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채의 당당한 50억원, 탁현민의 부끄러운 7억원

농사꾼이 느끼는 당당함과 부끄러움.

검토 완료

정화려(ccpr)등록 2021.10.03 11:30
국민의 힘 국회의원 곽상도의 아들 곽병채가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설계의 문제냐,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냐"라고 항변하며 자신이 받은 50억원이 정단한 노동의 대가라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국군의 날인 오늘 아침 청와대 의전비서관 탁현민은 전날 조선일보가 "정부가 BTS에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등 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밤새 분노가 치밀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사실 여비를 줬다는 것도 그들의 출연료를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정도의 금액"이지만 7억원을 주는 것으로 계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암 버스 사고 ytn화면 캡처 ⓒ ytn

 
3년 전인 2018년 5월 1일. 노동절에 전남 영암에서 무를 수확하는 밭일을 끝내고 귀가하던 할머니들을 태운 버스가 추락해 7명의 농업노동자가 숨지고 7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모든 언론은 산재사고가 아닌 교통사고로 보도했습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법인 등록을 하지 않은 농사꾼의 농지에서 일을 하다 발생한 재해를 산재 인정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아무도 산재사고로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법의 적용 제외 사업) 6. 농업, 임업(벌목업은 제외한다),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


2018년 9월 13일.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는 영암 버스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이 신청한 산재 유족급여와 장의비·요양급여 등 지급을 승인합니다.
해가 나면 밭에 들어가고, 날이 저물어야 밭에서 나오는 힘겨운 노동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이 살아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죽거나 다친 후에야 노동자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들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산재보험법의 출퇴근 재해를 폭넓게 해석한 결과였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3. 출퇴근 재해
나.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이에 따라 유족에게는 사망자 1명당 8500만원의 유족급여가 지급됐고, 부상자들은 치료기간에 따라 요양·휴업급여가 지급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인이 아닌 농가에서 일하는 일용직 농업노동자가 산재 적용을 받은 첫 사례입니다.
 
 
곽병채가 6년간 이명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받은 50억원은 일용직 농업노동자 58명의 목숨값보다 많은 돈입니다.
이명과 어지럼증의 고통을 이기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여전히 골프와 캠핑을 즐기는 곽병채는 일용직 농업노동자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까요?
 
"10원짜리 하나도 안 받겠다"는 BTS 멤버들과 소속사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억지로 넘겨 준 세금 7억원은 일용직 농업노동자 8명의 목숨값보다 많은 돈입니다.
BTS의 선의(善意)를 알릴 대신 공무원들이 정해 준 관례를 따르기만 하는 탁현민은 일용직 농업노동자들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낄까요?
  

농가소득동향 ⓒ 통계청

 
20년 넘게 우리나라 농가의 농업 소득은 천만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논밭에서 땀 흘리며 농사짓는 일을 당당하게 여기지만, 함께 일하는 일용직 농업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밖에 못 주는 현실을 부끄럽게 여기는 농사꾼이 충고합니다.
 
생존이 아닌 대박을 위한 베팅을 하고, 부정한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곽병채는 부끄러움을 느끼기를,
보수세력의 비난이 두려워 BTS의 정성과 노력과 선의(善意)를 망가뜨린 탁현민에게는 관료들의 보수지급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의 세금을 쓰거나 아끼는데 당당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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