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에 최저임금 미적용 외국인 투입하겠다는 한은... 부모 생각은 다르다

저고위 보고서 살펴보니 정작 육아 당사자들은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질적 향상 원해

검토 완료

박성우(ahtclsth)등록 2024.03.07 14:18
지난 5일 한국은행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 주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한은은 보건·육아 등 돌봄서비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공급은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외국인 노동력을 내세웠다.
 
한은은 이러한 외국인 노동력의 경우 개별 가구가 고용할 시 사적 계약으로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이 아닌 점을 부각하고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추가해 해당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돌봄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력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은의 '최저임금 미적용 외국인 돌봄인력'에 <동아>, <중앙>에 오세훈까지 환영
 

이러한 한은의 제안에 보수언론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 <동아일보>, <중앙일보>

 
이러한 한은의 제안에 보수언론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6일 <동아일보>는 "'돌봄인력' 임금 홍콩·대만의 4배… 최저임금 족쇄 풀 때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은은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고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언했다"며 "현행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약 200만 원이다. 국내 도우미보다 낮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제도의 실효성과 취지를 살리려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한은의 제안에 호응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 또한 "외국인 돌봄 도우미, 우리도 전향적 검토할 시대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어제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해 200만 원 이상을 외국인 도우미에게 줄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다"고 썼다. 이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에 대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을 주장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도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은행은 간병 도우미는 월 370만 원, 육아 도우미는 월 264만 원이 드는 현실을 지적하며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싱가포르, 홍콩 등의 사례도 소개했다"면서 "현재 방안대로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비용이) 월 200만 원이 넘어서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한은의 의견에 찬성했다.

저고위 보고서 살펴보니... "부모를 일찍 퇴근시켜달라"는 육아 당사자의 일갈
  

실제로 육아 당사자들 또한 면접조사에서 "늘봄학교 7~8시간 확대한다고 봤는데 이걸 확대하지 말고 애기 엄마 아빠를 빨리 퇴근시켜 주면 엄마 아빠가 보면 되지 않나"고 했다. ⓒ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하지만 양육을 담당하는 당사자들의 의견은 사뭇 달라 보인다. 지난달 26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분야 현안 분석 및 정책 발굴을 위한 심층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만 19~49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정부의 저출산 분야 정책에 대한 인지도 및 평가, 정책 욕구 파악을 위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출산 대응 정책 대상자 및 관계자 총 52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만 19~49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 '주택 마련의 어려움', '자녀 양육비 부담' 순으로 응답했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한 정책 중 중요도가 가장 높다고 응답된 정책 영역은 '일과 육아병행', '자녀(아동)양육 비용', '자녀(아동) 돌봄 및 교육' 순이었다.
 
실제로 육아 당사자들 또한 면접조사에서 "늘봄학교 7~8시간 확대한다고 봤는데 이걸 확대하지 말고 애기 엄마 아빠를 빨리 퇴근시켜 주면 엄마 아빠가 보면 되지 않나", "차라리 부모가 일을 덜 하더라도 아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제도로 가는 게 낫지 않나"며 돌봄서비스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돌봄서비스 이용 당사자들도 "돌봄 노동자들 처우 개선·질적 향상이 필요해"
  

저고위는 면접조사 결과 "돌봄 지원 정책의 경우 프로그램의 시간 확대가 아닌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힘써야 하며, 그 방안 중 하나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타"났다고 결론지었다 ⓒ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한편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사업을 이용한 당사자들은 면접조사에서 "사설에 최소한의 한도는 맞춰줘야지 질이 그래도 같이 올라가고 사람이 돈이 움직이다 보니까. 많이는 아니고 사설의 최하는 맞춰야 되지 않을까. 최하보다 못미치는 수준이니깐", "노인보호자격증처럼 자격증 제도도 있으면 좋겠다"라며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질적 향상을 바랐다.
 
이에 저고위는 "이에 따라 아이돌보미의 급여를 높이고 전문 자격을 마련하여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하다며 "돌봄 지원 정책의 경우 프로그램의 시간 확대가 아닌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힘써야 하며, 그 방안 중 하나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타"났다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국민과 육아 당사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바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우선이고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사업을 경험한 이들 또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환경을 만들기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통해 돌봄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국은행의 제안과 이에 호응하는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국민이 진정 원하는 바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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