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열린 무료급식소로 몰리는 노인들과 도시락 배달 떠맡은 사회복지사들, 지원도 대책도 없는 정부

구별로 제각기인 급식소 현황, 다른 지역구로 떠도는 노인들 변변찮은 도시락으로 한끼 견뎌야 하는 현실... 코로사 사태 속 노인복지관과 민관무료급식소의 협력과 확충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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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goyoon0317)등록 2021.02.15 17:27
가까운 무료급식소 폐쇄에 다른 열린 무료급식소로 전전하는 노인들

"코로나 때문에 급식소들이 2월엔 다 닫았어. 그때 서울역 급식소로 갔더니 사람들이 다 몰려서 밥은 받지도 못했어" 다일 NGO 무료급식소 밥퍼 공동체(이하 밥퍼)에서 만난 박영윤(65세)씨의 한탄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무료급식소 곳곳이 닫혔던 2월과 3월, 홈리스 행동은 민간이 운영하는 급식소 전체 25곳 중 13곳 급식이 멈췄다고 밝혔다. 방문한 밥퍼와, 전국 천사 무료급식소도 당시 서울시의 명령에 의해 닫힌 민간 무료급식소들이다. "돌곶이 쪽에 있는 무료급식소와 신설동에 있는, 다른 교회의 급식소들을 전전했"다고 박씨(77세)는 털어놨다. 이곳은 닫고, 저곳은 연다고 하니 취약계층 노인들은 더 먼거리를 이동해 무료급식소를 찾았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에 내려진 무료 급식소 운영 중단 명령을 내렸지만 민간 무료급식소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결과이다.

  

서울특별시 각 지역구 무료급식소 당 저소득 독거노인 수. 배경은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받기 위해 종이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무료급식소가 없는 구는 독거 저소득 노인 수 자체를 표시했다). ⓒ 상 후아CHANG YOUHE

  
© All rights reserved  CHANG YOUHE. 2020 * 무료급식소가 없는 구는 독거 저소득 노인 수 자체를 표시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도 무료급식소를 찾아 떠돌아 다니는 노인들은 있었다. 노원구, 영등포구, 중구는 국가에서 파악하고 있는 무료급식소가 없었다. 코로나 이전에 앞선 구에 살고 있는 노인들은 다른 구로 이동해야만 무료급식을 먹을 수 있다. 서울시에서 파악하고 있는 민간과 국가 운영의 무료급식소는 한 곳당 424명의 독거노인 국가기본생활보장수급권자를 감당해야 한다. 독거노인 국가기본생활보장수급권자만 했을 때에도 무료급식소 한 곳이 감당해야 하는 수가 이 정도다. 실 이용자는 이보다 더 많다. 

위의 표에서 한 무료급식소당 감당해야 하는 독거노인의 수가 많은 상위 6곳은 각 0~3개로 평균인 6개에 한참 못미친다. 14개의 급식소를 가진 강서구는 한 급식소마다 81명의 독거 저소득 노인이 이용할 수 있다. 반면 1600여명의 독거 저소득 노인이 살고 있는 노원구에는 이용할 수 있는 구 내 무료급식소가 없다. 노원구와 독거 저소득 노인 인구가 비슷한 중랑구엔 12개의 무료급식소가 있는 점과 대비된다. 서대문구와 영등포구 역시 약 500여명의 독거 저소득 노인이 살고 있지만 서대문구에는 9개가 있고, 영등포에는 운영되는 곳이 없었다. 이렇듯 각 구마다 지역별 취약계층의 인구 수를 고려하지 않고 들쭉날쭉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으니 노인들은 자신들의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급식소로 이동해야 했다.
 
무료급식소가 비말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한 곳이지만 하루 한끼 겨우 이 곳에서 해결하는 취약계층은 방문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1월 28일부터 31일 사이 29·56·83·136번 코로나 19 환자들은 서울 종로구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식사를 한 뒤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 대중교통 내 마스크 없는 시민의 승차가 제한되지 않았던 2월과 3월,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대규모 무료급식소 이용자들 사이에서 깜깜이 전파가 일어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관할 노인복지관과 민간 급식소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필요에 의한 조처였지만 이를 통해 방치 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명령이었다. 이에 민간 급식소들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했고, 밥퍼같은 경우 자체 데이터를 통해 관리해온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했다.


발걸음 끊긴 후원과 자원봉사자, 질 뚝 떨어진 무료급식소 도시락
"주먹밥 하나가 밥이 돼요? 이거 간식거리도 안돼요" 급식이 재개된 밥퍼 현장에선 또다시 볼맨 소리가 터져나왔다. 몰래 2번째 밥을 받으러 온 노인과 봉사자 간에 실랑이가 일어났다. 평소에는 800여명의 식사를 준비했던 밥퍼는 이제 1200명의 간단한 식사를 준비한다. 일자리가 사라져 무료급식소로 오는 사람은 늘었는데 기관과 기업에서 단체로 오는 봉사 발걸음은 끊겼다. 자연스레 방문하며 전달됐던 단체와 기업의 기부금도 끊겼다. 밥퍼 직원들의 월급은 삭감되었고 주 6일 운영되던 무료급식은 주 5일로 줄었다. 손길이 턱없이 부족해 평소 식단을 도시락에 담는 것도 벅찬 일이다. 차선으로 밥퍼는 더 많은 양을 준비했다. 주로 3-4인분 정도 되는 빵이나 주먹밥을 만들었다. 아무리 많이 담아도 코로나 이전 급식소에 앉아 먹던 식단보다 부실할 수 밖에 없으니 불만섞인 목소리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공공 복지 시설 역시 코로나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동 노인종합사회복지관의 정은빈 복지사는 코로나 이후 무료급식소 사업에서 조리 시설은 문을 닫고, 찾아오는 노인들에게 라면, 햇반과 같은 레토르트 식품을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경 부본부장은 "무료급식소에 오는 노인들은 하루 한끼 이 곳에서 밥을 몰아 먹는"다면서 코로나 이후 부실해진 식단으로 인한 노인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노인복지관 현황, 따져봤더니 지역구별로 천차만별
 

서울시 노인복지관 구별 현황 서울특별시 각 구별 노인복지관에서 감당해야하는 기본생활보장수급권자 ⓒ 광주일보

   
사진© 광주일보 사진 


무료급식소를 닫게 되는 경우 식사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노인들은 노인복지관에서 담당하게 된다. 서울시의 노인 복지관 하나가 감당해야 하는 독거 저소득 노인만 해도 284명이다. 독거노인 중 국가기본 생활 수급권자를  확대해 계산하면 복지관 1곳당 705명의 독거노인을 챙겨야 한다. 강북구의 경우 노인 복지관 한 곳에서 돌봐야 하는 독거 국가기본 생활 수급권자 노인이 3100여명에 달했다. 

노인복지관 역시 폐쇄됐지만, 복지사들의 업무는 되려 늘었다. 신혁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부 조직국장은 4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시락 배달 등 새 업무가 생기면서 과부하가 걸리는 곳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관이 닫혀 취약계층을 더 자주 방문해야 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 코로나로 인해 전에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해오던 노인자원봉사자들 역시 출근을 못하게 되어 증가한 도시락 배달 수요를 온전히 복지사들이 떠맡았다. 
 
지난 2015년 메르스가 국내에 퍼졌을 때에도 7주간 무료급식소가 폐쇄되었다. 당시 "밥퍼를 지속시킨 것은 자원활동가들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쌀 지원 덕분"이라고 김미경 부본부장은 회상하며 "메르스에 자체적으로 대응하며 경험과 노하우들을 쌓은 덕분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월히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간 급식소 역시 공공복지의 한 축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3월 이후 무료급식 도시락 나눔을 시작한 천사사랑급식소는 정부의 지원 없이 자급적으로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구비했다. 동대문구는 밥퍼 공동체에 2000개의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지원했으나, 하루 1200명의 방문객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무료급식소 운영은 민간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무료급식소 업무가 마비되면 사회 복지관의 업무가 과중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며칠씩 굶는 노인이 어디서 방치될지 모르는 일이다. 무료급식소 이용자들의 실태보도는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보도됐지만, 이들을 위한 법적 근거와 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이진산 주무관은 예산을 짜려고 해도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민간급식소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빈민들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현실을 지난 3월 GNB뉴스 인터뷰에서 토로했다. 정부에서 무료 급식소를 폐쇄하는 일방적 조치만 취할 게 아니라 이용자들을 위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 사태에 선별진료소로 쓰이기 위해 보건소가 멈추기까지 했다. 모든 복지와 의료 체계가 동원되고 있지만 각 기관끼리의 소통과 협력이 부족한 경우 필요한 지원이 늦어지고 공공기관의 공적자본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은 복지 공백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해 민간급식소와 노인 복지관 간의 협력을 고민해야 한다. 각 구별로 편중된 복지시설과 무료급식소를 조정해야 한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사태 국가 복지기관과 민간 복지기관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상호 협력하는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복지, 의료, 보건, 방역의 상호 연관성을 이해하고 체계 전반에 대한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이 외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경희대 미디어학과 재학생들 기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정준영 기자(wjdwnsdud20@naver.com), CHANG YOUHE 상우하 기자(changyouhe@naver.com),
HOU RUO 후야 기자(houruo6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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