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 정부는 농민에게 어떤 대답을 줄까?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 29.

검토 완료

정화려(ccpr)등록 2020.11.11 11:04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
 
2020년 4월 1일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2516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습니다.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국가직 공무원으로 첫 출근을 한 모든 소방관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며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에 국가가 답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 ⓒ 연합뉴스

 
2020년 11월 6일 제58주년 소방의 날(11월9일) 기념식이 충남 공주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소방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은 "현장인력 충원과 특별구급대 운영으로 더 많은 생명을 지키는 토대를 만들겠다"면서 "우리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고 지시했습니다.

  

2011년 9월 4일, 트랙터 전복 사고 ⓒ 정화려

 
2011년 9월 4일. 수수밭에 가는 농로가 허물어지는 바람에 트랙터가 뒤집어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방정부에 농로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트랙터 수리비에 해당되는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1,2,3심 모두 제가 졌습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정부에서 시멘트를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만들어 농로이긴 하지만 도로법상 지정된 농로가 아니기 때문에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송이 종결된 후 단양군은 2백만원의 소송비용을 청구했습니다.
 
결국 2백만원을 물어내고 10년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고가 났던 농로를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업의 공익적가치 청구소송 후 정부의 소송비용확정 신청서 ⓒ 정화려

 
2020년 10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최고서가 날아왔습니다.
올초부터 진행했던 "농업의 공익적 가치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으니 정부 측이 쓴 소송비용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 농사꾼이 정부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청구하다!)

소송비용계산서에 따르면, 정부 측 변호사에게 실제로는 660만원이 지급됐지만 법원의 소송비용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72,400원만 청구하겠다고 합니다.

 

농가소득동향 ⓒ 통계청

 
소송비용계산서에서 눈에 띠는 것은 실제 지급한 변호사 보수가 660만원이라는 것입니다.
2020년 3월 10일. 소장에 대한 6장짜리 답변서를 제출하고,
2020년 7월 14일. 법정에 출석해 할 말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할 말 없습니다." 단 한마디만 했을뿐인 변호사가 660만원을 벌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농가(農家)의 1년 농업소득은 20년 넘게 천만원에 그치고 있는데, 변호사들은 6장짜리 페이퍼와 말 한마디로 정부로부터 660만원을 받은 것입니다.
농사꾼이 고된 노동을 통해 실현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할 대신 변호사들의 고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대답이었던 것입니다.

 

21회 농업인의날 한마당 잔치에 참석한 당시 민주당 대표의 방명록 ⓒ 황해문

 
4년 전인 2016년 10월 19일. 충북 제천 의병광장에서 열린 21회 농업인의 날 한마당 잔치에 참석한 당시 민주당 대표는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농촌·농민을 지켜야 하고 농민은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 공직자라는 정신으로 잘 모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지 3년반이 지나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농업인의 날이 아닌 빼빼로데이로 더 많이 알려진 오늘, 
진짜 농사꾼이 바라는 정부의 대답은 소송비용 청구서가 아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을 공직자로 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대답입니다.

   
끝으로 조세심판원에서 확인한 그림들을 첨부합니다.
농지와 관련된 취득세나 양도세를 감면받기 위해 농사꾼임을 주장했던 어이없는 소방공무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농업용 면세유와 농업용 전기를 지원받고, 정부보조금을 받아 퇴비와 농업용 시설을 구입하고 설치한 소방공무원들을 처벌하고 진짜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할 젊은이들에게 명예로운 소방관의 자리를 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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