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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재벌, 한국서 성형수술 받다 사망... 그 병원의 기막힌 변신술

[권대희 사건] 의료사고 유족이 본 범죄 의사 면허 규제 필요성

등록 2020.09.16 12:25수정 2020.09.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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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사고 사망 '권대희 사건' 친형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http://omn.kr/1obys
② 사람 죽었는데 '14년 무사고' 광고하는 병원 고발했더니 http://omn.kr/1odwq
③ 처벌 받고도 또 허위 광고한 병원 '불기소'... 이유가 황당 http://omn.kr/1ofja
④ 의료 사고로 죽은 동생... 신문고를 치는 심정입니다 http://omn.kr/1olda
⑤ CCTV로 확인된 강남 성형수술실의 실상 http://omn.kr/1omya
⑥ 33명 유령수술로 내몬 의사, 겨우 징역 1년에 벌금 300만 원? http://omn.kr/1opzi
⑦ 의료사고 겪은 가족이 본 의사파업, 기가 막힙니다 http://omn.kr/1ot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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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원장이 폐업을 한다면서 보내온 문자 내용. ⓒ 권태훈

 
지난 7월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대희 사건을 일으킨 성형외과 원장이 저희 어머니께 보낸 문자였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예 전문을 그대로 옮기려 합니다.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다름이 아니라~ 병원운영이 너무 않되서~ 적자가 계속되다보니~ 이번 7월까지만 열고~ 폐업하게됬습니다~ 말씀드려야할것 같아서요. 
죄송하다는 말 다시한번 올립니다~~"


보다시피 적자가 계속돼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이어진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병원은 '권대희 사건'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나 영업에 타격을 입었죠. 환자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동시에 여러 개의 수술방에서 동시수술을 진행한 사실, 수술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집도의가 다른 수술방으로 간 사실이 알려졌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환자와의 신뢰를 저버린 병원, 누가 이곳에서 수술받기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병원이 장사가 안돼 폐업했으니 이제 다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병원은 짧지만 의사는 길다

지난 1월 홍콩 재벌 3세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사망한 사건이 여러 언론에 의해 보도되었습니다. 홍콩 의류 브랜드 보씨니(Bossini) 창립자 로팅퐁(羅定邦)의 손녀 '보니 에비타 로(Bonnie Evita law)'로, 한국인 브로커 소개로 미용 관광차 들렀다가 지방흡입까지 하게 된 경우죠. 1월 21일엔 안면 주름 제거 수술만 받았고 27일에 다시 들러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니, 한 가지 손보러 왔다가 이것저것 함께 고치는 전형적인 성형 관광 사례입니다. 

그런데 로는 지방흡입을 받던 중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혈중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입과 코에서도 피를 흘렸다고 하죠. 결국 은평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 만에 사망했습니다. 건강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더 예뻐지려 성형수술을 받다 숨지게 된 것이니 명백한 의료사고죠.

사고를 일으킨 '올림의원'에 대해 검색하다 눈길을 끄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이 병원이 과거 '엘로이스의원'이란 간판을 달고 같은 위치에서 영업을 했다는 것이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림의원'의 사업자등록번호는 과거 같은 주소지에서 영업했던 상호만 다른 성형외과의 사업자등록번호와 같았습니다. 즉 같은 주소지에서 병원 이름만 바꿔 영업했다는 건데, 업계에선 이런 일이 제법 많다고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사고 이후 소송 과정에서 병원을 폐업하고 소송이 끝난 뒤에 간판을 바꿔 병원을 새로 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성형외과와 치과, 안과, 피부과처럼 미용이나 시력 개선을 위한 수술 및 시술을 받는 환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앱 등을 통해 병원을 철저하게 검색합니다. 내가 수술받을 병원이 수술을 잘하는지, 특히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죠. 그러나 광고글 외에 병원의 사고 이력 같은 솔직한 내용을 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병원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명예훼손 신고 또는 소송 위협을 통해 게시글을 내리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가 쓰는 기사에서도 이 병원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병원이 미처 모니터링하지 못한 기사 댓글에선 병원 이름을 그대로 공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아무리 막아도 사고를 낸 병원은 알려집니다. 그래서 의사는 폐업하고 새로 병원을 내는 것이죠. 사고를 낸 의사가 병원 이름만 바꿔 개업한다면 이것마저 소비자들이 알 방법은 거의 없으니까요.

폐업도 소송 전략?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소송에선 피고인의 반성 여부나 사정이 참작되게 마련인데 병원을 폐업했다는 사실이 양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사고 전에 벌던 것보다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병원 문까지 닫았다면 재판부가 사고로 인한 피해를 받았다고 참작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고 신해철씨 사망 사건을 일으킨 의사도 병원을 폐업한 점을 호소했고, 보험사기 92건을 일으킨 의사가 벌금형만 받은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병원이 폐업했다는 사실을 참작했습니다. 한두 건이 아닙니다. 의사에게 주어지는 형량도 턱없이 낮고 검찰의 기소도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재판부까지 병원 폐업을 감경 요건으로 참작하며 불법을 저지른 의사가 '눈 가리고 아웅' 식 폐업 뒤 재개업을 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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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모습. ⓒ 연합뉴스

 
문제는 명백한 불법을 저질러도 의사 면허엔 영향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2000년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 주도로 의료법이 개악된 이후부터 의사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유지되고 있죠.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다른 전문 직종이 전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유독 의사만 그렇지 않은 겁니다. 강철 면허가 따로 없죠.

현재 의사 면허를 취소나 정지할 수 있는 범죄는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로 국한돼 있습니다. 그래서 성범죄나 불법 촬영 같은 죄를 저질러 형을 받아도 다시 의사를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거죠. 재판 중 병원을 폐업했다가 형을 받은 뒤 다시 개업하는 게 하나의 공식처럼 돼 있는 배경입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확인된 것만 총 611명의 의사가 성범죄로 검거됐다고도 합니다.

변호사도 회계사도 가능한데 의사만... 강철 면허

권대희 사건에서도 '무면허 의료행위'가 쟁점이 되고 있죠. 검찰이 적용한 '업무상 과실치사'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고작 벌금형에 면허에도 영향이 없을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공장식 유령수술에 대한 면죄부인 것이죠. 그래서 간호조무사 혼자 빈 수술방에서 대희를 지혈한 35분을 놓고 저희는 집도의에게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 간호조무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의료법에 따라 실제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19 위기국면에서 의료현장을 벗어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서 보듯 한국의 의료인 집단은 이미 환자를 향하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잊어버렸습니다. 유령수술 등 의료범죄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의사집단의 적극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의 힘으로 강제해야 합니다. 현재 21대 국회엔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살인이나 성폭행, 강도, 인신매매 같은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그 정보를 공개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죠.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와 보건복지위원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의지만 있다면 통과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저와 저희 가족은 의료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공장식 유령수술 피해 유가족으로서 권칠승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을 적극 지지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20번 이상 폐기됐던 의사 면허 규제 법안이 연내에는 반드시 통과되기를 기대합니다.

부디 의료가 다시 환자를 향하길 바라며, 대희 형 태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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