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2 09:04최종 업데이트 23.06.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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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경향신문>,<뉴스타파>와 함께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을 분석했습니다. 2022년 국회의원 전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는 총 1만 9890매, 약 12만건으로, 방대한 자료의 조사를 위해 3사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보고서를 모두 엑셀프로그램에 입력해 분석을 진행했으며, 엑셀파일과 보고서 원본 전체는 오마이뉴스 ‘국회의원 정치자금’ 특별페이지(https://omn.kr/187rv), 깃허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 뉴스타파 데이터포털(https://data.newstapa.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법무부,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제출 법무부 관계자가 5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모두 돈이 얽혀있다. 

21대 국회 들어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정정순·이상직·정찬민·하영제(이상 가결)·이재명·윤관석·이성만(이상 부결) 등 지금까지 총 8번 제출됐다. 회계부정 의혹·공직선거법 위반·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 다양한 사유가 제기됐지만 대개 다 돈과 연결돼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이른바 '차떼기 사건'부터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까지. 혐의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정치권의 '검은 돈'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돈은 필수다. 사무실 내고, 현수막 걸고, 사람 만나고, 정책 연구에 돈이 항상 뒤따른다.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이후 2004년 '소액 다수 후원'을 원칙으로 한 현행 정치자금법의 뼈대, 소위 '오세훈법'이 마련됐다. 그러나 불법과 편법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기업·단체의 후원을 아예 차단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취지는 맞지만, 돈이 없는 정치신인에게는 제도 자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후원을 통한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탓에 정치인들이 불법과 편법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치자금법은 이러한 비판과 지적에 따라 조금씩 개정됐다. 정당 후원회가 허용되고, 지방의회·지방단체장 선거 후보자들에게 후원이 가능해지는 등의 변화다. 다만 이는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신뢰 탓에 국회 스스로 정치인(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푸는 데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은 이러한 비판과 지적에 따라 조금씩 개정됐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깨끗한 정치'를 위해 법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의 불신을 돌려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대한 투명성부터 강화하고 모든 유권자가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 42조의 독소조항
  

국회의원 정치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현실은 척박하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에 대한 유권자의 알 권리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 42조는 정치자금 정보의 공개를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으로 제한하고 이 기간 이외에는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또 선거비용에 한해서만 인터넷 공개가 가능한데 이는 강제규정조차 아니다. 게다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에 관한 사본교부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신청토록 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은 신청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또 "공개된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 시민단체나 유권자의 원활한 감시 및 전달 활동마저 제한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하면 이는 독소조항에 가깝다. 2020년 발표된 논문 <한국 정치자금제도의 개선방향 연구: 한국과 미국 사례비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 Federal Election Commission)는 선거비용 외 일반비용까지 모든 정치자금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다. 특히 보고 받은 정치자금 신고내역을 열람 접수일로부터 48시간 이내, 전자파일의 경우 24시간 이내로 신속히 공개한다.

일본은 어떨까. 2020년 중앙선관위 연구용역보고서로 발간된 <정치자금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 분석과 개선방안>을 보면, 일본은 국회의원이나 후보자에 대해서는 1만 엔 이하의 소액 영수증도 첨부하고 그에 대한 사본 열람 청구가 있으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특례를 두고 있다. 또 한국에선 3개월간만 공개·열람이 가능한 데 반해, 일본은 회계보고 요지가 공표된 날부터 3년간 열람 및 공개가 가능하다. 회계보고의 주요내용과 고액기부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건 물론, 5만 엔을 초과하는 고액기부자는 인터넷 정보공개로 분류하고 검색할 수도 있다.

영국은 정당 및 의원 등 선출직 정치인에 대한 연간 1500파운드 이상 기부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 분류,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선거비용 관련 부속서류를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 10일 내 선거구 내 2개 이상 신문을 통해 열람 일시 및 장소를 고시하고 해당 보고서의 사본을 2년간 일반인에게 제공토록 한다.

오마이뉴스·경향·뉴스타파가 함께 힘 모은 이유 
  

여의도에서는 "정치는 곧 돈이다" "민주주의는 돈을 먹고 자란다"와 같은 말들이 떠돌고는 한다. ⓒ 오마이뉴스

 
이에 비하면 열람·공개 기한을 제한하고 관련 비용을 유권자에게 전가하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그 투명성과 접근성이 현저하게 낮을 수밖에 없다. 

그간 이러한 유권자의 부담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씀씀이를 살펴온 건 언론과 시민단체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을 살펴서 좋은 씀씀이는 북돋우고, 나쁜 씀씀이에 대해선 경고하는 방향이다. <오마이뉴스>도 2012년 19대 국회부터 매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을 데이터로 정리해 분석하고 공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엔 <오마이뉴스>·<경향신문>·<뉴스타파> 3사가 힘을 합쳐, 437억 5029만 180원에 달하는 2022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함께 분석했다. 

다만, 언론과 시민단체의 이런 노력은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근본적이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현행 정치자금법의 투명성 강화를 가로막는 독소조항들을 이제는 걷어내야 한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그간 정치자금 감시에 있어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 관련) 영수증을 복사하지 못하게 한 점"이라며 "여전히 직접 (관할 선관위에) 가서 눈으로만 봐야 한다. 사진 촬영도 못하게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선 제대로 된 검증이 너무 어렵다. 수입·지출내역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중심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참여한 국회미래연구원의 2020년 12월 연구보고서 <국회의 기능과 역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도 "(정치자금) 정보공개 방법은 현 시대에 뒤떨어지는 시스템이라 생각한다"며 "휴대전화 하나로 정치참여는 물론 감시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금을 받는 방법은 모바일, 인터넷 웹페이지, 카드 포인트, 네이버페이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정보공개는 PDF 파일 및 사본교부 밖에 안 되니 돈을 받을 때와 받고 나서의 간극이 있다. 방법을 개선해 시민과 유권자들에게 알 권리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도 위헌 판단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회계보고된 자료의 열람기간을 '3개월 간'으로 제한한 정치자금법 제42조 제2항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다고 보고 위헌 판단을 내렸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일부 독소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도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회계보고된 자료의 열람기간을 '3개월간'으로 제한한 정치자금법 제42조 제2항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다고 보고 위헌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최기상 의원은 각각 42조 2항 등을 고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특히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고액 후원금 기준을 12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고액 후원인의 소속기관 및 단체, 직위 및 전화번호 등 구체적 인적사항을 기재토록 하는 한편, 관할 선관위에 회계보고 된 정치자금 수입·지출사항을 5년간 열람 및 사본교부는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자꾸 정치자금법을 둘러싼 이런저런 말썽이 일어나는데 그 원인은 바로 투명성"이라면서 정치자금 씀씀이를 보다 투명하게 밝히는 게 정치인들 스스로에게 이롭다고 말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에 대한 투명성·접근성 강화가 곧 유권자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동시에 정치자금 후원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른 나라보다 관련된 열람·공개를 더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분들이 그것을 특별한 행위라고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면서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것을 투명하게 하면 자신의 가치나 정치적 의사표현에 따라 특정정치인에게 후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관한 투명성 강화. <오마이뉴스>·<경향신문>·<뉴스타파> 3사가 준비한 '귀하지만 작은 돈'에 대한 기록이 그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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