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활동가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검토 완료

참여사회(achampspd)등록 2023.06.02 09:53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디플롯

 
희망을 이야기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절이다. 21세기(!)에 쿠데타와 노골적인 침략전쟁이 일어나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류 멸종을 가져올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정치는 희망보다 절망을 선사하고, '검사의 나라'는 폭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를 증오하거나 혐오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카시다 암각문1) *(하단 설명 참조)은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일까. 물론 사람들이 서로를 계속 미워해도, 설령 그러다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도 자초한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지구와 다른 생명에는 '인간 없는 세상'이 축복일지도 모른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는 그래도 인류에게 희망과 가능성 있다고 말하는 과학책이다.

사람들 대다수에게는 가장 적합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논리가 익숙하다. 그러나 신체적으로 훨씬 우월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바로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그리고 왜 그토록 인류가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쉽게 증오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인지도 과학적 근거를 통해 논증한다. 왜 협력적 의사소통이 중요한지 이야기하고, 평화적인 노력만이 내구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저자들은 변화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초고를 절반 넘게 수정했다. 2020년 처음 나온 이 책은 전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2022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한다. 아마도 2023년을 살아가야 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리라.

20년 넘게 활동하며 여러 사람들과 시민들을 만나왔다. 여러 책을 찾아보고 공부도 해봤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생각을 짐작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누군가를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혐오하며 공격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친절함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정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이번 여름 이 책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려 한다.


1)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 등장하는 유적. 가상의 도시 카시다 입구에 있는데, 바위에 새겨진 문구는 글자 일부가 지워져 있다. 이 중 마지막 빈칸에 도시의 마지막 생존자인 소년이 '미움'이라는 단어를 새겨놓고 이후 다른 여행자가 이를 다시 칼로 긁어낸다.
덧붙이는 글 글 이재근 협동사무처장.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3년 6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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