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금강은 물 반, 모래 반... 세종보 닫으면 죽는다"

21일, '모래가 흐르는 금강시민모임' 발족 기자회견... "세종보 재가동 계획 철회" 촉구

등록 2024.04.22 22:04수정 2024.04.25 11:30
0
원고료로 응원
a

22일 세종시 세종보 앞에서 열린 ‘모래가 흐르는 금강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발족 기자회견. ⓒ 김병기


"금강은 강과 모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래 반, 물 반이었다."

22일 세종시 세종보 앞에서 열린 '모래가 흐르는 금강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발족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린 이날 회견에 참여한 환경사회단체 인사들은 세종보 등 4대강 사업 때 지어진 3개 보를 닫는다면 금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환경부는 세종보 재가동을 위해 지난해 11월 말부터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8년 1월부터 전면 개방해왔고, 경제성 평가 등을 통해 해체하기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번복했고, 오는 5월부터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세종보 재가동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황성아 세종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깨끗한 모래가 흐르는 금강을 미래세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앞으로도 금강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시민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조성희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2012년에 완공된 세종보의 물을 6년 동안 가둬뒀던 때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세종보가 닫혀 있을 때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들이 넘쳐났습니다. 마리나선착장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이 피부병에 걸렸을 정도로 물이 썩었고, 결국 레저 사업을 접었다고 합니다."

"비단결 모래강 살리려면 끝까지 저항"... 21일 '모래가 흐르는 금강시민모임' 발족 기자회견 #세종보 #4대강사업 #세종시 ⓒ 김병기

 
a

세종보 재가동을 위한 공사 현장 ⓒ 김병기


이뿐만이 아니다. 유압전도식 보인 세종보는 2012년 완공 이후 7년간 10여 차례 고장이 나서 '고물 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보수공사에만도 30억 원 이상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박창재 처장은 "토사나 자갈이 끼어서 준공을 하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애물단지를 막대한 돈을 투입해 세운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가동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동안 세종보 인근 '첫마을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최소영 씨의 증언은 보다 더 생생했다.

"세종보가 닫혀 있을 때 첫마을이 어땠는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에 가까이 가면 악취가 심해서 걷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또 강가에 가면 이상하게 생긴 벌레(큰빗이끼벌레, 깔따구 등)도 있어서 이곳은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습니다. 세종보를 열었기 때문인 게 명백한 데 왜 행정은 거꾸로 가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 씨는 이어 "세종보가 고장이 나면 또다시 고친다고 할 텐데,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하겠냐"면서 "세종보를 막는다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시장 면담도 요청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단식도 하면서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종보와 공주보의 수문 개방 이후의 변화상을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의 수문을 열자 모래톱, 하중도, 습지 등 다양한 수변 공간이 새로 만들어졌다. 수위가 내려가고 악취의 원인이었던 저수지의 퇴적된 토사가 이동하면서 동식물의 서식지인 모래톱과 수변공간이 축구장 면적의 74배, 115배가 늘었다. 자갈 모래에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흰목물떼새가 서식하기 시작했으며, 보 건설 이후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이들은 이어 "환경부와 세종시, 공주시가 세종보와 공주보의 수문을 닫아 금강을 저수지로 만든다고 한다"면서 "강바닥은 펄로 가득 찰 것이며 수많은 생물들의 서식지가 수장되고 녹조의 강이 될 것이다. 죽음의 강에서는 악취가 풍기고 녹조에어로졸은 시민들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이미 2019년과 2021년에 결정한 금강의 보 처리 방안을 무효화했으며 금강의 재자연화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번 총선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강 죽이기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a

22일 세종시 세종보 앞에서 열린 ‘모래가 흐르는 금강시민모임’ 발족 기자회견 ⓒ 김병기


한편 박창재 처장은 "세종보와 공주보를 닫는다면 금강이 저수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시민모임을 발족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시민모임은 모래강 걷기와 생물 모니터링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종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모래강과 민물고기 이야기'를 주제로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와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소장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세종보 #금강 #세종환경운동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이 어휘력이 떨어져요"... 예상치 못한 교사의 말
  2. 2 그가 입을 열까 불안? 황당한 윤석열표 장성 인사
  3. 3 한국인들만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소름 돋는 '어메이징 코리아'
  4. 4 7세 아들이 김밥 앞에서 코 막은 사연
  5. 5 참전용사 선창에 후배해병들 화답 "윤석열 거부권? 사생결단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