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관광 갤러리카페 공모사업, 모집요강에도 없는 '탈락 작가' 통보라니요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지역관광추진조직 육성사업’ 시작부터 삐끗, 공모 선정되어 전시 준비한 작가들과 카페 탈락 발생

검토 완료

정용재(solemnis)등록 2021.09.17 09:25
"그런 식으로 탈락될 수 있다고 알았으면 참여작가로 지원하지 않았을 것"
"애초에 공지 어디를 봐도 선정된 작가나 카페가 탈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없다"
"시민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공공의 문화사업이 이런 식으로 대충대충 계획되고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통영관광갤러리카페 관련 문서들 ⓒ 정용재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주관 지역문화예술 공모사업 '통영관광갤러리카페'에 대해 통영 지역 미술계 일각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산대첩문화재단 공지사항과 절차에 따라 신청하고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음에도 불합리한 이유로 최종 탈락, 선정 이후 전시를 준비한 한달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작가들 뿐 아니라 몇몇 카페는 최종 탈락을 아예 전달받지 못했다는 경우도 있다.

'통영관광갤러리카페'는 통영시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통영 내 첫 공모사업으로, 경관 좋은 카페와 지역 예술 작가를 매칭해 갤러리카페로 운영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경과를 보면, 한산대첩문화재단과 통영시는 지난 6월 초 2021년 통영시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사업 '통영 관광갤러리 카페' 모집 공고를 각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어 약 한달 뒤 한산대첩문화재단은 7월 1일자로 관광갤러리카페 예술인 모집 공고를 올렸다.

 

7.23 선정된 작가들에게 발송된 문자메시지. '탈락' 관련 내용은 없었다 ⓒ 문화마당


  작가 선정 결과는 작가들에게 7월 23일자로 문자메시지로 발송되었고, 이후 카페와 작가 매칭 과정이 진행되었다. 여기까지는 한산대첩문화재단과 통영시의 공모사업 공고에 기재된 사항대로이다.

이어 8월 18일자로 '최종 선정 또는 탈락'이 작가들에게 전화로 통지되었으며, 8월 20일자로 업체(카페) 및 지역 예술인 선정 결과가 공지되었다.

그런데, 재단과 통영시의 당초 공지(사업 모집요강)에 7월22일 결과발표까지는 밝혀져 있지만, 작가와 카페 선정 이후에 탈락이 발생한다는 언급은 없다. 어떤 식으로 카페와 작가의 매칭이 이루어진다는 언급도 없다.

9월 중순 현재 '통영갤러리카페' 사업은 아직 실제 작품 전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초 공지에 '탈락' 내용 없음에도 탈락 작가와 카페 발생, 매칭 방식도 '비공식'

참여 작가들과 카페의 문제제기는 먼저, 공모에 공식 선정되었음에도 탈락하는 작가와 카페가 발생하게 된 운영 방식의 문제다.

한산대첩문화재단은 공모에 선정된 12팀의 작가들에게 미리 선정된 13곳의 카페 중에서 1순위부터 5순위까지 선호 카페를 선택하도록 했다.

작가들은 산양읍부터 미수동 항남동 용남면까지 통영 곳곳을 다니며 선정된 카페를 살피고, 자신의 그림 전시에 적절한 후보지를 1~5순위까지 선택했다.
실내 인테리어 등 여건에 따라 일부 카페에는 다수의 1,2순위 선택이 몰리기도 했으며, 선택이 없거나 선호도가 낮은 카페도 있었다.

선정된 작가들은 약 한달 동안 매칭 활동과 전시 준비에 바쁘다가 8월 18일자로 재단의 전화를 받게 된다. '최종 선정과 최종 탈락'이 있다는, 생각도 못한 이야기였다.
 
지역 작가 A씨는 "매칭 활동 이후 한참이나 지나 재단에서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선정한 후보지 카페가 도중 하차를 해서 작가님은 최종 탈락이 되었다는 황당한 이야기였다"며 "그럼 그때 바로 나한테 연락해서 대안을 찾았어야 하지 않냐고 하니, 그쪽 카페에서 못하겠다는데 도리가 없다는 식으로만 말하더라"며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래서 A작가는 그 카페를 찾아가 물어보니, 카페 측에서는 "이젤로 그림을 전시할 줄 알았는데 벽에 못을 박거나 와이어를 걸어야 한다길래 원상복구 문제도 있고 해서 포기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A작가는 카페 입장에 수긍하면서도 "그럼 재단은 뭘 한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A작가의 문제제기는, 전시공간으로 선정된 카페에서 차질이 발생했을 때 즉시 작가에게 사정을 알려서 대안을 찾았어야지 해당 작가의 '탈락'을 재단에서 임의로 결정해도 되느냐는 부분이다.

그림 전시를 위해 벽에 못이나 와이어 임시 시공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도 파악이 안된 채로 '갤러리카페' 대상 카페를 선정했다는 것도 문제다.
지역예술인 대상 공모사업을 기획하고 공식 발표하기 전에, 재단 측에서 지역 카페 현황 등 사전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탈락 작가 탈락 카페는 있다. 그렇다면 매칭을 위한 재단의 노력은?"
 
더욱 당혹스런 부분은 선정된 13곳 카페 중에서 작가와 매칭이 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탈락'된 카페가 생겼다는 점이다.
 
 

8.20일자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공고 2021-049호 ⓒ 문화마당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홈페이지 공지 메뉴. 8월 20일자 공고 2021-049호는 어디로 갔을까. ⓒ 문화마당

 
  작가들에게 전달된 8월 20일자 (재)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공고 2021-049호 '통영관광갤러리카페 업체 및 지역 예술인 선정 결과 발표'에 따르면, 최종선정은 9개 업체(카페) 9팀 지역 예술인이다. (해당 공고는 현재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7월 22일자 선정된 작가 12팀 카페 13곳이지만, 8월 20일자 최종 결과라고 통보된 내용은 9곳이다. 작가 뿐 아니라 카페도 4곳이 자진 하차 또는 매칭이 안돼서 '탈락'되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지역 작가 B씨는 "애초에 공고문 어디에도 탈락 이야기는 없다는 건 둘째치고, 참여 의사가 있음에도 탈락된 카페를 작가에게 연결시켜 주려는 시도나 노력이 있었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한다.
 
그는 "매칭 방식이나 탈락자 발생 가능 사항에 대해 사업설명회에서 밝혔다는 식으로 재단에서 이야기하더라. 그런데 공지에는 사업설명회에 대해 '7.8(목) 시간 및 장소 추후 공지'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후 사업설명회 관련 공지는 없었다"며 "그 사업설명회 안내가 있었다면 특정 단체 또는 비공식적인 루트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가 B씨는 "사흘동안 땀흘리며 카페 열세곳을 모두 방문해 살피고 1순위에서 5순위까지 고민하면서 재단에서 내놓은 서류양식에 적어놓은 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매칭이 안된 경위나 내용에 대해 설명이 없었고 문자메시지로 통보하듯 알려온 게 다였다. 준비에 들어간 노력과 비용은 허사가 됐다"고 허탈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애초에 7월 22일자로 선정되지 않은 작가 2팀이 최종 선정 9팀에 포함되어 8월 20일자 공고에 버젓이 올라온 것이다.
 
작가 A씨는 "이 두팀은 전시에 신청은 했지만 1차 선정에는 없다. 그런데 8월 20일자에 최종 선정이라고 올라와 있는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해당 팀에서도 7월달에 선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고 작가들 단톡방에도 올라온 내용이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 카페가 탈락이라고요? 기자님 때문에 지금 알게 됐네요"
 
관광갤러리카페 사업에 참여한 카페들의 반응은 어떨까. 먼저 통영시내 G카페의 경우 그나마 작가와 매칭이 이루어진 곳이다.
 
카페 대표 G씨는 "우리 경우 결과적으로 작가님과 매칭이 되긴 했지만 재단에서 진행 상황이 정확하게 공유되지 않아서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하고 답답한 날이 좀 있었다. 언제 며칠이라고 딱 떨어지는 날짜가 나오지 않아서, 일이 이렇게 어설프게 진행되어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이어 "사전 조사를 통해 계획이 세밀하게 수립되고 일이 차곡차곡 진행되었으면, 관광갤러리카페 선정되었다고 통영시에서 신문 기사도 내고 가게 앞에 관광갤러리카페 홍보 로고라던지 붙이고 했으면 관광 성수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H카페는 카페 모집에 선정(7.22)되었으나 매칭에 실패해 최종 탈락(8.20)된 곳이다. 그런데 기자가 지난 15일 이곳을 방문하자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정되었다가 매칭 실패로 최종 탈락된 경과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했더니, "최종 탈락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카페 대표 H씨는 "최종 미선정 관련 내용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 지금 기자님 이야기로 알게 됐는데 당황스럽다. 재단에서 잘 하겠거니 전화 연락이 오겠지 하고 지금껏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종 결과 개별 전달을 해줬어야 하지 않나. 그 최종 결과가 8월 20일자라면서, 오늘이 벌써 9월 15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미술 작가들과 카페 소상공인들에게 상처를 남기며 시작하게 된 '통영 관광갤러리카페 전시' 사업에 대해 공모사업 주관 재단 측의 전문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번 사업에 처음부터 지원하지 않은 지역 작가 C씨는 "문화예술에 대해 전문성, 지식, 관점 모두 부족하고 함량미달의 사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정되지 않은 분들도 모두 지역에서 예술가로서 예우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다"고 지적했다.
 
작가 C씨는 "공모사업에 공식 문서에도 없는 탈락이니 뭐니 하며 뒤늦게 뜬금없이 나오고 투명하지 않은 진행이다. 사업기획자가 문화예술에 대한 지식이나 관점 없이 행사 기획하듯 뚝딱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낸 일인 탓"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은 탈락 작가들에게 문자메시지로 '1차 미선정 작가 및 카페 매칭 후 보류중인 작가 간담회를 9월 17일 오전 개최한다'고 지난 13일 통보했다.
 
작가 A씨는 "내가 다시 참여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이 사업의 취지 자체에는 동감했기에 지원했던 것인데, 재단 측에서 진행과정상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시정해야 하며 두 번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일에 대해 그저 특정 소수의 불만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부실하고 불투명한 사업이 또 반복될 것"이라며 통영시와 재단 측의 문제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및 통영시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모사업 공지문 ⓒ 문화마당

   

통영시 및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모사업 공지. 어디에도 '탈락' 관련 내용은 없다 ⓒ 문화마당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마당에도 실립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