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와 혁신학교 철학은 99% 동일, 중요한 건..."

[인터뷰] 인하대 교육학과 손민호 교수 "공감과 공유 핵심으로 사업 추진해야"

등록 2024.04.17 16:46수정 2024.04.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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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교육학과 손민호 교수. ⓒ 충북인뉴스


최근 IB(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가 교육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붐'이라는 표현마저 나온다.

대구와 제주를 비롯해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너도나도 IB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했다. 윤건영 교육감과 충북교육청도 교사 대상 연수를 진행하는가 하면, 예산을 들여 IB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접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IB교육을 수년간 연구하고 '한국IB(KB)'를 연구하고 있는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손민호 교수는 "IB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학습'도 아닌, '평가'도 아닌 바로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가 IB교육을 도입한다면서 IB의 철학을 잃고 단순한 교수학습 방법이나, 당장 교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만을 익힌다면, 몇 년 못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이제 막 IB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충북 교육계에 IB철학을 잊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IB,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손 교수는 최근 각 시도교육청이 IB를 너도나도 도입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현재 교육생태계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극심한 경쟁교육으로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특히 사회 양극화와 경쟁교육의 악순환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계를 1987년 항쟁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교육감들 사이에서도 현재 상태로는 더 이상은 안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극심한 경쟁교육과 정답교육은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는데 만장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IB가 '경쟁교육', '정답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손 교수의 답변은 명확하지 않다. 경쟁교육을 일부 줄일 수는 있지만, IB의 양면성으로 우려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일단 손 교수는 IB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경쟁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오히려 경쟁을 강화하고 특권교육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IB를 '엘리트 교육', '귀족 교육'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혁신학교 대안교육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합니다. 양면적인 평가가 어떻게 다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실제 IB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됩니다."

일단 손 교수와의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IB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IB의 철학이자 거대목표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리더) 양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IB 세부 교육 목표에서 좀 더 구체화 되는데, IB본부가 내세우는 IB교육의 목표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나은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이 많은 청소년을 기르는 것'이다. 초·중·고 별 교육과정은 차이가 있지만, 목표와 철학은 동일하다.

IB프로그램이 실제 교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도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교사가 학생들에게 세계시민 교육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IB학교 학생들은 기존에 나와 있는 세계시민 관련 지식을 외우거나 지필시험을 보지 않는다.

대신 기존에 나와 있는 세계시민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세계시민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고 확장해가는 활동을 한다. '개념 중심 교육', '꺼내는 교육'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고 체험 위주가 될 수밖에 없으며 교사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 교수는 교사들이 이러한 수업을 할 때 학생들과 어떤 활동을 할지, 어떤 토론을 할지, 어떤 책을 읽을지 방법을 익히는 것보다 이러한 수업을 왜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IB가 한국에 도입되는 양상은 수업과 평가혁신 때문이지만, IB철학을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한다면 수업 방법은 저절로 나온다는 얘기다.

"IB와 혁신학교 철학은 99% 동일… 철학 잊으면 사상누각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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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교수. ⓒ 충북인뉴스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사실 이러한 교육방법은 이미 2015·2022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바이고, 이미 10여 년 전 혁신학교 등에서 추구했던 교육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혁신학교 철학에 충실한 학교는 이미 IB교육의 50~70%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다만 혁신학교와 IB의 다른 점이 있다면, IB는 구조적(시스템)으로 교육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것이고,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희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잘하는 혁신학교는 이미 IB교육을 70%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IB와 혁신학교의 차이점은 혁신학교가 교사들의 개별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이루어졌다면, IB는 교사 개인의 희생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문화이고 IB는 시스템'이라는 말도 있듯이, 시스템과 문화가 결합되었을 때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 이후에도 'IB가 경쟁교육과 정답교육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2~3년 차 IB를 진행한 대구와 제주 등에서는 졸업생들의 입시(학생부종합전형)성적이 부각되었고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경쟁교육'과 '정답교육'이 해소됐다는 평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손 교수는 IB철학을 잊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나라는 IB를 수업과 평가혁신 때문에 도입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IB는 철학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IB를 여러 해석과 관심과 욕망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관심과 욕망을 철학으로 계속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와 같은 경쟁생태계 안에서 IB는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철학의 공감과 공유가 핵심"

손 교수는 현재 '광풍'과도 같은 IB 관심에 대해 경쟁교육과 특권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긍정적인 평가도 했다.

"자사고나 특목고에서 운영하는 IB에 대해서도 넉넉하게 생각하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IB를 통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자사고·특목고와 혁신학교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합니다. 경쟁과 학력을 추구하는 것은 남아 있겠지만, 어쨌든 기존의 암기 위주 방식의 공부는 아니니까요... 궁색한 해결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해보려는 시도는 중요합니다."

충북교육청이 IB와 목표·교육과정이 사실상 동일한 행복씨앗학교와 단재고를 부정하고, 또다시 IB가 새로운 교육과정인 양 도입하겠다는 것에 대해 손 교수는 IB의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충북교육청에게 IB철학을 반드시 공유하고 공감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철학의 공감과 공유를 핵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만일 철학 공유를 생략하고 당장 교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만 활용한다면 IB는 왜곡될 것이고 사상누각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 #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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