를 통해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연간 4억~5억톤의 곤충을 먹어 치운다고 추산했다.[13]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새가 곤충을 소비하는 양은 연간 약 4억 5000만 톤으로 추정했다. 인간이 고기와 생선을 소비하는 양과 비슷하다.[14] 곤충이 새의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곤충이 주식인 조류 종과 그렇지 않은 조류 종의 2021년 기준 지난 50년의 평균 개체군 크기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 더글러스 W 탤러미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 곤충학 전공 더글러스 W 탤러미 교수는 곤충과 식충 조류의 상관관계를 약 10년 간 연구했다. 연구 결과 2021년을 기준으로 50년 사이에 북미의 조류 전체 개체수의 약 3분의 1이 감소했다. 개체수 감소가 북미 조류 전체에서 균등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 조류 304종과 그렇지 않은 조류 64종 각각의 개체수 감소 상태를 파악한 결과 전자가 한 종 당 평균적으로 약 10만 마리가 감소한 반면 후자는 한 종 당 평균적으로 약 5000 마리가 증가했다.

개체로 따지자면,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 조류는 약 30억 마리 이상 감소하였고, 곤충을 주식으로 삼지 않는 조류는 약 3만 마리가 늘어났다. 주식이 곤충인가 아닌가가 종 개체수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다. 곤충 감소와 식충 조류 감소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임을 확증한 연구 사례다.[15]

곤충 개체군의 감소

곤충의 개체군 감소는 어느 정도일까. 전 세계적으로 곤충의 개체수는 10년마다 약 9%씩 감소했다.[16]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 카스파 A 홀만 교수는 독일의 63개 보호지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의 총 생물량이 지난 27년 사이에 75% 이상 줄었다고 2017년에 밝혔다. 연구 기간에 날아다니는 곤충의 생물량은 전반적으로 약 76%, 여름철엔 약 82%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심각한 감소세는 서식지 유형에 관계없이 전체에 걸쳐 관찰됐다.[17] 전 세계적으로 곤충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으나 관련한 연구가 다른 포유류, 조류 및 기타 동물에 비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독일 63개 자연보호지역에서 나타내는 곤충 개체군의 감소를 보여주는 통계 자료 ⓒ 카스파 A 홀만


이에 앞서 2014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에서 발표한 세계의 곤충 종 변화비율 자료에서도 곤충의 감소가 확인된다. 남아메리카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 존재하는 452종 곤충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10년에 걸쳐서 조사대상 곤충 종이 일부를 빼고는 거의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IUCN에서 발표한 곤충 종의 변화비율. 왼쪽부터 톡토기목(Col), 막시목(Hym), 나비목(Lep), 잠자리목(Odo), 메뚜기목(Orth)이고, 하얀색은 유지 지표, 초록색은 증가 지표, 빨간색은 감소 지표를 나타낸다. ⓒ IUCN

 
우리나라의 철새도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12월 8일부터 3일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에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를 진행한 결과, 겨울철새 103종 136만여 마리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22년, 2021년의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각각 12.8%, 10.3% 감소한 것이다.[18] 

곤충 개체수 감소는 인간 때문이다. WMBD 사무국 웬 칭(Wen Qing) 소통팀장은 "산림의 파괴, 농업의 산업화, 살충제의 남용, 빛 공해와 기후 변화 등이 곤충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원인이 인간에게 있기에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우리가 유기농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는 게 WMBD 사무국의 입장이다.

곤충은 철새의 먹이로만 중요성이 있는 게 아니고,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기에 보호해야 한다. 초원, 관목 지역, 산림지 조성을 통해 곤충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다양한 곤충 군집을 장려해야 한다. 살충제의 남용 자제와 유기농 비료 사용 등 다양한 실천적 노력과 교육과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19]

우리에게 곤충은 비호감의 대상이다. 대체식품으로 곤충이 떠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양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거나, 농작물 피해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곤충을 '박멸'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우리 후손은 뻐꾸기와 찌르레기를 모르는 미래세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김아연·조승우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덧붙이는 글 [1] 2020 The Authors, Ecology and Evolution published by John Wiley & Sons Ltd, “Disentangling the spatial and temporal causes of decline in a bird population”, https://pubmed.ncbi.nlm.nih.gov/32760501/
[2] WMBD 홈페이지, https://www.worldmigratorybirdday.org/

[3] WMBD 홈페이지, World Migratory Bird Day 2024 to Focus on Insects, https://www.worldmigratorybirdday.org/news/2023/world-migratory-bird-day-2024-focus-insects

[4] Areesha Lodhi, “Why are one-fifth of the world’s migratory species facing extinction?”, Aljazeera, 16 March 2024, https://www.aljazeera.com/news/2024/3/16/nearly-half-the-worlds-migratory-species-are-declining-can-they-be-saved

[5] Gordon Ramel, “When do Sandhill Cranes Migrate?”, Earthlife, 27 October 2022, https://earthlife.net/when-do-sandhill-cranes-migrate/

[6]'Living with Sandhill Cranes', 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 https://myfwc.com/conservation/you-conserve/wildlife/sandhill-cranes/

[7] Maxfield Weakley, “What Do Sandhill Cranes Eat – Eating Bugs For Growth”, MaxBirdFact, https://maxbirdfacts.com/what-do-sandhill-cranes-eat-eating-bugs-for-growth/

[8] Insectivores, https://www2.nau.edu/~gaud/bio300b/insctv.htm, 재인용
[9] News Staff, 'Insect-Eating Birds Consume 400-500 Million Metric Tons of Prey Annually', SciNews, July 10th 2018, https://www.sci.news/biology/insect-eating-birds-06181.html

[10] Klasing, Kirk C. 1998. Comparative Avian Nutrition. CAB International, NY, , 'Insectivores
', https://www2.nau.edu/~gaud/bio300b/insctv.htm, 재인용

[11] 'Migration', RSPB, https://www.rspb.org.uk/birds-and-wildlife/bird-migration#why-do-birds-migrate

[12]' World Migratory Bird Day 2024 to Focus on Insects', WMBD 홈페이지, https://www.worldmigratorybirdday.org/news/2023/world-migratory-bird-day-2024-focus-insects

[13] Springerlink, Insectivorous birds consume an estimated 400–500 million tons of prey annually, 9th July 2018,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00114-018-1571-z

[14] Doyle Rice, 'Yum! Birds eat up to 550 million tons of insects each year', USA TODAY, 2018.7.9,
https://www.usatoday.com/story/news/2018/07/09/birds-and-bugs-birds-eat-up-550-million-tons-insects-each-year/768342002/

[15] Ornithological Applications, Volume 123, Issue 1, 1 February 2021, Douglas W Tallamy, https://doi.org/10.1093/ornithapp/duaa059

[16] Roel van Klink, 'Meta-analysis reveals declines in terrestrial but increases in freshwater insect abundances', Science Vol 368, Issue 6489 pp. 417-420, 24 Apr 2020,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ax9931

[17] Hallmann CA, Sorg M, Jongejans E, Siepel H, Hofland N, Schwan H, et al. (2017) More than 75 percent decline over 27 years in total flying insect biomass in protected areas. PLoS ONE 12(10): e0185809.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85809

[18] 이민지, 조류 동시 총조사,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2023.12.15, https://www.me.go.kr/niwdc/web/board/read.do?menuId=24&boardMasterId=794&boardCategoryId=5&boardId=1647050

[19] Francisco Sánchez-Bayo, ‘Worldwide decline of the entomofauna: A review of its drivers', Biological Conservation page 8-27, April 2019,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0632071831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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