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3명 중 1명, 재택근무 위해 이직도 불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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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jinijota75)등록 2022.05.13 14:53
지난 6일 캐나다 <글로벌뉴스>는 "캐나다인 3명 중 1명은 재택근무를 계속하기 위해 기꺼이 직업을 바꿀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설문조사 기관인 입소스(Ipsos)에 따르면, 고용주가 사무실 근무만을 강요한다면 다른 직업을 찾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아마존 비즈니스'와 '캐나다 사업개발 은행'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43%, 55%로 더욱 높게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이미 15%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지속하기 위해 직업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은35~54세(29%)와 55세 이상(22%)에 비해 18~34세(42%)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2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재택근무를 해오던 이들이 방역규제가 해제되기 시작한 이후 점차 사무실로 되돌아가고 있다. 락다운 기간에 집에 갇힌 채 줌(Zoom) 미팅에 지쳐있던 사람들에게는 작업 현장에서 동료들을 만나는 일이 반가운 변화로 다가오겠지만,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는 온라인 재택근무의 편안함과 유연성을 포기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재택근무' 확대라는 업무환경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많은 캐나다 노동자들은 이제 그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고 있다. 필요하다면 이직도 불사하겠다는 이들, 그들이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재택근무를 통해 교통비와 식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어 온 캐나다의 '주택 대란'도 재택근무 선호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나 집 구입을 위한 종잣돈이나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 사무실에 나가는 대신 집에 머물면서 교통비와 식비도 아낄 수 있는 재택근무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재택근무를 이용한 탄력적 근무제도를 실시하는 직장이 다른 지역보다 온타리오주에 더욱 많은 것은 온타리오주의 높은 주택 가격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 차량 연료비까지 무섭게 치솟은 상황이라 재택근무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둘째, 재택근무를 함으로써 통근에 들어가는 시간을 다른 곳에 유연하게 사용할 수가 있다. 가령, <글로벌뉴스>와 인터뷰한 오타와 주민 쿼크는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하교 후 돌아오는 아이들을 집에서 맞아줄 수 있다는 추가적 이점에 대해 언급했다. 콘코디아 대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재택근무와 같은 탄력적 근무시간제는 아이들이나 노인에 대한 돌봄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특히 이득이 되는 제도임을 밝혔다.
 
이러한 재택근무의 '유연성'을 얻기 위해 일정 정도의 급여를 기꺼이 포기하겠다고 답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약 36%의 응답자들이 사무실 대신 집에서 근무할 수 있다면 급여가 적더라도 그 직업을 택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셋째,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대도시를 떠나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반복된 락다운과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이들은 다각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더 넓은 공간의 집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큰 평수의 집을 얻을 수 있는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다시 사무실 근무를 하게 되는 경우) 통근시간과 거리는 예전보다 길어져버렸고 그들은 재택근무라는 선택지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외에 캐나다 통계청은 재택근무로 인한 두 가지 잠재적 효과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통근량이 줄면 교통수단 이용도 따라서 줄어들 것이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캐나다 통계청의 추산을 보자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모든 노동자들이 완전히 집에서만 일을 한다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8.6 메가톤 가량 줄일 수 있다. 이는 2015년 기준 캐나다 가정에서 직접 배출된 온실가스의 6%, 같은 해 전체 교통수단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11%에 해당하는 양이다.
 
캐나다 통계청은 재택근무가 또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고용 안정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은 바 있다. 미래에 또다시 팬데믹을 겪게 될 경우, 재택근무를 통해 실직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재택근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4월 27일 <네이처>지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화상회의' 시스템은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화면상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때는 인지적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섯 개국의 현장실험에 근거한 이 연구는 "창조적 아이디어 생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온라인 상호작용에는 '인지적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이 화면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경우, 상대가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의사소통과 협응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토론토의 고용 및 노동법 전문 변호사 레빗 셰이크는 재택근무의 '생산성' 문제를 언급했다. "집에서 일하는 캐나다 노동자들은 시간 당 21% 가량 생산성이 떨어졌고, 재택근무를 오래할수록 생산성은 더욱 떨어졌다"는 보고를 인용하며, 정부가 앞장서 공무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요구할 것을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업체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고 "고용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편, 2021년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재택근무자들은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만큼의 능률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지난 12월에 실시된 허브스팟(HubSpot)의 설문조사 역시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했던 캐나다인의 50%가 혼합형 근무환경에서 자신이 속한 팀이 능률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발표했다. 상반되는 두 결과를 볼 때, 현재로서는 '생산성'의 측면에 대해서는 확실한 데이타가 부족하며 고용주와 고용인 간에 견해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브스팟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 중 31%는 재택근무가 지니는 장벽의 하나로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꼽기도 했다.
 
또한, 입소스의 설문조사는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캐나다인들이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사실 약 42%의 응답자들은 사무실에서 일할 때 더 만족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연성'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집에 고립되는 것의 악영향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지닌 장점이 꽤나 많은 것으로 드러나기는 했으나 고려해야 할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캐나다에서는 이른바 '혼합형 모델'(Hybrid Model)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고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입소스의 연구자들은 말한다. "현장 업무와 재택근무 양쪽의 장점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직장들이 현장업무와 온라인 재택근무를 결합했거나 계획중에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캐나다 국립은행은 직원과 고객 및 사업 파트너들의 필요에 기반을 두고서 유연한 혼합형 모델을 더욱 완전히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를 해오다가 지난 3월 사무실로의 복귀를 시작한 CIBC(캐나다의 은행)의 책임자 역시 '혼합형 모델'을 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혼합형 모델은 온라인 재택근무에서 얻어지는 유연성과 생산성,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할 때 기업문화와 협업을 더 잘 이루어낼 수 있다는 현장 근무의 이점을 적절히 배합한 것입니다."
 
입소스의 연구자들이 권고하듯, 그러한 혼합구조에 있어서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누리되 "현장에서 직접 만나 회의할 때에는 창조적 아이디어 창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궁여지책 혹은 차선책이었던 재택근무.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져온 재택근무가 이제는 캐나다 직업현장의 뉴노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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