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을 물려준 아빠와 100억을 기부한 아빠

공수레공수거는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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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람(wooram06)등록 2021.01.27 08:31
오늘 100억을 기부한 아빠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삼광물산이란 회사의 대표라고 한다. 만약 아빠가 그렇게 부자인데 나에게 물려주지 않고 기부를 하려고 한다면...
이런 류의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보면 늘 현실적이지가 않다. 1000억을 기부한 주윤발이나 자신의 임금 90%를 기부한 우루과이 대통령 무히카나...모두 현재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실존인물로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을 이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돈 만원이라도 있다면 코인이나 주식을 해서 부를 불리는 것이야 말로 당연한 것이다. 지금 이 세계에서는 말이다.
  최근 라디오방송에서 한 독어 교수님이 자본주의에 관한 3가지가 떠올랐다. 그 중 한가지는 자본주의는 자전거와 같다고 한다. 페달을 멈추면 쓰러진다는 것과 두번째로는 잉여상태가 되더라도 여전히 부족하게 느끼게 만드는 환상이 있어야 자본주의가 유지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미 가구당 주택 수는 초과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은 여전히 희소하다. 그래서 아파트 건설은 계속될 것이고 노동자는 월급을 가져갈 것이다.)
그것을 다르게 말하면 가치 창출로 부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당신이 그것을 갖고 싶도록 유혹한다. 우리 대부분은 그 유혹을 뿌리칠 힘이 없다. 왜냐하면 개인이 유혹을 이겨내어도 다수가 그 유혹을 쫓는다면 소수는 소외 당한다. 
'휴거'라던지 '빌거'라던지 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 물살을 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 되는 사회 가운데 우리 앞에 '도태'라는 무서운 것이 기다리고 있다. 도태라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가? 비정규직이라던가 택배배송인이라던가, 아니면 튼튼하지 않은 임대인이라던가 사업이 안전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중소기업 오너라던가, 사회가 까딱 '이슈'가 있기라도 하면 1차적 타격은 그들이 받게 된다. 물론 자신이 이미 억대 자산가나 어느정도 충분한 경제 생활을 누리고 있더라도 지속적인 부를 불리지 못하면 우리가 속한 그룹에서 늘 도태될까 두려워 한다. 라디오에서 누군가 말했다. 내가 원하는 집크기는 20평대도 30평대도 아닌 바로 옆집보다 한평 큰 집'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도태를 두려워 한다. 하물며 내 자녀들이 도태되기를 바라는 아빠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그런데도 말이지...

100억을 갖고 있는 아빠가 전재산을 기부한단다...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라며...

세상 물정 모르는 아빠는 그의 자식들을 다시 가난과 도태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 내몰려 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던 이 시국에 말이다.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백억을 기부한 아빠의 자녀의 눈동자로
고급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백억을 물려받은 자녀들을 본다면 말이다.  
그들이 부러움의 눈으로 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아빠가 물려준 것임을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빠는 자본주의에 함몰된 우리들에게 다른 세계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나의 영원한 형님이 되버린 '주윤발 따거'나 우루과이 대통령 무히카도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이것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세계도 있다는 것을...
세명의 공통점이 있다. 15년 이상된 노키아 핸드폰을 사용했던 주윤발, 28년 된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무히카,그리고 검소한 삼광물산 대표...
그들은 '검소'하다.  검소하다는 것은 잉여에 대한 환상에 자유로움을 뜻 한다. 최근 한국의 짐로저스 '존 리'어록이 생각난다. '진짜 부자는 돈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라고...그렇기 위해 주식을 통해 돈을 많이 벌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단계의 자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돈과 관계없이 평소 생활이 다르지 않은 검소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자유, 그들의 가벼워진 삶을 나는 이해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어쩌면 돈이 거추장 스러울지도 모른다. 본인은 이 정도 돈이면 충분한데 계속 계속 쌓인다. 100억, 1000억이 쌓여도 쓸데가 없다. 쌓여가는 돈에 답답할 뿐이다. 그래서 던져버렸더니(기부했더니) 그래도 자신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진정 자유를 얻은 사람들인가...

우리가 그들을 책속에서 또는 기사에서 볼 때 우리안의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따뜻해지는 마음과 한층 가벼워진 삶에 대한 동경, 하지만 그때 뿐이다. 우리는 이내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삶은 때론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무서운 기사들이 우리를 움츠려들게 한다. 돈은 다시 주식이나 코인을 향하게 되고 나의 삶은 다시 생존과 경쟁에 발버둥치는 쳇바퀴로 돌어간다. 

어떻게 하면 그 따뜻한 마음이란 것과 가벼워진 삶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동화 '행복한 왕자'의 뜨거운 심장은 왜 동화를 읽을 그 때 뿐일까 하면서...

그래서 지금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3년 전 부터 기부를 해보았다. 처음에는 몇달 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점점 더 커지더니 지금은 내 연봉의 5% 까지 올라왔다. 작년에는 내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해버렸다.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백만원을 동사무소에 기부해 버린 것이다. (동사무소에서는 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이것은 일종의 실험이었다. 핸드폰의 백만원 기부 버튼 터치를 누를 때의 그 '짜릿함'(?)이란....자본주의를 굴복시키고(?) 자유를 얻은 첫 쾌거였다. 
나는 1000억을 가졌었던 주윤발도 아니고 100억을 가졌던 삼광물산 대표도 아니다. 그렇게 위대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그저 경기도 한구석에 살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따뜻한 가슴과 가벼워진 삶을 잠시나마 일별 했다.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라지만...
틀린말이다.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 그의 몸은 모든 보석이 뜯겨져 쓰레기통에 쳐박혀 불태워지지만 뜨거운 심장은 남아 천사가 데려갔듯이.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가 아닌 공수레 열정거(熱情去)일지도...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할테지만...
정말 그럴까?
만일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 인구의 2%만 되어도 사회는 그들에 의해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라디오에서 나온 독어교수님이 말한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제는 그 남용이 인류를 해할 수준까지 와있다고...누군가 멈추어주어야 하는데 멈출 방법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자본주의라는 자전거는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많은 사람들이 도리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잠시 자전거를 멈춘 코로나가 증명해 주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는가? 하지만 동시에 전쟁과 폭력을 잠시나마 줄여주었고 맑은 하늘과 반짝이는 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전거가 쓰러질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도 어렴풋 알게 해주었다. 
 
잠시나마 상상해본다. 
자본주의에 함몰된 여기 대한민국에서 다른세상도 있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말이다. 그것이 대중문화가 되어 전혀 해보지 못한 사회를 시도해 본다면...
그것은 전세계 어느 국가도 시도해보지 못한 사회문화가 될지도 모를일이고 그것으로 인해 어떤 무수한 꽃들이 피워질지는 지금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진정한 정체성을 갖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생각없이 외웠던 역사 교과서에서도 말하지 않은가 건국이념이 '홍익인간'이라고...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자전거를 쓰러지지 않게 세우며 지구의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번 해보길 권한다. 필자는 해볼 생각이다. 이에 대해 정주영 현대회장님의 어록을 감히 사용해 본다.
'해보긴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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