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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6적 처단에는 실패했으나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 / 9회] 오직 구국일념의 의기만으로 나섰던 결사대원들의 거사는 성공하기 어려웠다

등록 2020.11.27 16:48수정 2020.11.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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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난기와 국망기에 온몸을 바쳐 구국과 독립을 위해 나섰는데,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진다면 어찌 건강한 사회라 할 것이며,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을사늑약 체결 현장 중명전 1층 전시실에 재현되어 있는 을사늑약 체결 현장. 왼쪽부터 이근택(군부대신), 권중현(농상공부대신), 이지용(내부대신), 이완용(학부대신), 하야시 곤스케(일본 정부 특명 전권공사), 이토 히로부미, 박제순(외부대신), 한규설(참정대신), 민영기(탁지부대신), 이하영(법부대신) 순이다. 참정대신 한규설을 제외한 민영기와 이하영도 을사늑약 체결에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을사오적’이 아닌 ‘을사칠적’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백창민

 
나철은 을사육적의 처단을 준비하면서 문필 능력과 역사의식이 뛰어난 이기로 하여금 「참간장(斬奸狀)」즉 '간신을 목 베는 글'을 짓게하고, 자신이 직접 쓴 「참적 동맹서」와 함께 영호남 일대에 배포하여 장사들을 모았다. 

                          간신을 목 베는 글

여러 의사(義士)들이여, 여러 의사들이여!

오늘의 사태는 실로  대한 독립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요, 우리 2000만 중생의 생사 문제이다. 여러분, 진실로 자유를 사랑할 수 있는가. 

청컨대 결사 의지로 오적을 죽이고 국내의 병폐를 소제하면 우리 및 우리 자손들이 영원히 독립된 천지에서 숨을 쉴 수 있으니 그 성패가 오늘의 거사에 달려 있으며 여러분의 생사 또한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재주 없는 인영(寅永)이 이러한 의무를 주창함에 눈물을 흘리며 피가 스미는 참담한 마음으로 엎드려, 피가 뛰며 지혜와 용기를 갖춘 여러분들의 면전에 이 의(義)를 제출합니다.

여러분! 각자, 각자가 순결한 애국심을 불러일으켜 흉악한 매국적을 빨리 처형하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전 세계에 드높이 선포하면, 인영이 비록 18의 지옥에 들어가더라도, 지독한 고통을 당하더라도 기쁘고 즐겁기 한량없겠습니다.

이완용(학부대신)은 러시아, 일본에 붙어서 조약 체결의 선두에 섰으니 꼭 죽여야 함. 

권중현(군부대신)은 이미 조약 체결을 인정했고 농부(農部)의 일국(一局)을 외인에게 양보했으니 꼭 죽여야 함. 

이하영은 조약 체결이 그 손에서 나왔는데도 속으로는 옳다 하고 겉으로는 그르다 하여 백성을 속였으니 꼭 죽여야 함. 

민영기는 조약 체결이 안으로는 옳고 밖으로는 그르다 하여 전국 재정을 모두 외인에게 주어버렸으니 꼭 죽여야 함.

이지용(내부대신)은 갑신년의 의정서와 을사년의 신조약이 모두 그 손에서 나왔고, 매관매직하여 나라를 망하게 했으니 꼭 죽여야 함. 

박제순(참정대신)은 외부대신으로 조약을 맺어 나라를 팔고 또 참정대신으로 정권을 양도했으니 꼭 죽여야 함. 

이근택(군부대신)은 이미 조약 체결을 허락하고 공을 세운다 하여 폐하를 위협하고 백성들에게 독을 뿌렸으니 꼭 죽여야 함. (주석 9)

 

을사늑약.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현대식 병기를 다룰 줄 모르는, 오직 구국일념의 의기만으로 나섰던 결사대원들의 거사는 성공하기 어려웠다. 농사를 짓는 농꾼 장사들의 한계였다. 거사 당일의 실황을 살펴본다.

먼저 참정대신 박제순이 광화문으로 나가는데 오기호가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격! 사격!"

그러나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대원이 겁에 질려 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약삭빠른 박제순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집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다음 차례가 법부대신 이재극이었다. 결사대가 서대문에서 이제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원이 한 발도 못 쏘고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연습 부족이었다. 

그 다음이 군부대신 권중현이었다. 그를 맡은 결사대는 그가 중저 사동(寺洞)에서 인력거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성공적으로 총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연습 부족으로 명중하지 않았다. 나머지 결사대들도 모두 실패하였는데, 워낙 기일이 촉박하여 대원들의 연습이 부족하였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주석 10)


나철은 처음 이 거사를 시도하면서 '오적 사살'이 아니라 오적의 집에 폭발물을 배달하여 가족 전원을 폭살시킬 계획이었다. 추진 과정에서 두 가지 방안이 병행되었던 것 같다. 황현의 『매천야록』이다. 

이 때 나인영 등은 폭약 두 궤짝을 은밀히 가지고 있었다. 그 궤짝에는 자물쇠가 있어서 그것을 잡아당기면 화약이 폭발하였다. 그들은 그 폭약을 이지용과 박제순 등에게 보내며 "이것은 미국인 모씨가 보낸 선물이다"라고 하였다. 

처음 박제순 가족은 이 궤짝을 선물인지 알고 접근하여 열어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박제순은 열지 못하게 하고 날카로운 칼을 그 틈 사이에 넣어 힘을 가하자 폭약 궤짝은 열렸다. 그 가족은 모두 놀랐다. 

한편 이지용 집에서도 열지 않고 있다가 박제순의 말을 듣고 서로 놀라며 그 사실을 누설하지 않기로 약속하였다. (주석 11)


주석
9> 김삼웅 편, 『항일 민족선언』, 276쪽, 겨레, 1994. 
10> 『대종교 중광 60년사』, 13쪽.
11> 박성수, 앞의 책, 99~100쪽, 재인용.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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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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