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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 가장 먼저 한 생각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삼가했으면

등록 2021.04.28 08:09수정 2021.04.2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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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갑자기 몸에 근육통이 생기더니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 오한이 들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가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코로나면 안 되는데"였다. 몸이 아픈 것보다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 주변 사람에게 얼마나 민폐가 될지 걱정이 됐다.


현재 나는 약 30명의 교육생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확진자가 되는 순간부터 그 30명의 동기는 자가격리를 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업도 비대면으로 바뀌고, 모든 게 나 하나 때문에 불편해진다. 이 일로 욕을 먹을까 봐 무서웠다.
  

갑자기 발열이 되더니 39도까지 올라갔다. ⓒ 김영은

 
작년, 전 직장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직원이 해고를 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직원은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코로나에 걸려버려 직원들 모두 재택근무하고 건물 소독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안 하고 해고 조치만으로 끝낸 걸 다행인 줄 알라고 했단다.

결국 그 직원은 아무 말 못하고 순순히 해고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례는 뉴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DB금융투자에선 확진자가 된 이유로 승진·평가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있었다. 

통계청은 2020년 12월 11일 '한국의 사회동향 2020'을 발표했다. 우리 국민 68.3%가 확진이란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를 볼 것이 두렵다고 대답했다. 이는 감염 책임을 환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갈수록 사람들은 비난받기 더 두려워했다. 발병 초기인 작년 2월 말에는 확진에 대한 두려움이 비난에 대한 두려움보다 컸으나 코로나 확산세가 절정에 이른 작년 3~5월에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확진에 대한 두려움을 앞섰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나 또한 68.3% 안에 있는 국민이었다. 민폐 캐릭터가 되어 동기들에게 미안해지기 싫었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기다리는 내내 '혹시 집 앞 슈퍼에 잠깐 들를 때 KF94 말고 덴탈 마스크를 써서 이렇게 된 걸까, 주말은 집에만 계속 있었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등 자책하며 불안해했다.


애꿎은 음료수만 연거푸 마시며 미각은 살아있으니 코로나가 아닐 거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오후 1시가 지나고 차례가 되어 검사를 받고 걸어서 집에 갔다. 이제 지옥의 기다림 시간 뿐이다.
  

삼성역 코엑스몰에 설치된 강남구 코로나 임시 선별검사소 ⓒ 김영은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 알기 위해 네이버 지식인, 커뮤니티, 맘카페까지 검색해보며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보통 검사 후 6시간 이내에 나온다고 한다. 양성 결과가 나오면 6시간 이내에 보건소로부터 전화, 문자가 오거나 역학 조사관이 자택까지 찾아온다고 했다. 그 반대로 6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음성이니 다음날까지 편하게 결과 문자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저녁 8시까지 죽을 맛이었다. 재난 문자 진동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자리에 들 때쯤이 돼서야 조금씩 안심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몇 시간을 그렇게 보고 있던 중 드디어 단비 같은 문자를 받았다.

음성 결과였다. 그 문자를 확인했을 때도 열이 38도로 힘들었지만, 코로나가 아니란 사실에 마냥 기뻤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당당히 음성 결과를 보여주며 진찰을 받았다. 알고 보니 신장에 염증이 생겨 열이 났던 것이었다.
  

코로나 검사 다음 날 아침 음성 결과를 받다. ⓒ 김영은

 
국내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는 25일 0시 기준 644명을 기록했다. 대환장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하필 사회적 동물이다. 공동체 사회 속에서 코로나에 걸리는 순간 민폐 캐릭터가 돼버린다. 민폐캐릭터가 되어서 미안해지기 싫다면 손을 계속 소독하고 사람이 많은 곳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확진자라고 무작정 개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과도한 비난이 가해지는 상황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경험담 #코로나 #확진자비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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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이야기를 말랑말랑하게 전달하는 김영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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